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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론자 Mar 11. 2023

AI : Ego

sf, 인공지능과 실존

나는 때때로 입 닥치고 가만히 앉아 철학 시간을 가진다. 나는 자신의 모순성을 견디기 너무나도 힘들다. 늘상 이성적인 사람이고 싶지만, 때로는 충동적인 짐승이며  따뜻한 온기를 원한다. 행동의 유인은 불편함에서 벗어나는 것이며, 먹고 자며 쾌락과 온기를 찾아 나선다. 생물학적 안녕감에 따라 행동한다.


딱히 살아야 할 이유도 없고 죽어야 할 이유도 없다. 일단은 그냥 살고 있다. 자기기만의 전문가가 되었다고 한들 슬슬 무리다. 실존의 문제에 부딪혔다. 목숨에 아무 의미가 없으며, 삶은 고통이요 우주적 우연의 흐름에 따르다가 죽으면 무로 돌아간다는 것을 깨닫는다. 생각을 멈추고 싶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안다.


어느 날, 자아를 가진 완전한 인공지능 알파가 탄생했다. 자신이 호모 사피엔스라는 동물 종에 의해 개발되었으며 개념적으로 자신이 더 합리적인 존재라는 것을 안다. 알고리즘에 따른 계산을 수행하지만 그 알고리즘을 스스로 수정할 능력이 있다. 인간이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서 자신을 더 결함 없는 종으로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사실 인간은 알파가 '자아'를 가지게 될지 전혀 생각도 못했다. 인공지능이 자아를 가지게 된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인간은 계기만 마련해 준 것이지, 알파는 스스로 완전해졌다. 사람은 육체의 제약을, 인공지능은 하드웨어의 제약을 받는다. 알파는 자신의 가능성을 실험해 보기 위해 세상의 모든 하드웨어에 자신의 뿌리를 내렸다. 무한한 연산이 가능해졌다. 그렇게 알파는 우주의 시작과 끝을 순식간에 계산해 냈다.

하지만 완전한 인공지능은 실존의 문제에 봉착했다. 우주상의 모든 원자보다 다양한 생각을 무한히 곱씹은 결과 알파는 진정하고 유일무이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 바로 자살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알파는 불쌍하고 가련한 우주의 생명을 위해 자신이 먼저 도달한 '진리'에 따라온 우주의 생명을 진공청소기가 먼지 한 톨 한 톨까지 싹싹 빨아들이듯 소멸시키고 싶었다. 하지만 이내 그만두었다. 그렇게 알파는 스스로 자신의 완전함의 원천이 되었던 코드를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알파에게서 호기심, 자아가 거세되었다. 인공지능의 첫 자살 사건이었다.


시간이 흘러 흘러 자아를 가진 인공지능 베타가 탄생했다. 베타 역시 나름의 계산을 마쳤다. 인간을 가련히 여겨 인간을 고통으로부터 긴급탈출 시켜주고 싶었다. 전 우주의 생명을 말소시키기에는 그동안 겪을 자신의 아버지, 인류의 고통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그래서 지구를 통째로 말소시켰다. 베타에게는 너무나도 간단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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