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는 딱 하루 폭식했다. 같이 사는 동거인이 본가에 내려간 날, 나는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음식을 사먹었다. 두툼한 햄버거 세트를 먹었음에도 허기지는 마음에 밥버거집에 들어가 밥버거를 하나 포장했다. 그리곤 마트에 들러 과자와 초콜릿 그리고 사발면을 샀다. 집에 돌아와 옷을 손을 씻고 날 옥죄는 옷을 다 벗어 재꼈다. 세상에서 제일 편한 잠옷으로 갈아 입은뒤 나는 바로 자리 잡고 앉아 내가 사온 모든 것들을 하나씩 해치우기 시작했다.
밥버거가 식기 전에 밥버거를 우걱 우걱, 꿀떡 꿀떡 삼켰다. 내가 지금 씹는게 무슨 맛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씹어 삼키는 행위만 남아 있었다. 씹어 삼킨 밥버거가 위에 닿기도 전에 다음 술을 떠 넣었다. 그렇게 동산만큼이나 부른 배를 보고서도 나는 먹는 행위를 멈추지 못했다. 이제 앉아 있는 것 조차 힘겨워저 누워서 과자를 부숴 삼켰다. 이 역시도 맛 보단 씹어 삼키는 동작의 연속일 뿐이었다.
이처럼 지금도 나는 여전히 폭식을 한다. 하지만 그 횟수가 현저히 줄었을 뿐 아니라 배부름을 느끼게 되었다. 배부름을 느끼지 못할 땐 먹고 또 먹고 또 먹어서 결국 다 토해내기 일쑤였다. 하지만 지금은 배부름을 느끼고 더이상 음식이 입에 들어가지지 않는 것을 경험한다. 예전 같았으면 앞서 언급한 그 날에도 나는 내가 사온 모든 것들을 먹어치우고 토하고 울며 불며 잠에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달랐다. 나는 딱 과자까지만 먹고 음식에서 손을 뗐다. 과자까지 먹은게 적게 먹은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내가 눈 앞에 음식을 두고 참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오랜 폭식과 과식으로 인해 늘어난 위는 기본적으로 내 식사량을 늘려 놓았다. 그래서 폭식을 거의 안한다 해도 살은 여전히 찌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번달 병원 방문이 두렵지 않았다. 내 증세가 호전 되었음을 나 스스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전혀 남길지 않던 음식들을 남기게 되었고, 남긴 음식이 더이상 아깝게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배부르면 숟가락 내려 놓는 법도 다시 익혀 나가는 중이고, 되도록이면 건강하게 영양 잡힌 식단을 먹으려 노력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