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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쁨의 강물 May 23. 2022

#7. 날개 돋은 기쁨에  밤새 날개 짓하며 날다(1)


넷플릭스(Netflix)의 최고경영자 CEO인 리드 해스팅스(Reed Hastings)가 2004년 본인의 철학을 담아 “인재”를 “보기 드문 책임감 있는 사람 (The Rare Responsible Person)”으로 아래와 같이 정의하였다.


. 스스로 동기부여 할 수 있는 (Self-Motivating)

. 높은 자아 인식 (Self-Aware)

. 자기 규율 (Self-Disciplined)

. 스스로 향상할 수 있는 (Self-Improving)

. 리더처럼 행동하는 (Acts like a Leader)

. 지시를 기다리지 않는 (Doesn’t Wait to be Told What to Do)

. ‘그건 내 일이 아냐’라고 절대 생각지 않는 (Never Feels ‘That’s not my Job‘)

. 사무실 바닥에 떨어진 휴지를 줍는 (Picks Up the Trash Lying on the Floor)

. 주인의식을 갖고 행동하는 (Behaves Like an Owner)


우리가 사랑에 빠지거나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것을 잘 살펴보면, 그것은 엄청나게 큰 어떤 계기보다는 어쩌면 나도 몰랐거나 다른 누구도 눈여겨 봐주지 않았던 부분을 어떤 상대가 발견해주거나 관심 있게 봐주고 표현해 주었을 때다. 어느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던 진가를 알아줬을 때 자연스럽게 마음을 내어주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그냥 당연하게 지나쳤던 나의 업무, 강점, 열정에 상대가 관심을 보여주고 인정해주면 친해지기도 하고 어느새 충성을 다하기도 한다. 사람은 자신을 인정해주고 믿어주는 사람에게 목숨을 걸고 온 몸을 던져 충성을 다짐한다. 특히 단점보다 장점을 발굴해주고 비난과 질책보다 칭찬과 인정의 말을 전해주면서 동기를 부여하고 열정을 고취시켜주는 사람을 만나면 설명할 필요 없이 순식간에 의기가 투합된다. 하지만 가끔 역기능도 발생한다. 어떤 계기이든 마음속 인정의 버튼이 그만 눌려져 버려서 성공률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유혹에 뛰어들거나 제 발로 파멸로 걸어 들어가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들을 빗대어 ‘불나방’ 같다고 한다. 눈앞에 보이는 심각한 위험을 감지하지 못한 채 당장의 욕망이 부채질하면서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를 때 사람은 이성이 순간적으로 마비되며 판단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마치 집어등의 유혹에 못 이겨 뛰어드는 오징어처럼 달려가면 잡혀서 죽을지도 모르고 순간적인 마력의 끈을 뿌리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하다가 빠져서 빠질 수 없는 몰입에 빠지다]


불나방은 나비목 불나방과의 곤충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몸은 3cm 정도이고 편 날개의 길이는 4cm 정도로 큰 편이다. 날개의 색깔은 화려하지만 온몸에 어두운 갈색 털이 빽빽이 덮여 있다. 앞날개는 검은 갈색에 누런 백색의 불규칙한 무늬가, 뒷날개는 오렌지색 바탕에 네 개의 검은 무늬가 있다. 불나방이라는 이름은 불을 향해 날아드는 나방의 습성 때문이 아닌 타는 듯한 무늬 때문에 붙은 것이다. 이러한 상당수의 야행성 비행 곤충들은 불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본능적으로 달을 기준으로 방위를 잡고 빛을 향해 일정한 각도를 유지하며 날면서 직진하는 특성이 있다. 그렇게 계속 각도를 유지하다보면, 나선을 그리면서 결국에는 불빛 주위를 빙빙 돌면서 불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것은 강한 빛을 달빛으로 착각하여 그런 참사를 일으킨다. 불나방은 온 몸이 타 들어간대도 반짝이는 불을 향해 직진하여 달려든다.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행동을 무모하고 어리석은 짓이라고 하지만 자신의 본능을 따라 빛을 향해 나아가는 날개 짓에는 빛을 탐하고 사랑하고 무모하게 달려가는 그의 멈추지 않는 화려한 열정이 담겨져 있다. 불나방 자신이 죽을 줄도 모르고 아니면 분명히 죽는 줄 알면서도 어떻게 멈추겠는가.


