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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지마 Jan 16. 2023

로스쿨생에서 (수습)변호사로! - 취업… 지금?

그냥 겨울엔 노세요

* 변호사시험이 끝난 후~수습기간이 끝나기 이전에 대해 쓰는 글입니다.

백수에서 변호사로! - 로지마의 취준기와 함께 읽으시면 어떨까요? (헤헤) 저 글과 이 글의 차이점은 '작성자의 경험치'에 있습니다. 저는 2020년 1월에 9회 변시를 치고 4월에 합격한 후 5월까지 놀다가 6월부터 회사를 다녔고, 지금은 4년차(???)가 되어버린 사람입니다. 이쯤 되니 아무래도 수습 때 걱정했던 것들을 다시 돌아볼 수 있게 되더라고요. 취업에 필요한 내용은 이전 글에 있고, 이글은 수습 때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을 간단히만 적었습니다. 

* 작성자는 큰 꿈이 없는 사람입니다. 주로 사장님이 한두 분인 별산펌이나 법률사무소 위주로 알아봤고, 중형이나 부티크, 대형으로의 이직 생각이 없습니다. 아래 내용은 독자에 따라 상당히 다르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0. 수습이란 무엇인가 - 1~4월에도 일을 해요???

백수에서 변호사로! - 로지마의 취준기에서 썼듯이, 변호사시험을 치고 변호사가 된 사람들은 아래와 같이 수습기간을 거쳐야 한다.


변호사법 제31조의2(변호사시험합격자의 수임제한) ① 제4조제3호에 따른 변호사는 법률사무종사기관에서 통산하여 6개월 이상 법률사무에 종사하거나 연수를 마치지 아니하면 사건을 단독 또는 공동으로 수임[제50조제1항, 제58조의16 또는 제58조의30에 따라 법무법인ㆍ법무법인(유한) 또는 법무조합의 담당변호사로 지정하는 경우나 「외국법자문사법」 제35조의20에 따라 합작법무법인의 담당변호사로 지정하는 경우를 포함한다]할 수 없다.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이후, 6개월간 변협 연수를 듣거나 법률사무종사기관으로 지정된 곳에서 일하며 6개월의 수습 기간을 채워야 한다. 대부분의 법무법인, 법률사무소는 법률사무종사기관으로 지정되어 있다. 아닌 경우는 대체로 명시해두며, 변협 연수를 병행할 수 있도록 해준다.

2020년 1월부터 4월까지의 나는, 정말로 놀 생각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사실 변시 떨어져도 다시 볼 생각도 없어서 채점도 안 했다. 1월 내내 자고 일주일짜리 여행 계획을 짰고, 2월에는 여행을 다녀온 뒤 또 잤으며, 3월 중순부터 4월 중순까지는 1개월짜리 아르바이트(법어쩌구와 아무 상관 없음)를 했다. 그러니 사람들이 1월부터 일하고 있다는 것도 전혀 몰랐다ㅋㅋㅋㅋ 근데 나중에 보니 이미 상당수가 겨울부터 일하고 있었더라고?

물론 이때는 합격자가 아니니 일을 하더라도 위 6개월의 수습기간에 합산되지 않는다. 일을 하는 이유는 ① 좋은 직장이 나와서 ② 할 일 없으니까 일이나 하려고 ③ 돈이 필요해서 정도가 아닐까 한다(그 외에도 얼리컨펌된 사람들은 일하고 있지 않을까? 난 모름; 빅펌 안 노려서).



1. 1~4월에 일을 하면 좋을까?

개인적으로는 이때 일을 하는 건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 9회까지는 변호사 월급이 떨어지는 상황이었는데, 다들 송무 힘들다고 사내변 기타 여러가지로 탈주하다 보니 10회부터는 월급이 조금 오르기 시작했다(11회도 오르는 추세로 보였다). 그러다보니 수습 월급도 전보다는 살짝 오른 모양. 그런데 이때 꼭 일을 해야 할까? 꼭??? 앞으로 우리가 일하고 살 날이 얼마나 많은데 이때? 꼭? 꼭??? 

