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원우 Dec 24. 2022

여행과 향수


도무지 알 수 없는 미지의 그에게서 느끼는 긍정적 경계감과 호기심을 신비감이라고 한다.

사람에게 느끼는 신비감의 조건은 익숙지 않지만 싫지 않은 모르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감정은 그를 이해하게 되고 익숙해지기 전까지의 한정된 감정이다. 그러나 그를 알기도 전에 그가 떠났다면 그에 대한 해답을 봉해버린 영원한 신비의 사람으로 기호화된다.

인간이 기나긴 성인시절보다 그 짧은 어린 시절의 추억이 평생 그 사람의 각인되어 남는 것은 어린 시절 세상의 모든 것은 처음 가보고 처음 겪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옛 동네, 어머니의 맛, 우정, 첫사랑 등 이것들이 성인시대의 아무리 강렬한 추억보다 깊고 강한 것은 첫 경험이자 다시 경험할 수 없이 봉인된 기억이기 때문이다.      


유독 인간은 추억을 그리워하는 동시에 새로운 추억을 생산하려는 욕구가 있다. 그속에는 모험 또는 여행본능이 자리잡고있다. 자주 가는 익숙한 그곳으로 가는 것은 여행이라고 하지 않고 방문이라고 한다. 여행은 알 수 없는 그곳으로 떠나며 동반된 불안함을 즐기는 모험이며 반복되고 안정된 일상에의 반항이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그리움은 여행에의 향수로 치환된다.     


안전한 단체여행상품 또는 고급호텔이나 식당의 안락함과 고급 서비스 만을 누리려는 호사를 위한 여행을 진정한 여행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그것은 여행이 소비행위가 아닌 생산을 위한 도전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프로그램 등에서 흔한 타이틀 중에 ’ 나를 찾기 위한 여행‘이란 것이 있다. 그 말은 현재 자신의 삶은 자신이 만든 것이 아니라 규격화되어있는 삶이라는 제품 중에 하나를 선택해 그것에 충실하다는 것이겠지. 즉 선택한 프로그램 제품이 지루해져 더 새로움 제품을 찾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아직 첫 추억처럼 신비한 맛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국 그 맛을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인간은 그 첫 감정에 대한 상실감을 견딜 수 없어 숙명처럼 정초 없이 찾아 헤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는 소소한 추억들은 나머지 삶을 진중하게 바라볼 수 있는 깊은 눈동자를 만든다.     


이러한 여행이라는 미지의 불안한 신비에 중독된 사람은 방랑자가 되고, 익숙함에서 끝없이 탈출하며 반복 없이 향수를 생산해 나가는 로드무비가 된다. 이처럼 방랑은 자신을 찾기보다는 일상을 낯선 시선으로 볼 수 있는 신선한 눈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정화되는 눈의 표면적인 흔적이 여행에의 향수이다.


https://youtu.be/UF5riYfaWYk

장소 : 제주공항, 모슬포

음악 : Seemone - Brun de folie

작가의 이전글 연애영화와 시적인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