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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BM Nov 10. 2022

세종시라는 표지판과 함께 나아가다, 김지호

<잘 될 인터뷰 시즌5> 세종시 청년 스타터들의 이야기

우리가 무인도에 떨어졌다고 가정해보자. 우리는 떨어진 사과를 주워 먹었다가 아파도 보고, 사냥을 하다 다쳐도 보면서 생존 방식을 배울 것이다. 동굴에서, 나무 위에서 잠을 자보며 집이 없는 환경에 차츰 익숙해질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수많은 경험을 통해 무인도에 완벽히 적응해갈 것이다. 이렇듯 인간이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데에는 경험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경험은 우리 자신을 주어진 환경에 맞게 변화시킨다. 오늘의 인터뷰이도 다양한 경험을 하며 세종시라는 낯선 환경에 적응 중이다.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무작정 찾아온 세종시에서 남다른 꿈을 꾸게 된 김지호님을 만나 보았다.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청사단 프로젝트>를 통해 바로깔끔이협동조합에서 대리로 근무 중인 세종 청년 김지호입니다. 올해 초, 보금자리를 찾아 세종시로 왔어요. 대전에서 나고 자라며 오랫동안 한 지역에서 머물렀다 보니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오래 살아온 동네를 떠나 자리 잡을 수 있는 지역을 찾던 중 세종시가 눈에 들어왔어요. 본가인 대전과 가까운 지역인 점, 꾸준히 발전 중인 도시라는 점에서 마음이 가더라고요. 그래서 연고도, 직장도 없는 세종시에 무작정 왔어요.


인터뷰 중 촬영한 사진


어떤 모습에서 세종시가 발전 중인 도시라고 생각하셨는지 궁금해요.


세종시가 대전과 가깝다 보니 친구들과 종종 놀러 오고는 했어요. 두 달 정도의 간격으로 꽤 자주 왔는데 올 때마다 매번 새로운 것들이 생겨나더라고요. 아파트, 공공기관 건물, 음식점 등이요. 갈수록 사람들도 많아지는 것 같고 변화하는 모습이 꾸준히 보였어요. 그런 점에서 발전 중인 도시라고 생각했죠. 또, 계획도시여서 그런지 다른 지역의 도심과 비교했을 때 색다른 느낌 들어서 계속 관심이 갔던 것 같아요.



처음 지역에 왔을 때는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오자마자 현실을 마주했어요. 저는 여기에 머물고 싶은데 1인 가구를 위한 집이 많이 없더라고요. 특히 중심부, 신도심으로 갈수록 더욱 그랬고, 집값도 생각보다 많이 부담되었어요. 그래서 외곽 지역인 장군면으로 오게 되었죠. 그런데 신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버스 노선이 한정적이고 배차 간격도 꽤 길더라고요. 자차 없이 어딘가로 이동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았어요. 집과 교통 이 두 가지가 다소 아쉽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변화하는 모습에서 분명 메리트가 있는 지역이라고 생각했어요. 쾌적한 모습으로 잘 조성되어 있는 신도심을 보았을 때, 조금 더디긴 해도 원도심 또한 함께 발전해나갈 거라는 확신도 들었고요.



근무하고 계신 바로깔끔이협동조합은 어떤 곳인가요?


바로깔끔이협동조합은 조합원 간 협업을 통한 공생을 추구하는 사회적경제조직인데요. 중심이 되는 바로깔끔이협동조합은 다양한 클리닝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예요. 협동조합에는 방역, 승강기, 전기, 소방, 철거 등 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조합원으로 함께하고 있어요. 각 분야별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조합을 구성하고 상호협력을 통해 전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예요.


바로깔끔이협동조합에서 방역 업무를 수행 중인 모습


새로운 환경을 찾아 무작정 온 세종시에서 어떻게 취업하게 되신 건가요?


살아가려면 수입원이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업을 가지는 게 필수적이잖아요. 이왕 세종시에서 살게 된 거, 지역 내에서 일을 구해보자고 생각했어요. 이곳저곳 정보를 찾던 중에 청년희망팩토리의 <청사단 프로젝트>를 발견했죠. 지역의 청년과 기업을 이어준다는 이야기에 망설임 없이 신청했어요. 이후 서면심사와 청사단 아카데미, 기업 탐방, 면접 등의 과정을 거쳐 바로깔끔이협동조합을 만나게 되었죠.


