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올 상반기 시싸이드 시티가 리브랜딩을 진행한 데이팅앱 서비스 윌유(WillU)의 브랜딩 전략에 대한 내용이다. 윌유는 올 7월 대대적인 리브랜딩 이후 3개월 뒤인 올 10월 누적 다운로드 70만 건을 기록했으며, 데이팅앱 순위가 구글플레이 기준 9위에서 2위로 급상승했다. 또한 올 9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266%의 매출 성장을 했다고 밝혔다. 또한 리브랜딩 이후 전월 대비 30%의 매출 상승을 동반했다.
그렇다면 윌유는 어떤 리브랜딩 과정을 걸쳐 이런 성장을 만들어냈을까? 그것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 한다.
긴 글입니다.
모든 리브랜딩에는 그것의 목적이 있기 마련이다. 즉 현재 브랜드가 어떤 문제점에 봉착했으며 그것은 단지 마케팅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이기에 브랜딩을 필요로 한다. 그렇다면 당시 윌유는 어떤 문제에 봉착하여 브랜딩을 진행하기로 했을까?
이것을 위해서는 현재 소개팅 앱 시장의 인식을 들여다봐야 한다. 데이팅 앱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인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이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 순수한 만남보다는 자극적인 만남이 그것인데 이는 기존의 데이팅 앱들이 서로 경쟁하며 만들어온 이미지이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대중들에게 '소개팅앱 = 가벼운 만남 혹은 단기 만남'이라는 스테레오타입을 갖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즉 원나잇 혹은 가벼운 관계와 이 시장의 이미지는 늘 연관 지어지곤 했다. 그래서일까? 한 언론의 조사에 따르면 많은 데이팅 앱의 실 유저의 성비는 남성이 압도적으로 높다고 한다. 더불어 회사들이 여성 알바를 고용하여 가입 및 결제를 부추긴다는 오명도 이 시장에 존재한다. 이 시장의 이미지는 이러하다.
이 시장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서 윌유는 다양한 시도를 했다. 실제 윌유의 성비는 남녀가 6:4로 다른 소개팅앱에 비해 밸런스가 맞기도 했고 '여성이 만든 데이팅 앱'이란 캐치프레이즈를 사용하여 이 시장의 수많은 회사들과 경쟁해 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시장의 이미지가 워낙 부정적이다 보니 윌유 역시도 이 이미지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았다.
지난겨울 윌유팀을 판교의 어느 카페에서 만났을 때가 기억난다. 윌유팀은 자신의 서비스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데이팅 앱으로 스스로를 부르자니, 기존의 데이팅앱과 비슷한 인식에 잠식될 것이 뻔하고 그렇다고 다른 무언가를 만들려고는 하나 스스로 서비스의 정의를 어떻게 다르게 만들어서 소비자의 인식을 바꿀 수 있을지 막막하다고 했다.
우리는 다른 데이팅 앱과 어떻게 달라야 하나
우리는 스스로를 어떻게 불러야 하나
결국 사람들이 윌유를 어떤 서비스로 기억해 주면 좋을까
이런 문제점을 안고 나와 함께 윌유의 리브랜딩의 여정은 시작되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인사이트
리브랜딩은 단순히 디자인을 예쁘게 고치는 일이나 마케팅이 막혔을 때 선택하는 광고적 해결책이 아닌, 브랜드가 본질적으로 맞닥뜨린 인식의 문제를 재정의하는 일이다. 즉, 겉모습이 아닌 존재 이유와 정체성의 재설계가 필요할 때 비로소 리브랜딩이 의미를 가진다.
본격적으로 리브랜딩을 하기에 앞서 우선 윌유라는 브랜드에 대해서 면밀히 살피는 시간이 필요했다. 윌유팀과 수많은 질문과 답변을 오가는 대화를 통해 우리는 이 시장에서 윌유만이 가진 서비스의 차별점을 도출해 냈다. 이 과정은 브랜딩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하다. 브랜딩이 남들과 나를 구분 짓는 나만의 가치를 만드는 행위라면, 우리는 이 가치를 만들고 제시함에 앞서 경쟁사와 우리가 어떤 면에서 다른 지를 먼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결국 우리만이 가진 무엇이니까. 윌유가 가지고 있는 서비스의 차별점은 아래와 같았다.
