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로 지낸다는 것은 시간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지는 것이다. 일하라고 나무라는 사람도 없고 열심히 살라고 충고해주는 사람도 없다. 내가 오늘 하루를 집에서 우울한 표정으로 유튜브만 보고 있더라도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는 완전한 자율. 하지만 자율은 스스로 합리화하기 좋은 시스템이기도 하다. 오늘이 딱 그런 날이었다.
일어나서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생각이 든다. 3시간 동안 시체처럼 있다가 가방에 책 한 권과 공책을 넣고 카페에 갔다.
제발 한 시간만 책을 읽어보자고 다짐하며 책을 폈다. 30분쯤 지나자 의미 없는 활자들이 생명력을 가지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요즘은 사람 대신 책이 나에게 따끔한 충고를 해준다. 그 충고가 반갑게 느껴진다.
충고는 꼭 활자 속에만 있진 않는 것 같다.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은 작가의 가치관, 태도가 오히려 더 영감이 되기도 한다.
오늘 읽은 <퍼스널 브랜딩 레볼루션>이란 책이 그랬다. 브랜딩을 하면서 사람을 대하는 방법은 좋은 내용이었으나 영감을 받기엔 부족했다. 반면 활자 속에 담긴 저자의 태도는 감동스럽기까지 했다. 나는 이 저자를 "맨 땅의 헤딩 전문가"라고 표현하고 싶다. "일단 해봐"라는 말이 의인화된다면 이 사람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도전을 서슴지 않는다.
저자는 책을 통해 온 힘을 다해 소리치는 듯하다. 이제부터 마음 독하게 먹으라고. 일단 저지르고 부족한 부분은 수정해 나가면 된다고. 요행은 없다고.
나는 마케팅/퍼스널 브랜딩 책을 읽을 땐 이거다!라는 방법을 찾길 바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정말로 방법이 궁금한 까닭도 있지만 기대감 속에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사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브랜딩은 더 이상 없다. 내가 준비할 수 있는 건 다 준비했다. 이젠 시작하면서 하나씩 보안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통해 일방적 제안이 아닌 상호 소통할 수 있는 관계로 성장시키는 것 밖에 없다.
앞으로 수 없이 거절당할 것이다.
성과가 쉽게 나오지 않아 좌절할 것이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악평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브런치에 다짐하는 글을 수차례 썼지만 그래도 두렵다. 두려움에 상상력이 더해져 우주 최강의 괴물과 싸우러 가는 느낌이다. 이제 시작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보류했다. 아직 부족하다고. 아마 안될 것 같은 불안감은 내가 준비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그렇게 시간을 늦췄다. 그만큼 두려움을 직면하는 게 쉽지 않다.
저자는 이런 나에게 책을 통해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야, 닥치고 해"
맞다. 두렵다. 오금이 저릴 정도로 두렵다.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해내야 한다. 내가 그 길을 가기로 선택했으니깐.
울면서라도 기어서라도 가야 한다. 이 길이 아니면 난 슬플 것 같다.
한번 해보자. 딱 한 번만. 제발 딱 한 번만. 매 번 여기서 실패했으니깐 이번엔 제발 딱 한 번만 눈감고 뛰어내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