평소에도 지역 환경을 쾌적하고 깨끗하게 만드는 데에 관심이 많았어요. 개인적으로 플로깅 활동도 종종 하고, 코로나19가 심했을 때는 방역 지원 활동을 하기도 했거든요. 세상 사람들이 안전한 생활 환경에서 걱정 없이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기업 매칭 당시 바로깔끔이협동조합을 희망 기업 1순위로 두고 있었는데, 감사하게도 매칭에 성공해 근무할 수 있게 되었어요.


협동조합 업무 수행 중 촬영한 사진


<청사단 프로젝트>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청사단 프로젝트는> 사회적경제 청년활동가 양성 프로그램이에요. 지역 내 미취업 청년들에게 사회적경제 분야의 직무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요. 동시에 인력이 부족한 사회적경제조직에게는 청년 인력과 인건비를 함께 지원하고요. 단순히 일자리 매칭에서 끝나는 것이라 아니라, 청년들이 사회적경제 분야를 학습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해요. 서면 심사에 합격한 청년들은 직무 교육 및 기업 사전 탐방을 포함한 청사단 아카데미에 참여하거든요. 이때 아카데미에서 사회적경제에 대한 이해도가 급상승했던 기억이 있어요. 사실 저는 이 분야에 대해 완전히 문외한이었는데, 교육을 들으면서 많이 배웠죠. 또, 사업에 참여하는 청년들의 네트워킹 자리도 정기적으로 마련해주고 계세요. 덕분에 세종시에 아는 지인이 거의 없던 제게 새로운 인연이 많이 찾아왔어요.


청사단 아카데미에 참여 중인 지호님


아카데미에서 배우신 것을 토대로 사회적경제에 대해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저도 이제 막 공부하기 시작한 입장이라 약간 부담되네요. (웃음) 사회적경제는 공공의 이익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 수행하는 경제활동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사회적경제조직에는 크게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이 있고, 자활기업과 소셜벤처 등도 사회적경제 주체에 포함돼요. 자발적 참여와 협동, 연대 원리를 바탕으로 활동한다는 점에서 경쟁과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자유시장경제와는 차이점이 있어요.



개개인이 힘을 모아 시너지를 발휘하고
모두가 윈윈 하는 구조로 나아가는 것이
매우 이상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어쩌면 일반 사기업에서 일하실 수도 있었을 텐데, 특별히 사회적경제조직 취업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이전까지 사기업에서 일을 해왔기 때문에 다른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랬을 때, 협동조합의 목표가 제 가치관과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이윤 추구만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이 모여 힘을 합쳐서 시너지를 발휘하고,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구조로 나아간다는 게 매우 이상적이었죠. 저 또한 세상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말에 동의하고, 혼자 할 때보다 여럿이 함께할 때 더 좋은 결과를 창출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거든요.


또, 바로깔끔이협동조합은 독거노인의 가정에 방문해 무료로 클리닝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사회 환원을 위한 봉사 활동을 전개하고 있어요. 매우 가치 있는 일을 하고 계신다고 생각했고, 나아가 저도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협동조합의 뜻에 동참하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이곳에 입사하게 되었어요.


청사단 아카데미에서 이론 교육을 받고 있는 지호님


세종시에서 지내오며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


얼마 전 협동조합에서 규모가 큰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게 기억에 남아요. 시간과 노력이 많이 투자되는, 꽤 힘든 작업이었어요. 그래도 잘 마치고 직원 분들이랑 회식을 하게 되었는데, 맛있는 음식 먹으면서 웃고 떠드니까 힘들었던 게 다 사라지는 거예요. 많은 분들이 함께 움직여서 할 수 있었던 프로젝트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명 한 명의 힘이 합쳐져 마무리된 프로젝트를 보고 있으니 되게 뿌듯하고 보람 있더라고요. ‘협동’의 의미를 몸소 느낀 날이어서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바로깔끔이협동조합 봉사활동을 진행 중인 모습


청년희망팩토리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청년희망팩토리는 <청사단 프로젝트> 참여로 알게 되었어요. 처음 청년희망팩토리에 방문했을 때, 이름 그대로 청년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고 신기했어요. 공간 인테리어도 직접 하셨다고 해서 되게 멋있어 보이기도 했어요. 사무실에 칵테일 바가 있는 것도 신선한 충격이었죠. 여긴 정말 자유로운 곳이구나 싶었어요. 구성원 분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것, 계획하는 것을 눈앞에 그대로 실현할 수 있는 실행력을 가진 사람들인 것 같았어요.