1) 스토리에 기반한 프로필 구성
많은 데이팅 앱들이 사진을 중심으로 자신의 프로필 페이지를 구성하는 것에 비해, 윌유는 사진보다 자신을 소개하는 글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프로필을 꾸밀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이것은 조금 다른 경험을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데 보통의 데이팅앱은 수많은 스와이프를 통해서 상대를 빠르게 탐색하는 구조라면, 윌유는 그보다는 천천히 한 명 한 명의 글을 읽으면서 이 사람을 다소 천천히 알아가는 구조였다.
2) 위의 방식에 맞춰진 UI 디자인
긴 글과 사진의 흐름을 잘 보여줄 수 있도록 스토리 중심의 UI 디자인이 설계되어 있었는데 내 기준에서는 아직 조금 미흡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방식으로 상대방을 알아가게 하는 방식은 확실히 기존의 데이팅앱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3) 하루 단 4번 추천
사용자에게 수십 개의 프로필을 노출하여 빠르게 상대를 탐색하는 경쟁사들의 방식 대신 윌유가 택한 방식은 상대방을 하루에 딱 4번만 사용자의 프로필 취향을 기반으로 엄선해서 추천(여기에는 키워드 매칭이 적용)하는 것이었다. 이는 사용자의 피로도를 줄이고 조금 더 신중해 보이며, 또한 추천 상대에 대한 자연스러운 설렘을 유발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사용해 보니 정말 하루에 딱 4번만 상대를 추천해 줬으며 추천하는 상대 한 번에 3명을 넘지 않았다.
4) 철저한 신원인증 시스템
마지막으로는 서비스 가입 시 PASS 인증 등으로 타사대비 더 꼼꼼한 신원인증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었다. 까다로운 신원 인증은 분명 회원가입의 허들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 허들은 윌유만의 강점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는 데이팅앱의 무분별한 회원가입을 막아 부정적인 이슈를 방지하고 조금 더 깨끗한(?) 만남의 환경을 만들기 위한 윌유만의 의지이기도 했다.
이러한 윌유만의 강점은 타 데이팅 앱에 비해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서 윌유가 상당히 높은 평점을 얻는 이유이기도 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인사이트
리브랜딩은 단지 ‘새롭게 보이기 위한 변화’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본질 속에서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차별점을 명확히 인식하는 과정이다. 즉 리브랜딩은 무(無)에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든 게 아니라, 이미 서비스 안에 존재던 고유의 강점을 재발견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렇게 앞서 도출한 윌유만의 강점을 서비스 공급자게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순서로 바꿔 아래와 같이 글로 한번 정리해 봤다.
사용자들의 신원검증을 꼼꼼하게 하고
스토리에 기반한 프로필 작성을 제안하고(이 과정에서 고객의 성격과 취향까지도 면밀히 살피고)
고객들의 프로필을 기반으로 하루 딱 4번 나와 어울리는 누군가를 신중하게 추천해 주고
스토리에 기반한 UI 디자인으로, 상대는 추천해 주는 대상의 글과 사진을 면밀히 확인할 수 있다
어떤가. 이렇게 보니 일회성 만남을 위해 상대의 사진 스와이프가 난무하는 기존의 데이팅앱과 전혀 다른 느낌 아닌가. 여기서 나는 윌유를 다른 곳과 차별화시킬 수 있는 한 가지 단어를 도출했다.
큐레이팅
사전적으로 큐레이팅(Curating)은 특정한 기준이나 취향에 따라 콘텐츠, 상품, 정보 등을 선별하고 구성하여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 개념은 원래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큐레이터(Curator)가 작품을 선별해 전시하는 역할에서 비롯되었으며, 현재는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것의 주요 목적은 아래와 같다.
선택의 폭을 줄여 사용자 피로감 감소 ㅣ 수많은 선택지 중 사용자가 가장 필요하거나 원하는 것을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도움.
취향 기반 경험 제공 ㅣ 사용자 개개인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와 상품을 추천하여 만족감을 높임.
