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연론자 Feb 20. 2023

리추얼의 종말

스마트폰한테 주의력을 압류당한 당신에게

유비쿼터스. 언제 어디서나

시공간의 중력은 가뿐해졌다

달 위를 둥둥 떠다니는 기분

모든 제약이 사라져가는 디지털 시대

당신의 마음은 어디에 머무르는가

마음을 붙들어 놓을 곳이 있는가?

늘 같은 장소에 정박해 있는 집

항상 내 방에 머무르는 침대

그것은 안정감을 준다

시시각각 놀라운 것을 제공하며

주의력을 빼앗아 가는 스마트폰

안정감이라고는 없다. 100% 주의산만

규칙성 없는 변칙적인 것으로

일상을 가득 채워서는

자신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영혼이 육체를 홀랑 빠져나가지 전

지금 여기 땅에 발 붙이고 있는 육체에

정신이 머무를 수 있도록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반복적으로 행할 무언가가 필요하다

우리는 지금 리추얼*이 필요하다



* 리추얼 : 의식, 의례, 또는 반복적으로 행해짐으로써 마음을 안정시키고 생활에 리듬감을 주는, 개인의 일상적 습관.




++ 한병철, 리추얼의 종말

시간 안에서의 리추얼은 공간 안에서의 집에 해당한다. 리추얼은 시간을 거주 가능하게 만든다. 시간에 질서를 부여하는 행위다. 시간은 점점 모래 한 줌과 같이 쉽게 흩어져 버린다. 아무것도 시간에게 멈춤을 주지 않는다. 황급히 가버리는 시간에서는 거주 가능하지 않다. 같음과 반복을 통한 리추얼은 삶을 안정화한다. 반복은 주의력을 안정화하고 심화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명랑하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