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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우 Nov 18. 2022

[영화]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있나요?

Et Maintenant On Va Ou?

2011 / 레바논/  Nadine Labaki(감독, 각본, 주연)

음악 : Khaled Mouzannar          



원시시대, 연약한 인간은 불확실한 미래와 거친 환경에서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종교를 창작했는데 문명을 이루면서 인간은 강해졌고 동시에 교만해졌다.

그리고 이제 인간들은 종교를 위안이 아닌 권력의 도구로 사용하며 지배자의 권위나 민심화합 그리고 전쟁의 명분으로 이용하기에 이르렀다.     


현대의 인간들은 과학 문명으로 강해졌고 그로 인해 세상은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평화가 정착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것은 하나의 無所不爲의 강력한 권력의 안정권 안에서만 있을 수 있는 생각의 한계이다. 인간은 아직도 권력 밑으로 흐르는 가부장적인 유전적 특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원시 성향은 고스란히 보전되고 있다. 쇼펜하우어의 ‘의지’가 바로 그런 생물학적인 개체 보전의 유전적 의지인 것이다.

이성을 가진 것과는 별개로 인류는 아직도 그런 유전적 의지에 지배되어 자신과 다른 누군가와 혹은 자신과 다른 집단과 대립하며 그 배타성을 참지 못하고 어느 한 집단이 종속되거나 죽을 때까지 처절하게 싸우는 것이다. 이 얼마나 미련하고 원시적이며 가련한 인간이란 말인가.     


레바논 출신의 감독 Nadine Labaki(나딘 라바키, 1974~)의 영화 'Et Maintenant On Va Ou?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나요?)'는 자국 레바논의 현실을 통해을 통해 연약한 인간들의 맹목적인 종교관에 대해 사실적인 풍자로 그린 영화이다.     


아이들이 서로 싸울 때 어른으로서의 엄마들은 그 싸우는 이유가 얼마나 사소하고 한심하기까지 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헛웃음이 나올 정도이지만 아이들은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으므로 그대로 놔둬서는 위험한 것이다. 그러나 여성인 엄마들은 남성처럼 힘이 없기 때문에 힘이 아닌 지혜로 유쾌하게 싸움을 중재해 나간다.라는 것이 이영화의 내용이다.     


마을 사람들이 50명도 채 안 되는 레바논의 촌구석 동네에는 천주교와 이슬람 교회가 나란히 서있고 사람들도 두 종교로 나뉘어 있지만 실은 동네 사람들은 애초에 어릴 때부터 함께 놀던 순박한 소꿉친구들이다. 그러나 부모로부터 이어받은 종교는 그들을 두 부류로 나누어버렸다. 참으로 어설픈 분단이다.

그들은 믿음과는 상관없이 자신이 속한 종교의 이상한 명예심 때문에 마을의 어린이 같은 순진한 남자들의 목숨을 내걸 정도로 다툼이 격렬해지자 그 위험을 감지한 동네의 지혜로운 여인들이 요령 있고 유쾌하게 싸움을 말리는 내용이다.      


실제로 레바논은 아랍어를 쓰면서 천주교와 이슬람교가 반씩 공존하는 나라이다. 이 영화는 레바논의 이런 정신적 분단의 현실의 축소형으로 외형으로는 코미디물이지만 그 내면은 하나의 국가, 두 개의 종교라는 한없이 깊은 골짜기 같은 무거운 현실의 이야기이다.     


다만 이 영화는 그러한 무거움을 초월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하늘이 있는데 그것은 음악이다. 영화에서 음악은 현실을 반영하면서도 현실에 머물지 않고 무거운 갈등을 승화시키는데 그것은 마치 좌, 우로 해결하지 못하는 갈등을 전혀 다른 차원으로 해결을 유도하는 생각지 못한 또 다른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음악을 통해 또 다른 차원을 제시하는 것이다. 즉 2차원에서 갈 수 있는 장향은 ‘동, 서, 남, 북’ 밖에 없지만 3차원에 서는 위와 아래라는 차원의 방향이 있는 것처럼 음악은 위에서 2차원의 갈등을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분류하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그 새로운 분류와 방향은 바로 ‘낭만‘와'이름다움'이다.  

승리하거나 패하거나(싸움), 앞에 있거나 뒤에 쳐지거나(우월주의), 많거나 작거나(빈부)... 이것들은 저급한 세상의 분류방식이다. 그러나 한 차원 위의 고급 분류는 거기에 낭만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분류인 것이다. 즉 행복이란 그런 저금한 분류로는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음악, 미술.. 즉 예술이란 바로 저 차원에서 느 생각지 못했던 아름답거나 낭만적이라는 상위 가치의 발견을 도와주는 도구인 것이다.     


이 영화는 그래서 음악영화이기도 하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음악이 어떤 존재이며 어떻게 저급한 분류를 초월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남성 중심 가부장 사회에서 여성의 지혜와 역할이 어떤 의미인지 힌트를 주는 여성적이며 아름다운 영화이다.     


https://youtu.be/E2LKLBKqw_g

오프닝에서 여인들이 아들과 오빠들이 묻혀있는 무덤으로 행진하는 장면은 마치 카보베르데의 ’Bau(바우)‘의 음악에 ’ Pina Bausch(피나 바우시)‘가 무용 연출을 한 영화 ’Talk To He(그녀에게)‘의 엔딩이 연상된다.



오리지날 사운드 트랙 앨범[전15곡] * 링크로 들어가서 감상

https://youtu.be/Ng0P67_tzdw?list=OLAK5uy_lmyYi7fvLvM9DdP4ilia1xVOVr-SyUr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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