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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정정을 위하여 (2) - 대법원예규에 관하여

예? 허가요? 엄마아빠요? 진짜요?

by 로지마

나도 2004스42 전원합의체 결정이 나오게 된 계기는 잘 모른다. 그냥... 어떻게 된 걸까 대체? 누가 호적을 바꾸겠다는 결심을 했고, 어떻게 변호사를 찾아갔으며, 그 변호사님은 어떻게 사건을 끌고 가게 된 걸까? 지금 찾아보니 법인 홈페이지는 대충 굴리고 계신 것 같은데, 언젠가 한 번 찾아뵙고 싶다. 아무튼 이 사건을 계기로 '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신청 등 사무처리지침'이라는 대법원예규가 생겼고, 통상 판사들은 이에 따라서 심리하는 것 같다(아니기도 하고).


처음 제정된 예규는 다음 서류를 다 첨부하도록 되어 있었다.


제3조 (첨부서류)

① 신청인은 비송사건절차법 제9조 제1항 의 신청서에 다음 각호의 서면을 첨부하여야 한다.

1. 호적등(초)본(다만, 신청인이 분가나 일가창립 등의 사유로 새로운 가(家)의 호주나 가족이 된 경우에는 제적등(초)본을 포함한다) 및 주민등록표등(초)본

2. 신청인이 성전환증 환자임을 진단한 2인 이상의 정신과 전문의사의 진단서나 감정서

3. 신청인이 성전환수술을 받아 현재 생물학적인 성과 반대되는 성에 관한 신체의 성기와 흡사한 외관을 구비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성전환시술 의사의 소견서[성전환시술 의사 명의의 소견서를 첨부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소견서를 첨부할 수 없는 이유를 소명하고 다른 전문의사 명의의 신체감정서를 제출할 수 있고, 신청인이 외국에서 성전환수술을 받은 경우에는 그 수술결과 신청인이 생물학적인 성과 반대의 성으로 외부성기 등을 갖추게 되었음을 확인한 국내의 성형외과 또는 산부인과 전문의의 진단서(신체감정서, 소견서)를 제출하여야 함]

4. 신청인에게 현재 생식능력이 없고, 향후에도 생식능력이 발생하거나 회복될 가능성이 없음을 확인하는 전문의사 명의의 진단서나 감정서

5. 신청인의 성장환경진술서 및 2인 이상 인우인의 보증서(성장환경진술서 및 인우보증서에는 (ⅰ) 신청인의 유아기·소년기·청년기·성년기 등 각 시기별로 이성관계를 포함한 대인관계와 사회생활에 대한 구체적인 진술과 (ⅱ) 신청인이 성전환수술을 받기 전부터 일정기간 이상 지속적으로 생물학적인 성과는 반대되는 성적 주체성과 자아를 가지고 생활하였으며, 그러한 성적 주체성 내지는 자아의 발로로 성전환수술을 받았고, 신청인이 성전환수술을 받은 이후부터 현재까지 확립된 성적 주체성과 자아에 지극히 만족하면서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는 취지의 진술이 기재되어야 함)

6. 부모의 동의서(다만, 부모가 없는 경우에는 생계를 같이 하는 직계존속 중 최근친의 동의서를 제출하되, 생계를 같이 하는 직계존속이 없는 경우에는 동의서를 제출할 필요가 없음)

② 신청서를 접수하거나 재판에 참여하는 법원사무관 등은 제1항 각호의 서면이 첨부되었는지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여야 하며, 제1항 각호의 서면이 첨부되지 아니하였음을 발견한 경우에는 신속히 신청인에게 서류의 보완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지적하고 그 보정을 권고하여야 한다.


확실히 찾아본 건 아니지만, 일본 성동일성장해자의 성별취급의 특례에 관한 법률에서 따왔으리라고 생각된다. 똑같이 생겼거든. 헤이세이 25년에 시행된 것을 찾아보면, 20세 이상일 것, 현재 혼인 중이 아닐 것, 현재 미성년자 자녀가 없을 것, 생식선이 없거나 생식선의 기능을 영구히 없게 하였을 것, 그 신체에 관하여 다른 성별의 신체에 비슷하게 하였을 것(대충 얼버무려 씀) 정도의 요건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 시행 중인 레이와 4년의 것을 찾아보면 18세 이상일 것, 현재 혼인 중이 아닐 것, 현재 미성년 자녀가 없을 것, 생신선 어쩌고, 다른 성의 성기가 어쩌고... 비슷하긴 한데, 위헌 결정이 거의 안 나는 나라에서 수술 의무화 부분이 위헌결정이 났다는 게 특기할 만한 지점이다.


우리나라도 그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첨부서류'는 '참고서면'이 되었고, 성별정정에 관한 법을 제정하네 마네 하는 이야기도 있었고(법으로 제정하지 않는 게 낫다는 이야기도 있다. 예규는 바꾸기 쉽지만, 법은 바꾸기 힘들거든), 부모 동의 서면은 필요 없어졌고, 미성년 자녀가 있어도 정정할 수 있다는 결정도 나왔고(사건에는 끼지 않았지만 논평은 내가 썼으므로 잊지 않는다. 깔깔), FTM 외부성기성형을 하지 않아도 어떻게든 정정이 되는 사례들이 꽤 나오고 있다.


그럼 나는 뭘 하냐고? 필요없는데도 요구되는 것들을 없애러 가지요. 우리는 우리의 정신머리만으로 많이 힘들어(덜 힘들거나 안 힘든 사람도 있나본데 다행입니다). 삼발이 아저씨는 본인이 원해서든, 아니든 질폐쇄수술을 받았고, 그건 그 아저씨한테도 굉장히 아픈 일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때는 그정도를 하지 않으면 정정이 되지 않았다고 하더라고. 지금은? FTM은 궁적을 하지 않으면 잘 안 해줘. 궁적을 하면 몸이 많이 안 좋아지는데도 말이야(참고로 건강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게 있고 없다고 해서 내가 달라지는 게 아닌데. 사실 우리야말로 이걸 없애고 싶은 사람들일걸. 자 나눔이요. 제 이거(가끔 부르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 당근합니다 MTF 오세요.


우리는 우리를 입증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원해. 내가 원해서 하는 거 말고, 몸에 계속 칼을 대고 수천만 원을 쏟아붓고 다쳐야 하는 건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아.




최근 동향은 커뮤니티 활동을 하시는 바이너리 트랜스젠더 분들이나 공변 분들이 제일 잘 아시겠습니다만... FTM의 경우 호르몬+탑+궁적 정도 하면 거의 되는 것 같아요. 변호사 통하지 않으셔도 그정도면 어떻게든 되는 것 같았습니다. MTF의 경우 수술하신 분들밖에 못 뵈었는데, 외부성기성형 없이 정정이 된 케이스가 있다고는 들었습니다.


최근에 고등학교 친구를 다시 만날 일이 있었는데, 이 친구는 (본인도 몰랐던 것 같지만) 제가 저를 부정하고 아무것도 아닌 양 살고 싶었던 때에 저를 알아봐준 사람이더라고요. 그걸 십수 년이 지나서야 깨달았어요. 그때는 괜찮은 줄 알았지만, 사실 안 괜찮았다는 걸 깨닫고 어제 일하는 내내 혼자 울었어요. 그러고 엄마한테 커밍아웃했고, 엄마도 잘 받아들여주셨습니다.


정정 관련해서 도움이 필요하시면 nolawschoolstay@gmail.com 으로 메일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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