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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우 Nov 09. 2022

[영화] 행복(Le Bonheur)

1965 / Varda Agnès (바르다 아그네스) / 벨기에               



부조리     


그 녀석의 죄는 세상의 통념을 인지하지 못한 순진함이었다.

그리고 세상의 죄는 그런 녀석의 순진함을 채 계산하지 못한 성급함이다

부조리란 결국 이처럼 다양한 변수를 수용하지 못한 인간의 도덕적 욕심에서 비롯된 어긋남인 것이다.     



누가 봐도    

 

동네에서 성실하고 착하기로 소문난 훈남 목수와 센스 넘치는 예쁜 재봉사인 아내는 서로 첫사랑이었고 그 사이엔 귀여운 딸과 아들이 있다. 이런 단란함의 황금비율의 가족은 하루하루가 예쁜 홈드라마처럼 평범하지만 행복한 나날은 동네 풍경조차 무지갯빛으로 빛나게 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행복의 교과서 같은 바람직한 가족이다.     



과식    

 

행복한 사람은 행복하고 싶은 사람들을 자석처럼 끌어당긴다. 손수 옷을 만드는 재봉사인 여자는 행복을 구축하려는 예비부부들로부터 드레스 주문이 점차 들어오기 시작했지만 남자에게는 행복이 궁금한 여자들이 다가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던 중에 남자는 사랑하는 아내와는 색이 다른 새롭고 신선한 여자를 만나게 된다. 그것의 결과까지 채 생각지 못하는 바보 남자는 그런 색다른 사랑에 빠지면서 자신이 그토록 좋아하는 사랑을 두 개나 얻었다며 기뻐한다.     



소화불량     


부부는 여느 때처럼 숲으로 피크닉을 나왔다. 풀숲 나무 그늘에 돗자리를 깔고 보석처럼 반짝이는 강물을 향해 앉아 마주 잡은 두 손을 통해 주고받으며 평온한 행복의 오후를 만끽하고 있다. 아이들은 저쪽에서 떠들며 논다. 

아내가 말한다. ’ 당신은 요즘 왠지 더 밝아진 것 같아.‘

그러자 기다렸던 기회가 온 것처럼 남자는 미소 띤 얼굴로 아내를 바라보며 어쩐지 그동안 자랑하고 싶었지만 참아왔던 말을 하듯이 대한 기쁜 어조로 말했다.

’ 난 얼마 전 당신만큼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없었던 색다른 사랑을 어느 여인에게서 얻었어 ‘

’ 그것은 나에게는 횡재 같은 행운이야. 이 모든 것은 당신을 만나서 이런 행운들이 몰려드는 것 같아 고맙고 행복해 ‘

여자는 이 남자 앞에서 처음으로 심각한 무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여느 때처럼 서로에 기대어 햇살 산책을 즐겼고 아이들이 낮잠을 자는 동안은 사랑도 나눴다. 남자 행복에 흠뻑 젖은 얼굴 그대로 낮잠에 빠졌다.     

그가 아이들 소리에 잠에서 깼을 때 곁에 아내는 없었다. 그리고 웅성거리는 소리가 나는 물가의 다리로 갔을 때 한 여자가 둘러싸인 사람들 가운데 죽은 채 누워있었고 그 여자가 아내라는 것을 확인했다.          



통증 과 회복     


남자는 두 개의 행복을 잃은 날카로운 상실감에 한동안 표정 없는 나날을 겨우 버티고 있었다. 

마치 양팔이 잘린 것처럼 어느 것도 할 수 없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동정했지만 그 동정의 원인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애석함을 그저 어중간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흐른 후 그는 새로운 사랑을 찾아갔고 그녀에게서 처음으로 위로를 받게 되었다.

시간이 좀 더 흐른 후 두 사람은 결혼했고 어린 우 아이와 함께 늘 갔던 숲으로 피크닉을 간다.

마을 사람들은 다시 찾은 그의 행복에 안심하였다. 오후의 햇살 아레서 노는 그들의 빛나는 모습은 누가 봐도 행복의 교과서였다.          


- -      



영화는 이렇게 끝나지만 그리고 그것이 끝이었으면 정말 행복하겠지만 일상은 늘 시작과 끝남의 반복이다.

  ’ 누가 봐도 ‘라는 것은 희망을 바라는 세상의 교과서적 편견일 뿐이란 것을 내심 알고 있기에 사람들은 반대로 현실은 냉혹하다 라는 말을 차마 혼자서 되뇔 수밖에 없다.

희망의 교과서로 치열한 현실을 살아가기에는 그 층의 두께가 너무나 두껍고 냉정하다. 그것이 인간의 부조리다. 그래서일까 이 영화의 주인공 남자는 까뮈의 이방인과 쌍둥이 형제처럼 닮았다.     


2019년 91세로 사망한 바르다 감독은 누벨 바그로부터 시작해 페미니즘 영화로 빛을 발하며 여성운동을 이끌어 왔다 그녀의 영화들은 불투명한 베일 같은 모호함이 없다 언제나 명료하고 정직하며 시간과 감정에 겉도는 낭비를 하지 않고 감상자의 감성의 중심부를 정확히 찾아 깔끔하게 물들인다.

’ 행복‘은 그녀가 처음으로 컬러필름을 사용한 영화여서 그런지 마치 캔버스에 그리을 그리듯 색을 마음껏 사용하고 있다. 마치 오후의 햇살에 비친 풍경을 바라보며 두근거리는 인상주의 화가의 감성처럼. 세상의 컬러를 만끽하고 있는데 그 색들의 조화가 이를 데 없이 아름답다.  색들에 감동하게된다.




https://youtu.be/IRGTIIwjWl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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