시간 절약 ㅣ 방대한 정보를 정리해 사용자가 탐색에 소모하는 시간을 줄임.
신뢰성 및 전문성 강화 ㅣ 큐레이팅을 통해 사용자에게 신뢰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브랜드 이미지 향상.
그리고 이 목적은 앞서 우리가 도출한 서비스만의 차별점과 꽤나 정확히 일치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윌유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수많은 사진을 빠르게 탐색하는 스와이핑 중심의 모습이 아닌 한 명 한 명을 선별하여 고객에게 맞춤으로 추천하는 큐레이션의 방식과 무척이나 닮아 있다.
이제 또 하나의 고민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렇게 연결된 사람들에게 우리는 어떤 존재로 기억되어야 하는가가 그것이다. 즉 사용자 측면에서 윌유만의 서비스 본질을 탐구하는 과정이다. 결국 윌유는 이런 방식을 통해서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전달할 수 있을까. 여기서 도출한 키워드는 바로..
인연
불교에서는 모든 일은 서로 '조건'이 맞아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뜻으로 '인과 연'을 얘기한다. 즉, 인(원인)과 연(조건)이 모여서 결과를 만든다는 개념이다. “인연”은 단순한 만남을 넘어선 '의미 있는 연결'을 뜻하는 경우가 많아, 감정적이고 철학적인 요소가 담긴 단어이기도 하다. 그래서 인연이라는 단어는 데이팅앱의 기존의 인식이었던 빠르고 가벼운 만남과는 반대편에 있는 개념이기도 하다. 윌유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은 결국 가벼운 만남의 상대를 많이 보여주는 것이 아닌 신중히 고객들의 취향을 탐색하고 좋은 인연을 만나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닐까. 이것이 인연에서 얘기하는 의미 있는 연결이 아닐까.
그래서 '큐레이팅'과 '인연' 두 가지 단어가 윌유가 반드시 가져가야 할 키워드이며, 경쟁자들과 윌유를 구분 지을 수 있는 단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윌유만의 새로운 브랜드 포지셔닝을 아래와 같이 정의했다.
인연 큐레이터
그리고 앞서 얘기한 윌유만의 차별점을 바탕으로 아래와 같이 자연스럽게 브랜드 슬로건을 도출하기에 이른다. 이 슬로건에는 윌유만의 꼼꼼한 큐레이팅과 그것을 통해 사용자들이 얻게 되는 가치가 잘 담겨 있었다.
내 기준에 꼭 맞는, 소중한 만남의 연결
인연 큐레이터 윌유
이것이 결국 윌유라는 브랜드가 고객에게 전달해야 할 기능적 핵심경험이자, 고객이 윌유를 통해서 느껴야 하는 가치가 될 것이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인사이트
브랜드의 정의가 바뀌면, 세상이 그 브랜드를 바라보는 눈도 바뀐다. 리브랜딩의 목적은 세상에 그 브랜드를 이해하는 '프레임'을 바꾸는 일이다. 즉, 브랜드의 정의를 새롭게 세우는 순간 그 브랜드가 속한 시장의 언어와 인식도 달라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경험을 고객에게 어떻게 전달해야 할까. 슬로건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메시지를 광고에 담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현재의 서비스를 핵심경험에 맞춰 개선하는 것이다.
많은 기업이 브랜딩을 ‘외형을 바꾸는 일’로 한정 짓는다. 그러나 그것은 반쪽짜리 접근이다. 우리가 고객에게 전달해야 할 ‘우리만의 가치’를 정의했다면, 이제 그 가치를 서비스 안에서 실제로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 뒤따라야 한다. 고객이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공간은 결국 서비스 자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비스의 개선은 브랜딩에 있어서 핵심적이며, 본질적인 작업이다.
이제 윌유는 단순한 데이팅앱이 아니다. 윌유는 ‘좋은 인연’을 만나도록 돕는 인연 큐레이터다. 사용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나와 삶의 결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정성스럽게 선별하고 연결한다.
