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시절 문방구에서 딱지를 훔치는 것이 시작이었다. 딱지는 팽이가 되었고 팽이는 레고가 되었으며 레고는 건담이 되었다. 민수는 나름 명문대학교의 학생이 되었음에도, 그의 도벽 기질은 멈출 줄 몰랐다.
그는 이런 자신의 절도 행위에 희열을 느꼈다.
그 다른 무엇도 그를 이만큼 흥분 상태에 놓이게 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편의점에서도, 잡화점에서도 스리슬쩍 숨 쉬듯 자연스럽게
그의 욕구를 채워나갔다. 그의 솜씨는 이미 프로 수준을 넘어섰다.
한편, 민수는 7급 공무원 시험에 응시했고 불안에 떨며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갑갑한 마음에 호로요이를 홀짝이며 새벽에 홀로 길거리를 배회하다가 금은방을 지나친다. 민수는 그날, 책임 없는 쾌락에 온 몸을 지배당한다.
다음날 7급 공무원 시험 결과가 나왔고, 민수는 합격이었다. 민수는 얼떨떨해있었으며 그 순간 누군가 민수의 자취방 문을 두드렸다. 경찰이었다.
사실 민수는 엄청난 불안에 흽싸여 있었다. 자기가 이제껏 저질러 왔던 모든 죄악들을 감내해야 할 날이 오지 않을까. 그만두자 그만두자 하면서도 민수는 계속해서 일을 저질러 왔다. 드디어 그날이 도래했고 민수는 묘한 안심을 얻었다. 그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다만 바보 같은 생각이 문득 그의 머릿속을 지나쳤다.
'어렸을 적 딱지를 훔칠 때 문방구 아저씨한테 들켜 부모님에게 호되게 야단을 맞았다면 이 사단은 나지 않지 않았을까?' 조금 더 빨리 들켰다면 좋았을 텐데. 민수는 좌절했고 오열하며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조심하시라. 악마는 욕심 많은 사람들을 항상 주시하고 있다. 사람이 잃을 것이 가장 많은 순간을 희희덕거리며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