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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론자 Jun 14. 2024

나의 사랑스러운 레오

SF,  단편소설

어느 날, 아프리카에서 희귀한 생물종이 발견됐다. 그의 외양이나 생김새의 사랑스러움은 단박에 전 세계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을 끌어들이기에 충분했다. 한 생물학자는 그 종을 유전적으로 개량해서, 사람들에게 애완용으로 팔아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렇게 전례 없이 매혹적인 생물종이 탄생했다. 아아, 그 생물은 무엇인가 다른 질료로 빚어진 것 같았으며, 천사의 시샘을 사기에도 충분할 정도로 아름다웠고, 악마도 매혹될 정도의 고고한 자태를 보였다.


하지만, 그러한 이유로 그 생물은 매우 비싼 값에 거래되었으며, 외모를 가로 극히 까다로운 환경 조건에서만 생활이 가능했다. 단편적으로, 이 생물은 입맛이 특이해 특수한 먹이가 필요했는데 그 먹이값을 감당하기 위해서만, 한 달에 일반적인 직장인의 연봉에 해당하는 금액이 들어갔다.



마침 자본주의가 실패하고, 그 곪은 단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내기 시작하기 시작한 시대였다. 일반 서민들은 값싸고 저렴한 열량으로 연명하기 급급했는데 그 종의 한 끼 식사에는 미슐랭 스타의 오마카세급의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 생물은 여러모로 구설수에 오르면서도, 그 자체로 부의 상징이자, 만인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한편, 부유한 사람들은 이 희귀한 생물을 소유하기 위해, 더 나아가, 그 종을 개량해 자신의 소유물인 그 생물의 희귀함과 고유성을 확보하기 위해, 그렇게 자신의 자아와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 더욱 부를 축적했다. 한 금수저 초딩 꼬마는 자칭, SSS급 아르세우스 오너라고 떠벌이고 다닐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 광기와도 같은 열풍은 예상보다도 더 오래갔다. 이 생물종이 세상에 이름을 알린 지 10년을 넘기는 동안 세계 인구의 절반이 넘는 사람이 일자리를 잃었으며, 음식과 생필품 이외에는 어떠한 소비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쪼들려갔다.


그중에서도 잃을 것이 없을 정도로 가난한 사람들은 이 생물을 말살하고, 자신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려 했지만, 그들의 운동은 실패했다. 특별법으로 인한 더 강력한 법적 제재를 받아 구속되었을 뿐이었다.



, 나에게 어떠한 감동도 일으키지 않는 사회적 이슈. 나는 사회의 모든 것을 제3자 입장에서 담담하게 관찰할 뿐이다.


친구가 내게 '너는 신선놀음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나는 사회에 도움이 되는 어떠한 종류의 생산도 하지 않는다. 오직 자기만족을 위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릴 뿐인, 방구석 히키코모리다. 배곯을 일 없는 나는 욕심이 많지 않다.


나는 내 무릎 위에서 그르렁 거리는 고양이 털의 부드러움을 느끼며, 언제나처럼 멍하니 느긋한 사색에 들어간다. '잔인하다는 자각이 없는 사람이 제일 잔인한 거야.' 고양이가 내게 그렇게 말해오는 듯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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