불나방에게는 반짝이는 불빛처럼 삶에서 어떤 순간 우리를 집중하게 하고 멈추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무엇이었는가. 막연하게 관념적으로 돈, 명예, 사랑, 인정, 성취, 권력, 영향력, 성장, 건강, 가족 등에서 찾지는 말아보자. 사람마다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는 당연히 다르고 삶의 의미와 목표가 다르니 각각 열정의 로켓이 발사될 수 있도록 눌러지는 마음속 버튼은 분명히 다르다. 가만히 이제까지 나의 삶에서, 직장 생활 속에서 내가 가장 열정적이고, 신나고, 행복하고, 반짝반짝 빛이 났던 때, 가장 나답다고 느꼈던 때는 언제였는지 생각해보자. 5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5분처럼 느껴졌던 장면이 있는가? 내가 혼자 신나는 심취해서 하던 일을 그만두라고 누가 말린다 해도 했었던 상황이 있었는가? 공자가 말하는 욕파불능(欲罷不能)의 상태, 즉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둘 수 없는 열정의 불길을 끌 수 없었던 시절이 있었는가? 잠시 눈을 감고 그 장면을 떠올려보자. 그때 장면에서 무엇이 떠오르고, 무엇이 들리고, 무엇이 느껴지는가. 그냥 잠시 그 느낌에 머물러보자.


그런데, 그 때는 도대체 무엇이 나를 그렇게 끌어당겼었는가. 이성적으로 객관적으로 타인에 의해서는 결코 판단될 수 없는, 오직 나만 알고 있는 나를 끌어당긴 그것. 나를 불나방으로 만들어서 끌어당기고 목표를 향해 돌진하게 하였고, 멈추지 않고 해내는 힘을 주었으며, 일과 상황을 즐기게 하였고, 마음은 희열과 즐거움으로 고되고 타 들어가는 몸의 상태를 알아차리지도 못했다. 또는 알았으나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으면 다시 새로운 에너지가 솟아서 만들어냈던 성취와 노력의 산물, 그 속에서 만들어진 끈끈한 관계를 어찌 기존 언어를 사용하여 설명해낼 수 있을까. 잘 생각해 보면, 그 때가 결과적으로 성취, 인정, 성과, 보상이 자연스럽게 따라왔었을 수도 있지만 설사 그렇지 않았더라도 그 과정의 매력만으로도 충분히 찬란하게 빛나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가끔은 다시 한 번 더 경험하고 싶은 기억 일게다. 일의 결과에 관계없이 어떤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경험과 깨달음만으로도 보람과 가치를 느낀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목표로 삼고 있는 결과물은 목표를 향해 매진하는 과정에서 보고 느끼고 배우는 과정에서 생기는 자연스런 부산물일 수도 있다. 때로는 목표로 삼았던 결과물보다 과정에서 얻은 여러 부산물이 더 의미 있게 다가올 때도 많다.


어떤 일과 목표에 변하지 않는 성실함을 나타내는 충성, 그 충성이라는 롤러코스터를 움직이게 하는 나의 첫 번째 버튼은 일에 대한 가치와 누군가를 위한 ‘진정성’으로 출발한다. 그리고 ‘열정’으로 위로 쭉 올라가는 상승세를 타고, 롤러코스터 레일을 거치게 되는 모든 과정을 ‘책임감’으로 힘겹게 끝까지 견뎌 내면, 비로소 ‘성취’라는 정점을 찍게 된다. 그리고 거기서 다른 롤러코스터로 점프업해서 코스를 바꾸어서 ‘성장’이라는 단계로 올라서고는 다시 멈추지 않고 나아가게 된다. 그러면, 스스로에 대한 깊은 ‘만족감’이 찾아오고 저녁이 되어 자연스럽게 집으로 돌아오듯 나만의 코스를 마무리 짓는다. 해가 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노을을 만들어 내듯이 ‘영향력’이라는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고,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금 다른 롤러코스터 사이클의 출발선에서 마음 속 버튼이 눌려지기를 묵묵하게 그냥 기다린다. 내가 추구하는 가치를 누군가 진심으로 인정해주면 진정성은 순수 고농도로 더욱 빛을 발한다. 진정성이 열정을 만나 책임감과 결혼하면 아름답고 보람찬 성취를 낳는다. 성취가 또 다른 성취를 만나 성장을 거듭할수록 형언할 수 없는 만족감과 깊은 영향력이 오색찬란한 무지개처럼 빛나기 시작한다.   