그렇다면 ‘인연 큐레이터’로서 기존 서비스를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윌유를 사용하는 사용자에게 ‘큐레이션’을 실제로 느끼게 할 수 있을까. 다양한 개선 아이디어 중 우선순위를 두고 가장 먼저 업데이트한 두 가지 기능을 소개한다.
1) 추천에 맥락(context)을 더하다. 큐레이터 코멘트의 도입
큐레이팅’이라는 단어가 설득력을 가지려면, 그 핵심인 ‘선별’과 ‘맥락’이 실제 사용자 경험 안에 녹아 있어야 한다. 이에 윌유는 단순히 인연을 추천하는 것을 넘어, “왜 이 사람이 나에게 추천되었는가”를 알려주는 큐레이터 코멘트 기능을 도입했다.
사용자의 프로필을 기반으로 삶의 태도, 감정의 결, 대화 방식 같은 내면적 특성과 직무, 생활 지역 같은 외면적 공통점을 함께 분석하여(여기에는 AI가 적극 활용된다), 그 추천의 이유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이다.
이는 단순히 선택의 폭을 줄여 사용자 피로감을 낮추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추천의 맥락을 부여함으로써, 고객의 시간을 절약하고 서비스의 신뢰성과 전문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그 결과 사용자는 윌유의 추천을 단순한 시스템 매칭이 아닌, 전문적인 큐레이션으로 체감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아, 이래서 이 사람이 나와 잘 맞을 수 있겠구나”라는 확신을 얻게 되는 것이다.
기능 업데이트 이후 앱 리뷰에는 “추천 이유를 읽는 재미가 있다”, “큐레이션을 받는 느낌이 새롭다” 등의 긍정적인 피드백이 이어졌다. 이때 우리는 윌유가 말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실제 사용자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2) 신뢰를 더 높이는 설계. 신원 인증 강화
‘인연 큐레이터’로서 또 하나 중요한 가치는 ‘믿을 수 있는 만남’이다. 즉, 이곳에는 큐레이터가 꼼꼼히 검증한 사람들만 존재한다는 확신을 주는 것이다.
윌유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정한 본인확인 제도인 PASS 인증을 통해 실명 인증과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쳐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는 “이 상대가 정말 믿을 수 있는 사람인지”를 직관적으로 알기 어려웠다.
기존에는 프로필 내 신원 인증 뱃지 하나로 인증을 표시했지만, 많은 사용자가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윌유는 인증 체계를 아래와 같이 개편했다.
나이, 성별 인증 문구를 명확히 표기하고,
다양한 인증 항목별 아이콘을 추가했으며,
클릭 시 상세 인증 내용을 바텀 시트로 확인할 수 있는 UX를 설계했다.
이 변화는 “윌유의 추천이 단순한 알고리즘이 아닌, 신뢰 가능한 환경 위에서 작동한다”는 확신을 사용자에게 심어주었다. 앞으로 윌유는 인연 큐레이터로서 포지셔닝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다양한 세부 기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예정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자신의 프로필 스토리를 작성할 때 어려움을 겪는 경우, 어떤 항목부터 쓰면 좋은지 단계별로 안내해 주는 스토리 작성 가이드 기능이 그다음 순서로 준비 중이다.
