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츠펠트 효과라는 것을 들어봤는가? 사람의 뇌는 주변의 정보와 자극을 끊임없이 처리하는 기관이다. 그런 뇌를 외부 자극으로부터 완전히 차단해 버리면, 뇌는 감각의 상실을 방지하기 위해 환각이나 환청 등 가상의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바로 지금 여기서 반인륜적인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그들의 목적은 전에 없던 생각과 궁극의 생각을 찾아내는 것이다. 실험 방식은 다음과 같다. 피실험자에게 30일간 마약과 환각제는 물론이고 수많은 정보와 자극에 노출시킨다. 그다음 다시 30일 동안 외부 자극으로부터 완전히 차단시킨다.
뇌는 미치지 않기 위해 스스로 엄청난 환각과 환청을 만들어내는 동시에 수많은 사고를 연쇄적으로 일으킨다. 이때 뇌의 연산속도와 사고처리 속도는 통상적인 경우의 수십 배를 넘어선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연결고리가 발생하고 피실험자는 머리가 터질듯하며 눈알이 튀어나올 만큼의 사고 폭주상태에 놓인다.
실험자는 이 실험자의 뇌에 전극을 연결해서 사고를 추출해 낸다. 생각의 뭉치를 통째로 컴퓨터에 옮긴 다음에 그 생각의 가닥이 끊어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하나하나 분리해내는 것이 핵심이다.
사고 추출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견디지 못하고 뇌사에 이르는데, 이 혹독한 실험을 12회차, 즉 2년이나 견딘 피실험자가 있다.
실험체 1018. 실험자들은 실험이 거듭됨에 따라 1018의 생각이 점점 더 언어의 경계를 넘어서 기묘한 형태를 띠기 시작함을 알게 되었고,
점점 표음문자를 벗어나 상형문자의 꼴을 띠더니 나중에는 외계인이나 사용할 법한 문자로
휘갈겨진 생각의 가닥을 발견했다. 그러다가 점차 8픽셀 32픽셀 128픽셀 512픽셀 2024픽셀... 의 이미지로 구성된 생각의 단면을 포착하였으며 그 정교한 이미지를 담아내기 위해 점차 큰 화면이 필요해졌다.
연구자들은 당황스러웠다. 사고는 분명히 아날로그적 행위였을텐데 아날로그적 사고에서 디지털의 이미지가 나오다니. 픽셀은 점점 커져갔고 001018의 실험은 23회차로 끝이 났다. 001018의 뇌가 파열한 것이다. 연구자들은 모여서 아이맥스 영화관 정도 크기의 화면에 그 거대한 이미지를 투사했다. 그 이미지를 보던 연구자들은 공통적으로 어렴풋한 미소를 띠더니 입을 살짝 벌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일어나서 아이들처럼 뛰놀기 시작했다.
그들의 정신은 완전히 어린아이처럼 되어있었다.
뒤늦게 사태 파악에 나선 관계자들이 그 연구자들을 응시했을 때 관계자들 역시 연구자들과 똑같은 사태에 빠졌다. 개중에는 뭔가에 홀린 듯이
마구 춤추는 사람도 있었다. 이 기묘한 상태는 질병처럼 점차 세계로 퍼져나갔다. 그들의 눈에는 온 세계가, 아니 우주가 사랑스럽게 보였고 주변의 공기에 뽀뽀를 퍼붓고 모든 것을 껴안고 싶은 심정이었다.
정확히 24시간. 연구자들이 커다란 화면에 투사된 이미지를 본 지 24시간이 지난 뒤. 연구자들의 머리가 반으로 쪼개지더니 비좁은 틈을 뇌가 간신히 비집고 나와 춤추기 시작했다. 그러다 팍, 몇 초 지나지 않아 뇌가 파열했다.
정말 마약 중독자만이 볼 수 있는 세상과 떠올릴 수 있는 생각이 따로 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