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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얼 Apr 11. 2022

맛있는 커피? 맛없는 커피?

우리는 '이 커피 맛있다''이 커피 맛없다'를 가끔 너무나 쉽게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내 입맛대로 맛있다 맛없다 하는데 어려울게 뭐가 있냐고 말씀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들에게 커피를 제공하는 바리스타 또는 로스터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참 슬플 것 같습니다. 모든 사람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양심적인 판매자들은 본인의 능력 안에서 가격 대비 본인이 제공할 수 있는 양질의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늘 노력하지 않겠습니까?


저도 옛날에는 어떤 커피의 맛있고 맛없음을 너무나 쉽게 이야기했던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너무나도 쉽게 내뱉었던 그 말들의 대부분이 취향의 차이에서 왔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그저 취향이 다르고 내 입맛에 맞지 않는 다른커피였을 뿐인데 모두 틀렸다라고 이야기했던 것이지요.


그런 생각을 한 다음부터는 커피뿐만 아니라 어떤 음식 또는 음료에 대해서 판단할 때 함부로 '맛있다'또는 '맛없다' 이야기하지 않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이건 나랑은 별로 안 맞아'라고 돌려서 이야기하는 편이지요. 그러나 가끔은 참을 수 없을 때가 있기는 합니다. 그럴 땐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스스로 만든 기준에 따라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 봅니다.




제 생각의 흐름 첫 단계는 흔히들 '가성비'라고 부르는 가치에 대해서 판단하는 것입니다. 내가 느끼는 커피의 맛과 서비스 등을 판단할 때 소비자로서 내가 지불한 이 커피에 대한 가격이 적절한가를 판단합니다. 예를 들어서 1,500원짜리 맥도널드 드립 커피에 대해 욕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1,500원의 맥도널드 드립 커피를 구매할 때는 전문 바리스타가 본인들이 사용하는 뛰어난 커피의 원재료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해주지 않더라도 불평하지 않습니다. 키오스크로 주문해서 가볍게 받아가면 그만이지요.


그러나 스페셜티 전문 카페에 가서 8,000원짜리 드립 커피를 사서 마시는데 맥도널드처럼 커피가 나온다면 어떨까요?



생각의 흐름 두 번째 단계'원재료'에 대한 생각입니다. 사실은 이것도 가격과 매우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바리스타는 마법사가 아니라는 말을 몇 번은 했던 것 같습니다. 그들이 3,000원짜리 커피를 파는데 5,000원짜리 커피에 사용하는 만큼의 좋은 원재료를 쓸 수는 없습니다. 특히 커피는 원재료에서 오는 차이가 극명하기 때문에 그 재료가 가지고 있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가격에 따라서 맛에 대한 기대치를 조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세 번째 단계 '기술' 또는 '노력'에 대한 생각입니다. 위의 두 가지가 상대적으로 객관적인 기준이었다면 이번에는 꽤나 주관적인 기준입니다. 여러분들은 가끔 같은 카페에 가서 같은 커피를 시켰는데 맛이 다르게 느꼈던 적이 있었나요? 아마 여러분들의 커피를 만들어주는 바리스타가 달랐을 수도 있습니다. 같은 5,000원짜리 커피를 만들더라도 누군가는 수많은 연습으로 원재료가 가지고 있는 최대한의 맛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5,000원짜리 원재료를 가지고도 1,000원짜리 정도밖에 이끌어내지 못할 수도 있지요.


그러나 이렇게 남이 내린 추출의 정도를 파악할 땐 매우 조심해야 합니다. 나 또한 많은 경험과 공부가 되지 않는다면 그들의 노력에 대해서 함부로 폄하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이 커피는 추출이 너무 과하게 되었어'라고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그런 말을 하는 것에 대한 논리가 정확해야겠지요. '평소와 다르게 커피에서 너무 텁텁하고 쓴 맛이 많이 나고, 질감은 너무 거칠어. 다르게 추출했으면 훨씬 더 맛있었을 텐데 아쉽네.'라고 말하는 것과 '잘은 모르겠는데 그냥 그런 것 같은데? 쓴맛 나면 과하게 추출된 거라 그랬어. 실력 없네.'라고 말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지요.


그 커피가 그렇게 나온 의도를 객관적인 논리를 가지고 비판하는 것과 그저 비난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겠지요?


저는 커피에서만큼은 맛있는 것과 맛없는 것의 기준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대부분의 음식에도 마찬가지라 생각하는데, 여러분들은 어떤 생각이 드는지 공유해주시면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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