이처럼 윌유는 단순히 브랜드 슬로건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핵심경험을 중심으로 정의한 브랜드 포지셔닝을 서비스 안에서 체화시키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그래야만 윌유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구호가 아닌, 사용자가 실제로 체감하는 가치로 자리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인사이트
브랜드가 정의한 핵심경험은 곧 서비스 설계의 나침반(Compass) 역할을 해야 한다. 그렇기에 서비스 내의 기능과 UX/UI 디자인은 이 경험을 사용자에게 어떻게 느끼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다시 재점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즉 핵심경험은 서비스 개선의 기준이 된다. 결국 브랜딩은 단지 디자인이나 메시지의 변화가 아니라 사용자 경험을 브랜드의 방향성과 일치시키는 일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윌유는 어떤 감성적인 경험을 사용자에게 전달해야 할까. 감성적 경험은 브랜드의 시각적 정체성과도 면밀히 연결되어 있다. 어떤 감성적 이미지를 구축해야 하며, 어떤 톤과 무드로 고객에게 다가갈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여기에 포함된다. 물론 감성적 경험 역시 브랜딩의 정의인 '남들과 나를 구분 짓는 나만의 가치를 만드는 행위'와 굉장히 면밀히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
이것을 도출하기 전 우선 시장에서 경쟁사들은 어떤 시각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재미있게도 주요 데이팅앱에서 비슷한 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1) 붉은색 계열의 톤
당시 업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대부분의 앱들이 붉은색 계열을 주요 컬러로 사용하고 있었다. 사랑을 상징하는 색이기에 자연스러운 선택일 수 있지만, 동시에 너무나 ‘예상 가능한’ 선택이기도 했다. 붉은색은 본질적으로 강렬하고 자극적인 색이다. 데이팅앱 전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여전히 가볍고 즉흥적인 만남과 연결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 강한 레드·핑크·퍼플 톤은 오히려 그 이미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위험이 있었다. 이러한 색상들은 본능적 매력과 빠른 선택을 암시하며, 깊이보다는 자극을 떠올리게 한다. 무엇보다 이미 주요 데이팅앱들이 이 계열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윌유가 추구하는 ‘신뢰와 진정성의 감정선’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따라서 붉은 계열은 윌유가 반드시 벗어나야 할 선택지였다.
2) 금색 계열의 톤
또 한 경쟁사가 사용하는 색은 골드와 블랙을 사용한 컬러였다. 이곳의 의도는 충분히 이해했다. 바로 럭셔리함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그렇다. 연봉과 스펙(직업, 차량, 자산 등)으로 사용자를 받는 곳이다. 당연히 이런 계열의 컬러 역시 윌유가 가지고 가면 안 되는 컬러라고 생각했다. 소중한 인연은 결코 연봉과 스펙으로 결정되지 않으니. 이 역시 다른 면에서 너무 직접적으로 자극적인 컬러라고 생각했다.
그럼 우리는 어떤 감성의 컬러를 선택해야 할까. 그것에 앞서 우선 윌유만의 감성 키워드를 도출했다. 수많은 키워드 중 우리는 아래의 키워드들을 최종으로 선택했다. 이 컬러는 위에 언급한 경쟁사들의 자극적인 컬러와 반대편에 서 있으면서도, '소중한 인연'이라는 단어와 가장 잘 맞는 키워드였다. 그리고 윌유만의 믿음..
밝고 깨끗한, 순수하고 무해한, 기분 좋은, 믿음을 주는
이런 단어들을 들었을 때 연상되는 이미지들 하나씩 모아보니 하늘색 계열의 컬러가 주를 이루었고
다양한 계열의 컬러를 비교해 보고 결국 브랜드 컬러를 Soft Cloud로 설정했다.
이 컬러는 사용자에게 “이 앱은 뭔가 다르다”, “진심이 느껴진다”는 첫인상을 줄 수 있는, 윌유만의 감정을 상징하는 색이었다. 단순한 디자인 요소를 넘어, ‘관계에 대한 태도’를 드러내는 선언이기도 했다. 윌유가 지향하는 클린하고 서정적인 무드, 수채화 같은 질감, 그리고 설렘과 품격 있는 연결을 담아낸 맑고 여백이 있는 하늘빛, 바로 ‘Soft Cloud’ 컬러가 그 감정을 시각적으로 완성했다.
이 색은 윌유가 전하고자 하는 관계의 안정감, 감정의 진정성, 그리고 접근의 편안함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며, 브랜드의 철학을 가장 부드럽고 명료한 방식으로 담아내는 핵심적인 시각 언어가 되었다.
또한, '인연 큐레이터'로서 윌유만의 명확한 감성적 차별점을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텍스트나 그래픽보다 더 많은 감정을 담아낼 수 있는 일러스트레이션을 핵심 비주얼 전략으로 삼았다.
이는 단순한 장식이 아닌, 브랜드 감정선을 시각적으로 번역하는 언어였다. 글 없이 인연의 다양한 상황을 표현할 수 있고 보는 순간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림체 그것이 윌유가 추구하는 정서적 요소를 구현하는 가장 적합한 방식이었다.