앞으로 일하면서 놀 날이 없는 건 아니다(변호사들은 이직 많이 하니까 그때 텀을 좀 두지. 휴정기휴가도 쓰고). 근데 앞으로 험하고 거친 풍파 속에 나 하나를 먹여살릴 일이 수십 년 펼쳐질 텐데 꼭 지금 일을 해야 할까… 물론 사람마다 조건이 다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굳이 지금 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 때만 해도, 좋은 직장은 겨울에 다 나갔다는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봤다. 근데 과연 그럴까? 난 이 말이 진짜인 줄 알았다. 근데 몇 년동안 이직을 주구장창 하다 보니(주변에서 내 연차에 나만큼 이직 많이 한 사람은 못 봤다 하… 물론 두세 번씩은 기본으로 옮겨 다닌다), 또 오픈카톡방을 슬슬 들어가고 변호사 커뮤니티 사이트를 들락날락하다보니 11~12월쯤 보이는 이야기가 있다.


① 11월이면 수습 끝난 n기들이 개업신고하고 나올 테니 이때쯤 공고가 많이 뜬다.

  *이건 해마다 조금씩 달랐다. 요즘은 공고가 생각보다 없었거든.


② 12월은 공고가 별로 없다. 조금만 버티다가 싼 값에 수습 쓰려고 하는 펌들이 많다.


(둘의 시기가 가깝다 보니) 상충된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둘 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수습으로 일할 사람 입장에서만 보면, 과연 1월에 사람을 뽑는 펌들이 항상 좋은 펌일까? 아닌 경우도 많을 수밖에 없다. 겨울에 이직하려고 떠나간 사람의 빈자리를 굳이 안 채우고 싼값에 수습 쓰려는 펌들도 상당수 포진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1월에 사람 뽑는 펌들이 항상 좋은 곳은 아니라는 거다. 


물론 심심해서 일했다는 사람도 봤다. 변호사님 대체 왜.  

(그 외에도 심심해서 별의별 자격증을 따는 사람들도 있다고 들었다. 난 만료된 토익도 다시 안 침)



2. 5~10월에 일을 하면 좋을까?

개인적으로는 추천하는 편. 변협에서 진행하는 교육도 나쁘지 않지만, 10회는 추첨으로 몇백 명만 듣게 해주기도 했고 교육보다는 당연히 실무가 낫다. 과제를 하느니 서면 써서 돈을 벌어야지(물론 수습 끝난 변호사에 비해서는 진짜 월급 짜지만). 그리고 수습 기간 동안 뭐라도 해 놓으면 수습 떼고 나서 취업할 때 할 말이 생겨서 좋다. 나는 수습 기간 동안 다닌 회사에서 나를 채용해줄 만한 상황이 되지 않아서(좀 더 연차 있는 어쏘가 필요한 펌이었고, 애초에 정규채용을 약속한 상황이 아니었다) 나왔는데, 거기서 썼던 서면 중 하나가 꽤나 좋은 결과를 얻어내서 이직할 때마다 자랑하고 다녔다. 

취업은 지인추천을 기다리거나(?) 취업정보센터(대한변협, 지방변호사회)에서 보면 된다. 나는 지인추천으로 갔다. 항상 감사합니다. (근데 이것도 괜찮은 펌이니 다행이었지, 지인추천으로 갔는데 애매한 곳이면 함부로 나오기도 쉽지 않다. 하이고…)



3.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는 어떻게 쓰지?

인터넷에 이력서 양식을 치면 엄청 많이 나오는데, 그 중 디자인이 세련되고 항목이 적은 걸 고르면 좋다. 나는 간단한 개인정보(이름 사진 생년월일), 학교(고등학교는 선택, 학부와 대학원은 필수), 학점, 자격증(만료된 토익 같은 것도 써도 별로 신경 안 쓰는 듯), (해외)연수 정도 썼던 것 같다. 졸업예정인 경우, 아직 도서관 홈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으면 들어가서 로앤비에 이력서 검색하면 양식이 여러 개 나온다.