넷플릭스의 최고경영자 CEO인 리드 해스팅이 정의한 보기 드문 책임감으로 무장한 인재처럼 어떤 난관이 와도 좌절하지 않고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며, 높은 자아 인식을 갖고 철저한 자기 규율로 스스로 향상할 수 있는 리더처럼 행동하고, 누군가의 지시를 기다리지 않으며, ‘그건 내 일이 아냐’라고 절대 생각지 않는다. 거창한 꿈과 계획을 세우기보다 내 주변을 돌보며, 사무실 바닥에 떨어진 휴지라도 먼저 줍는 주인의식을 갖고 행동하는 미래의 리더는 오늘도 자신만의 작은 발걸음을 내딛는다.


[보이는 멘토의 보이지 않는 조력과 조언으로 버티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습니다. 용기를 가지세요.’

‘세상의 기준에 맞추지 말고 내가 가진 걸 세상이 원하도록 하세요.’

‘곰국처럼 깊은 자아성찰을 하면서 자신과 소통하세요.’

‘스펙이 아니라 태도가 경쟁력입니다. 강한 심장을 가지세요.’

2012년 3월에 사내 [열정樂서]에 제일기획 최인아부사장의 특강 메시지다. 당시 삼성그룹 최초 여성 부사장임에도 화려하지 않은 외모, 차분한 목소리, 시인과 같은 소박함, 중심 잡힌 깊은 내면의 힘으로 소통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어쩌면 그전에도 수없이 들었던 말임에도 타인과의 비교 우위가 아닌, 나 스스로의 절대 우위로 나답게 서도록 힘을 실어 주는 마음의 힘이 되었다. 이 마음의 힘은 따뜻한 봄날의 햇볕을 돋보기로 모아서 두꺼운 종이를 태울 때처럼 일에 대한 나의 성취와 열망으로 뜨겁고 빠르게 타올라서 집중력이 되었다. 그리고 팽이에 힘이 가해서 돌리면 흔들리다가 어느 새 중심을 잡고 가속도와 회전의 관성이 생기면서 점점 빠르게 한참을 돌고 멈추는 것 같지만 계속 도는 것처럼 멈출 줄 모르는 끝까지 해내는 힘, 그릿(Grit)이 되었다. 팽이는 절대적으로 자기 힘으로 돌아야 한다. 돌고 있는 다른 팽이의 힘을 빌리기 위해 부딪치는 순간 스스로 돌던 팽이마저도 회전을 멈추고 쓰러지고 만다. 나 스스로 자기 중심을 갖추고 더 오랜동안 돌기 위서는 돌기 전에 철저한 준비와 힘을 비축해야 한다. 그리고 자기중심(Centering)을 유지하며 돌고있는 팽이를 오직 주인만이 팽이가 오래 돌도록 자극의 크기와 언제 그 자극을 주어야 할지를 알 수 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상사에게 정말 마음 가득 고맙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 때는 좋은 고과 평가를 받을 때보다는 나를 믿어주고 일할 수 있도록 어떤 기회를 주었을 때이다. 누군가에게 기회를 준다는 것은 그 사람을 믿는 신뢰가 없다면 할 수가 없다. 기회는 언제나 위험을 방패처럼 앞세우고 오기 때문에 후배 직원에게 어떤 기회를 준다는 것은 상사 또한 모험을 자처하는 것이며 둘이 함께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아무리 작은 업무라도 맡기고 새롭게 시도할 기회를 주는 것이 상사의 당연한 역할이고 몫이라고 치부해 버리기도 하지만 항상 당연하고 쉬운 일은 아니다. 상사가 먼저 위험을 감수한 모험을 결정하는 용기를 낸 후에야 비로소 부하 직원에게 기회가 따라온다. 그래서, 지금 이 시간을 빌어 나에게 크고 작은 수많은 기회를 주었던, 지금도 기회를 주고 있으면서 나와 함께 모험과 탐험 중인 과거, 현재, 미래의 나의 상사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주어진 새로운 일에 대한 시도를 통해 나 스스로가 무엇을 잘하는지 발견하고, 능력이 향상되도록 노력하는 과정에서 ‘나’라는 존재 안에 있는 ‘또 다른 나’가 서로 협력함으로 집단 지성 시너지를 일으켜서, 결국은 일을 해내는 기쁨을 누리게 한다.


