앞으로 재미있는 일이 잔뜩 펼쳐질 거야. 한 골목만 지나면 바로인걸. 훗날 너는 작가가 되어서 이 날들을 책으로 엮게 된단다
그림을 그리는 유튜버 이연 작가의 저서 <매일을 헤엄치는 법>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이다.
저 말은 현재의 이연 작가가 가장 힘들었던 4년 전 자신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그런데 그 말이 꼭 내가 나에게 해주는 말 같아 코 끝이 찡해졌다.
요즘 가장 두려운 것은 실패가 아니다.
포기할까 봐 두렵다.
매일 주문처럼 할 수 있다고 수십 번 되뇌는 혼잣말이 증명해준다.
일을 그만둔 지 14개월이 되어간다.
부모님의 용돈, 생활보조금, 월세가 걱정될 무렵 구세주처럼 의뢰가 들어오는 촬영.
그것으로 연명하고 있는 중이다.
돈으로 할 수 없는 것 중 하나인 가난을 경험 중이다.
가난은 서러움을 경험하게 해 준다.
수치스러움을 경험하게 해 준다.
외로움과 배고픔을 경험하게 해 준다.
생존의 두려움을 경험하게 해 준다.
그럼에도 타협하고 다시 회사에 들어가고 싶진 않다.
배고파 죽더라도 내 길 위에서 죽고 싶다.
그래서 더욱 포기할까 봐 두렵다.
꿈마저 포기해버리면
내겐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문득, 어느 날 어느 시간에 어느 이유 없이
포기해버릴까 봐 두렵다.
누군가에게 웃음거리가 되는 건 두렵지 않다.
가난한 것도 두렵지 않다.
내가 나를 더 이상 믿을 수 없게 될까 봐 두렵다.
4년 후,
이연 작가처럼 지금의 나에게 이렇게 얘기해주고 싶다.
"그때 포기하지 않아 줘서 고마워. 지나고보니 바로 골목 코 앞이었잖아 ㅎㅎ
훗날 너는 작가가 되어서 이 날들을 책으로 엮게 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