자기소개서는 2~3장 내외로 쓰는 걸 가장 추천하는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짧을수록 좋은데, 그래봤자 다 보지도 않는 것 같았다(변호사는 바쁘다). 나는 취업할 때 좋대서 로클럭 시험 봤는데 아무도 알아봐주지 않았다. 힝.



4. 수습 직장은 옮겨도 될까? 평판 떨어지면 어떡하지? 

ㅋㅋ 개소리다. 세상 생각보다 넓다. 나는 2개 회사에서 사용자에게 문제가 많아서 좋지는 않게 나왔다.

①의 직장은 약간 규모 있는 별산펌이었는데, 물론 그 아저씨가 내 뒷담을 엄청 까고 다녔겠지(실제로 이사람은 자기 이전 어쏘들 욕을 진짜 많이 했다). 근데 그 회사 바깥까지 그게 퍼져나갔겠어? 그리고 그 아저씨도 나랑 연차 차이가 별로 안 났다(나이 차이가 많이 났고, 그쪽은 빨리 개업을 한 편이었다). 그리고 나도 그 아저씨 욕 많이 했… 아 아무튼 우리도 변호사니까, 개업하고 어쏘를 구해야 하는 입장에 대해서도 평판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기도 한다. 뭐, 어떤 직장이 됐건 직장이 필요한 사람은 거기 들어갈 수밖에 없겠지만, 그 회사에 몸바쳐 일하고 싶은 사람이 들어가진 않을 것이고 아주 별로다 싶으면 쉽게 뛰쳐나가겠지.

②의 직장은 미니 법률사무소였는데, 사용자가 뭐라 하든 뛰쳐나온 이후의 나랑 문제 생기기가 쉽지 않았다. 애초에 서초가 아니었고, 굉장히 작은 곳인데도 모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평가가 아주 박했고(개소한 지 엄청 오래된 곳도 아니고 어쏘 한 명 쓰는 곳이 이러기도 쉽지 않을 텐데), 그 사용자가 나에 대해 욕을 할 만한 지인변호사가 아주 많은 것 같지도 않았다. 오히려 나는 저년차 친구들이 많으니 거기 가지 말라는 말을 할 수 있었지; (알고보니 내 다음 사람이 친구의 친구였다. 그분도 빨리 탈출하셨더라)

수습 때 직장 옮기면서 문제 생기고 '나는 왜 이렇게 됐지? 문제가 뭐지? 인생 망했나…' 하는 생각을 하는 저년차들이 많다. 나는 수습 때 직장을 옮긴 건 아니지만 그 후에 진짜 많이 옮겼다. 하지만 변호사 세상 아무리 좁다 한들 모두가 모두를 알고 지내는 것도 아니고, 나도 그 세상의 일원이기 때문에 그들도 항상 나에 대해 함부로 할 수는 없다. 

(다만 나는 큰 곳으로 갈 생각이 없고, 결국 나중에 개업을 할 것이기 때문에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걸지도 모른다. 인터넷 닉네임으로나 유명하지 이걸 쓰고 있는 실물 개인은 그냥 서초동에서 다크서클 달고 다니는 평범한 사람이고. 중형이나 부티크에서 빅펌으로 가는 등, 나와 다른 루트를 탈 사람들은 다르게 생각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지역의 경우 워낙 좁다보니 많이 생각해야 하고. 듣기로는 모 지원 앞에는 변호사가 세 명이라는데?)


참고로 나는 ①을 그만둔 후 다음 회사를 다니면서도 취업정보센터를 봤는데(옮길 생각 없어도 자주 봄), 나 나간 뒤로 한 달에 한 번씩 3번 정도 공고가 올라온 걸 확인했다. 깔깔 




일을 시작하려면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나는 로스쿨 가기 전에 사회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고. 근데 당장은 힘들어도 생각보다 괜찮아요. 근데 솔직히 회사 n번째 그만뒀을 땐 진짜 나한테 문제 있는 줄 알았다……. 난 개업해서 어쏘 고용하면 어쏘한테 저따위로 굴지 않을 거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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