함께 식사를 하고, 웃고 떠들고,
비전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생겼어요.



청년희망팩토리와의 인연으로 얻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곁에 좋은 사람들과 친구들이 생겼어요. 제가 아는 사람도 없는 세종시에 무작정 왔다 보니 가끔 외롭기도 했는데요. <청사단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또래 친구들을 많이 만났어요. 같이 밥 먹고, 놀고, 비전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생겼죠. 청년희망팩토리에서 프로젝트 참여 청년들을 모아 네트워킹 자리를 마련해주신 적이 있는데, 그 자리에서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어요. 덕분에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아닌 앞을 내다보는 대화를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 좋아요.


또, 한번 인연을 맺게 되니까 다른 프로젝트들에도 함께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이번에 청년희망팩토리에서 네스트빌딩이라는 청년허브공간을 조성해 얼마 후면 준공식도 열리는데요. 서경돈 사무국장님의 제안으로 준공식 TF팀에 합류하게 되었어요. 이번 활동도 <청사단 프로젝트>처럼 제게 소중한 인연을 선물해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큰 고민 없이 바로 함께하겠다고 했죠. 한편으로는 이런 행사를 준비해본 적이 없어서 새로운 경험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돼요.


청사단 청년 네트워킹 파티 단체사진


앞으로 지역에서 해보고 싶은 활동이 있나요?


그동안 저만의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해왔어요. 바로깔끔이협동조합에 입사해서도 대표님과 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정말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시는 거예요. 대표님도 저처럼 사업의 꿈이 있는 사람을 원했다며 여기서 일을 많이 배워갔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우선 협동조합에서 일을 배운 뒤에, 제가 직접 사회적기업을 설립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보다 구체적으로는 어린 친구들이 꿈을 펼치는 데 도움을 주는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는 게 목표예요.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나에게 세종시란 [          ] 이다.


나에게 세종시란 [ 표지판 ] 이다.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고민하던 저에게 나아갈 방향을 알려준 지역인 것 같아요. 세종시에 오면서 청년희망팩토리도 만나고, <청사단 프로젝트>도 만나고, 바로깔끔이협동조합도 만나면서 저만의 길을 찾아가고 있지 않나 싶어요. 그 과정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이 목적지에 도달하는 데 도움을 주는 아이템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세종시라는 표지판과 함께 목표를 향해 더 열심히 나아가고 싶어요.






<청사단 프로젝트>를 통해 갖게 된 새로운 꿈, 사회적기업 설립. 처음에는 그저 색다른 보금자리를 찾아보고자 지역에 왔지만, 뜻밖의 프로그램을 만나며 남다른 꿈을 꾸게 된 지호님. 그도 이곳에서 본인의 가치관과 비슷한 비전을 가진 기업을 만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어쩌면 그에게는 행운을 물어다 주는 제비가 찾아왔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소중한 인연과, 새로운 기회들을 담은 박을 물고 말이다. 아무에게나 행운을 가져다주지 않는 제비가 지금껏 최선을 다해 살아온 지호님에게 새 출발을 위한 선물을 주고 간 듯하다. 금은보화가 담긴 박을 이제 막 깨기 시작한 지호님. 앞으로 그의 삶이 또 어떤 방향으로 뻗어나갈지 기대된다.


<잘 될 인터뷰>는 무한한 가능성과 능력을 가진 이들을 응원하는 취지로 만들어졌습니다. 잘 된 사람, 특별한 사람만을 인터뷰하는 기존의 방식을 뒤집어 ‘잘 될 누군가’를 인터뷰함으로써 우리 모두가 잘 될 가능성을 지닌 사람들임을 부각하고자 합니다. 지역 청년을 청년희망팩토리가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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