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프리카에서 희귀한 생물종이 발견됐다. 그의 외양이나 생김새의 사랑스러움은 단박에 전 세계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을 끌어들이기에 충분했다. 한 생물학자는 그 종을 유전적으로 개량해서, 사람들에게 애완용으로 팔아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렇게 전례 없이 매혹적인 생물종이 탄생했다. 아아, 그 생물은 무엇인가 다른 질료로 빚어진 것 같았으며, 천사의 시샘을 사기에도 충분할 정도로 아름다웠고, 악마도 매혹될 정도의 고고한 자태를 보였다.
하지만, 그러한 이유로 그 생물은 매우 비싼 값에 거래되었으며, 외모를 댓가로 극히 까다로운 환경 조건에서만 생활이 가능했다. 단편적으로, 이 생물은 입맛이 특이해 특수한 먹이가 필요했는데 그 먹이값을 감당하기 위해서만, 한 달에 일반적인 직장인의 연봉에 해당하는 금액이 들어갔다.
마침 자본주의가 실패하고, 그 곪은 단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내기 시작하기 시작한 시대였다. 일반 서민들은 값싸고 저렴한 열량으로 연명하기 급급했는데 그 종의 한 끼 식사에는 미슐랭 스타의 오마카세급의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 생물은 여러모로 구설수에 오르면서도, 그 자체로 부의 상징이자, 만인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한편, 부유한 사람들은 이 희귀한 생물을 소유하기 위해, 더 나아가, 그 종을 개량해 자신의 소유물인 그 생물의 희귀함과 고유성을 확보하기 위해, 그렇게 자신의 자아와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 더욱 부를 축적했다. 한 금수저 초딩 꼬마는 자칭, SSS급 아르세우스 오너라고 떠벌이고 다닐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 광기와도 같은 열풍은 예상보다도 더 오래갔다. 이 생물종이 세상에 이름을 알린 지 10년을 넘기는 동안 세계 인구의 절반이 넘는 사람이 일자리를 잃었으며, 음식과 생필품 이외에는 어떠한 소비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쪼들려갔다.
그중에서도 잃을 것이 없을 정도로 가난한 사람들은 이 생물을 말살하고, 자신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려 했지만, 그들의 운동은 실패했다. 특별법으로 인한 더 강력한 법적 제재를 받아 구속되었을 뿐이었다.
아, 나에게 어떠한 감동도 일으키지 않는 사회적 이슈. 나는 사회의 모든 것을 제3자 입장에서 담담하게 관찰할 뿐이다.
내 친구가 내게 '너는 신선놀음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나는 사회에 도움이 되는 어떠한 종류의 생산도 하지 않는다. 오직 자기만족을 위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릴 뿐인, 방구석 히키코모리다. 배곯을 일 없는 나는 욕심이 많지 않다.
나는 내 무릎 위에서 그르렁 거리는 고양이 털의 부드러움을 느끼며, 언제나처럼 멍하니 느긋한 사색에 들어간다. '잔인하다는 자각이 없는 사람이 제일 잔인한 거야.' 고양이가 내게 그렇게 말해오는 듯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