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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단영 Oct 31. 2021

가을이라고? 이 노래 들어봐

가을 플레이리스트 추천

완연한 가을이다. 10월 초까지는 여름이었고, 중순에는 급작스럽게 한겨울 마냥 한파가 찾아왔지만. 이제는 걸어 다니는 어디든 낙엽이 있고 단풍이 물들었다. 나이가 들수록 나는 가을이 좋다. 엄마의 가을을 탄다는 말도 무슨 의미인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특유의 바람 냄새가 콧가에 스미는 지금, 헛헛하면서도 일렁이는 마음을 가득 채우고도 남을 만큼 좋은 노래들을 추천해 보려 한다.



 The Carpenters - Close to you


올드 팝이다. 이 앨범이 발매된 연도가 1970년이니, 우리 엄마 보다 한 살이 적다. 사실 Close to you는 올리비아라는 가수의 리메이크 버전도 상당히 유명한데, 이상하게 나는 가을이 되면 카펜터즈의 원곡을 찾아듣게 된다. 당시에는 멜로디가 단순하고 록 음악에 비해 잔잔한 곡의 구성 때문에 음악 팬들에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고 한다. 마치 '박효신, 아이유, 그리고 NCT'의 엔시티를 담당했달까. 노래는 분명 좋았지만 카펜터즈의 팬이라는 말을 당당히 하지 못했다고. 그러나 50년 가까이 흐른 지금 나는 단언할 수 있다. 분명 노래 자체는 단순하고 지루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 노래를 캐런 카펜터 만큼 쉽게, 그리고 감정이 전달되게 부를 수 있는 가수는 없을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가볍게 방청소를 한 후 커피 한 잔을 걸치며 이 노래를 듣는 순간, 알지도 못했던 70년대 감성이 전신을 휩쓰는 기분이 든다.


Why do birds suddenly appear every time you are near
Just like me, they long to be close to you
Why do stars fall down from the sky every time you walk by
Just like me, they long to be close to you



Harry Styles - Falling


해리 스타일스의 음색에는 사람을 홀리는 뭔가가 있다. 뭐가 됐든 분명히 있다. 왜냐면 내가 혼자 Falling을 부르면 그 느낌이 안 나거든. 해리의 담담하고도 절절한 음색은 연인을 잃고난 뒤 공허함을 여과 없이 표현하고 있다. 이 노래를 들으면 괜히 나 역시 어딘가로 한없이 꺼지는 기분이 들기도. 여름에 Watermelon Sugar가 있다면 가을엔 Falling이 있다. 'What am i now'라는 가사가 부디 현재 해리의 상태를 대변하는 말이 아니었으면 한다. 노래는 절절하게 하더라도 현실에선 행복했으면. 해리의 깊은 음색과 짙은 무게감을 느끼고 싶다면 이 노래를 추천한다.


What am I now
What am I now
What if I'm someone I don't want around?
I'm falling again
I'm falling again
I'm falling



이든 - 93


이든은 아마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는 싱어송라이터일 것이다. 93은 처음에 들었을 때는 한번에 와닿지 않았다. 생각보다 시작 비트가 발랄해서 그랬나, 가사를 보고 예상한 느낌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노래는 단풍이 든 나무가 울창한 도로 위를 드라이브 하며 들으면 최고라고. 가을이라고 해서 꼭 딥하고 잔잔한 노래만 어울리란 법은 없다. 경쾌한 비트 위에 이별의 현실을 녹여낸 가사가 또박또박 담겨 있다. 노래 가사처럼 오랜만에 밖을 나섰다면, 그림자처럼 잔상이 되어 따라오던 마음의 짐을 두고 떠날 준비가 되었다면. 이 노래를 들으며 운전하거나, 걷는 것을 추천한다. 그러나 제목이 왜 93인지는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다(?) 


오래간만에 밖을 나오니 기분이 꽤 좋지
달은 춤추고 음악은 신나고 네 생각은 없지
오늘 밤 왠지 난 벗어날 것 같아
네가 날 버리고 간 이유는
이제는 나와 상관없지



Clinton Kane - I GUESS I'M IN LOVE


정말 오랜만에 발견한, 음색이 보석같은 가수. 알고보니 16년도 부터 유튜브에 커버곡을 업로드 하다가 데뷔한 신인이라고 한다. 발매되고 영국 싱글차트, 빌보드 차트에 모두 올랐다고 하니 내가 억울할 만도 하다. 이 노래는 정말 음색이 다 한다. 가사에 집중하지 않고 들으면 마치 이별 노래인 것도 같다. 그만큼 호소력 짙고, 울림 있는 목소리로 사랑에 빠진 노래를 하다니. 추워질 무렵에 따뜻한 차 한 잔을 우려 놓고, 창문을 열고 무드등을 켠 뒤 이 노래를 스피커로 틀면 방 안이 감성으로 꽉 차버리고 만다. 케인 더 유명해져서 노래 많이 내줘. 아니 유명해지지마. 아니 유명해져. 한동안 지킬 앤 하이드 마냥 내 맘을 어지럽고 시끄럽게 했던 장본인. 어서 빨리 충만한 음색으로 노래 내서 겨울을 버틸 힘을 주었으면.


And darling, this is more than anything I've felt before
You're everything that I want but I didn't think I'd find
Someone who was worth the wait of all the years of my heartbreak
But I know now I've found the one I love



Jess Glynne - I'll be there 


제스 역시 왜 이제야 알았는지 서운한 가수 중 한 명이다. 이 노래는 비교적 최근에 빠지게 되었는데, 출퇴근 플리로 이것만한 게 없다. 사실 이 노래는 라이브 버전이 정말 좋다. 제스의 독특한 음색과 바이브레이션이 라이브에서 빛을 발하기 때문. 해가 막 뜬 아침이나, 노을이 어둑해지는 저녁 언제 들어도 상관없다. 가사 자체가 힘을 실어주기 때문에 출근길에 걸으면 괜시리 걸음이 당차지기도 한다. 코로나가 빨리 사라져 제스가 내한을 왔으면 좋겠다. 이 소다 같은 음색을 나만 알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When all the tears are rolling down your face
And it feels like your heart was the only one to break
When you come back home and all the lights are out, ooh
And you getting used to no one else being around
Oh, oh, I'll be there


어쩌다 보니 플레이 리스트 비중에 팝이 많아졌다. 하지만 국내건 국외건 좋은 노래가 계속 발매되는 이상 나의 플리는 계속해서 새로운 곡들로 채워질 것이다. 가을은 금세 떠나겠지만, 노래는 마음에 남는다. 드디어 찾아온 우리의 가을을 보내주기에 앞서, 이 노래들과 함께 즐겨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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