이렇듯 서비스의 기능적 변화와 더불어, 이 두 가지 시각적 방향을 감성적 경험의 중심축에 놓고 브랜드의 모습을 바꾸어 나갔다. (모든 결과물을 여기에 공유할 수 없음은 양해 바랍니다. 너무 많아요)
윌유의 브랜드 정체성에서 출발한 철학은 슬로건을 거쳐, 디자인 시스템 전반을 관통하는 하나의 기준이 되었다. 우리는 단지 감성적인 이미지를 구축한 것이 아니라, 모든 사용자 접점에서 신뢰와 감정이 조화를 이루는 구조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런 변화는 '내 기준에 꼭 맞는, 소중한 만남의 연결'이라는 슬로건이 단순한 문장이 아니라 ‘경험으로 설득되는 구조’로 작동하도록 설계한 여정이었다. 디자인은 시선을 끌기 위한 장식이 아니라, 사용자에게 감정을 남기는 전달의 구조여야 한다. 그리고 이제 그 구조를 완성한 윌유는, 브랜드의 철학과 비주얼 아이덴티티가 하나로 연결된 모습으로 새롭게 변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인사이트
감성적 경험의 설계는 단지 겉모습을 꾸미는 일이 아니라, 브랜드의 정체성을 눈에 보이게 만드는 일이다.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우리만의 존재의 이유가 브랜드의 사용 경험 속에서 자연스럽게 느껴져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감성적 경험은 우리만의 기능적인 차별점, 즉 기능적 핵심경험과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런 변화는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이 글의 시작에서 언급한 것처럼, 윌유는 올 7월 대대적인 리브랜딩 이후 단 3개월 만에 눈에 띄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10월 기준 누적 다운로드 70만 건, 데이팅앱 순위는 구글플레이 기준 9위에서 2위로 급상승했다. 또한 9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266%의 매출 성장을, 그리고 리브랜딩 직후에는 전월 대비 30%의 매출 상승을 기록했다. 윌유팀은 크게 기뻐했고 대표님께서는 직접 감사의 메시지를 보내주시기도 했다.
하지만 브랜드의 여정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제 윌유가 집중해야 할 다음 단계는, ‘인연 큐레이터’로서의 철학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그리고 일관되게 실현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서비스의 개선과 운영은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다.
그 핵심은 단 하나의 단어, ‘인연’을 점유하는 일이다. 지금까지 어떤 데이팅앱도 이 단어를 브랜드의 중심 키워드로 삼지 않았다. ‘만남’이 아닌 ‘인연’을 이야기하는 유일한 브랜드, 그것이 윌유가 앞으로 만들어가야 할 가장 중요한 차별화의 언어다.
현재 윌유팀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인연’을 주제로 한 영상 콘텐츠를 기획하고, 새로운 캠페인과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모색 중이다. 그 과정에서 이 브랜드가 한층 더 깊은 감정의 결을 만들어가길, 멀리서나마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총 6개월의 여정이었다. 그 시간 동안 매주 나는 윌유팀과 머리를 맞대며, 윌유라는 브랜드가 만들어야 할 우리만의 가치를 끊임없이 되묻고 다듬었다. 결국 우리가 만들어낸 것은 단지 새로운 모습으로 바뀐 서비스가 아니라 브랜드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경험이 하나로 이어지게 하는 구조라고 생각한다.
브랜딩은 남들과 나를 구분 짓는 나만의 가치를 만드는 '행위'이다. 즉 브랜딩에는 완성이라는 것은 없다는 얘기다. 그 가치를 명확히 정의했다면 이제 그것을 고객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게 해야 한다. 그래서 일관성과 지속성이 브랜딩에서 중요한 요소인 이유다.
기업과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나는 늘 이런 말씀을 드렸던 것 같다. 저와 함께 길을 만들었으니 이제 그 길로 계속 달려가시면 된다고. 윌유팀 역시 우리가 만든 그 길을 따라 자신만의 속도로 계속 나아가기를 바라본다.
마지막으로, 브랜딩을 고민하는 모든 분들께 이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글을 마친다. 윌유의 리브랜딩 과정은 윌유를 운영하는 라이프오아시스 브런치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