상사이면서 파트너인 리더는 때로는 단순히 업무관련 스킬을 가르쳐 주기보다 주어진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고 위기를 극복하는지를 직접 몸으로 보여준다. 리더는 단순히 업무관련 전문성에 관한 노하우를 전수하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개발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주는 사람이다. 이렇게 코치와 같은 리더는 새벽까지 함께 일하면서 함께 고민하며, 때로는 얼토당토하지도 않은 시도를 허락해 주고, 때로는 벼랑 끝에 서도록 몰아 부치기도 한다. 때로는 다른 사람들에게 둘러싸여서 주목받게도 하며, 때로는 너무 눈에 띄지 않게 살짝 숨겨주기도 한다. 때로는 높은 곳으로 데려가서 전체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 주며, 때로는 보이지 않는 작은 배려로 힘을 주고, 때로는 매몰차게 훈련시킨다. 때로는 너무 객관적으로 평가해서 의기소침하게 만들고, 때로는 우쭐할 만큼 드러내놓고 인정해주며, 가끔은 넘어지게 내버려두고는 홀로 일어설 수밖에 없어서 스스로를 강하게 만드는 법을 터득하게 한다.


크리스토퍼 로그(Christopher Logue, 1926-2011) 의 ‘벼랑 끝으로’라는 시가 있다.   

벼랑 끝으로 오라. 그가 말했다.

할 수 없습니다. 두렵습니다.

벼랑 끝으로 오라. 그가 다시 말했다.

할 수 없습니다. 떨어질 것입니다.

벼랑 끝으로 오라.

그들이 왔고, 그는 밀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날아올랐다.


삶에서 상사가 아니더라도 어떤 상황이, 또 다른 누군가가 우리를 벼랑 끝으로 몰아간다. 단 한 발짝도 물러서거나 앞으로 나아가지 못해 그 순간 떨어질까 봐 바짝 긴장하며 두려워 떨고 있으며 순간 좌절하고 순간 생명에 대한 애착이 치솟는 우리를 한 치의 고민할 여지도 없이 그냥 발로 툭 밀어버리는 수많은 상황과 사람들. 이것이 바로 나의 삶을 진심으로 응원하며 스폰서링(Sponsoring)하는 보이지 않는 우주의 멘토들이 우리의 삶을 돕는 고유한 방식이다. ‘백척간두 진일보 (百尺竿頭 進一步)’라는 말은 백 척의 장대 높이가 주는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머뭇거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면 추락하지 않고 비상할 수 있다는 말이다. 벼랑 끝에 내몰리면 평상시 습관적으로 생각했던 고정관념과 타성에 머무를 겨를도 없이 절박한 위기의식을 느낀다. 그 순간 습관적으로 되풀이 하던 관성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절벽에서 절망할 수밖에 없다. 진정한 리더는 절박한 위기의식을 감지하고 이전과 다른 생각으로 난국을 돌파하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보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색다른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가능성의 문을 살포시 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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