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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얼 Jun 08. 2022

커피따라 세계일주 - 부산 (1)

2022, 달라진 커피 시장에서의 첫 인터뷰

안녕하세요, 오늘은 평소와 색다른 주제를 가지고 왔습니다.


브런치에서 저의 메인 콘텐츠는 커피따라 세계일주를 하면서 경험했던 에피소드를 풀어내는 것입니다. 그러나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흔들리면서 여행을 갈 수 없었던 저는 홈카페와 바리스타에 대한 이야기 등을 풀어내며 여러분들에게 이런저런  정보를 전해드렸습니다.



새로운 주제를 이야기하면서 재미있었던 점은 생각보다 많은 독자분들이 홈카페와 바리스타 콘텐츠에 많은 관심이 있다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브런치를 찾아오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다른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관심까지 느낄 수 있었죠. 글을 올리면서 꽤 다양한 채널에서 연락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브랜드에서 운영하는 사이트, 애플리케이션까지요. 솔직히 저도 많이 놀랐습니다. 전문 작가도 아닌 저에게 이렇게 다양한 기회가 주어진 것이 신기하기도 했죠.


그리고 '아니, 내가 쓴 글에 돈을 준다고....?'라는 생각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오늘은 가장 최근에 연락이 닿은 브랜드와의 에피소드를 풀어보려고 합니다. 부산 지역에서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 브랜드는 자사 광고를 위해서 여러 가지 채널을 찾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에 저의 [커피따라 세계일주] 시리즈를 보게 된 마케팅 담당자분께서 연락을 주셨습니다. 혹시 제 브런치에 광고 글을 올려줄 수 있겠냐는 제안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제가 잘 알지도 못하는 브랜드에 대한 영혼 없는 광고 글은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런 글을 써본 적도 없을뿐더러 커피 한 잔 마셔보지 못한 브랜드의 커피에 대해서 논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죠.


정말 다행스럽게도 그 브랜드의 담당자 분도 저와 비슷한 생각이었습니다. 지금껏 광고성으로 의뢰했던 글들의 비슷한 느낌에 아쉬워했고, 색다른 느낌을 줄 수 있는 작가를 찾던 중에 제 글을 발견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커피따라 세계일주]처럼 브랜드의 스토리와 대표님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브랜드 대표님과의 인터뷰도 같이 진행해달라는 의뢰를 하셨습니다.


왠지 놓칠 수 없을 것만 같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광고는 싫지만 저 같은 아마추어 작가가 큰 프랜차이즈 업체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는 기회가 쉽게 올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죄송하지만 당돌한 제안을 드리기로 했습니다.


"혹시, 대표님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글을 쓸지 말지 결정해도 될까요?"


라고요. 나름의 자존심이었달까요? 제가 글을 쓰는 이유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커피 그 자체이기 때문에 그 대표님이 가지고 있는 브랜드에 대한 진심과 스토리, 그리고 커피에 대한 관심이 느껴져야만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대표님과 커피에 대한 전문적인 이야기를 하기는 어렵겠지만 오히려 제가 잘 알지 못하는 '커피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기도 했습니다.


정말 조심스러운 제안이었지만,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흔쾌히 승낙해주셨습니다. 곧 인터뷰 일정을 조율하고 커피따라 세계일주의 일환으로 부산으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커피따라 부산으로


 


부산의 부전동에 있는 1호점으로 찾아갔습니다. 아침 일찍 빠르게 출발해서 인터뷰 예정 시각인 오전 10시 전에 도착할 수 있었죠. 친절하게 주문을 받아 주었던 바리스타에게 대표님이 오시면 알려달라고 부탁드리고 계산을 한 뒤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저가의 커피를 판매하는 프랜차이즈였지만 인테리어가 매우 좋았습니다. 편안한 자리에서 시선이 닿는 곳들이 부담스럽지 않았고 편안했습니다.


그런 특징을 반영하듯, 주문했던 커피를 받아서 카페에 앉아있다 보니 꽤 재미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매장에 방문하는 손님층이 매우 다양했던 것이죠. 할아버님 두 분이 자연스럽게 들어오셔서 커피 한 잔씩 주문하고 앉아있던 모습, 20대 딸이 아빠와 함께 들어와서 태블릿을 들고 뭔가를 하는 모습, 강아지를 산책시키며 커피 한 잔을 들고 가는 모습 등이 보였습니다.


오가는 손님과 바쁘게 움직이는 바리스타를 관찰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던 중, 인상 좋은 대표님이 오셨고 짧게 인사를 나눈 뒤 바로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High Quality, Low Price


인터뷰를 앞두고 가장 질문하고 싶었던 이 브랜드의 슬로건이었습니다. High Quality, Low Price 라는 당당한 슬로건이었죠. 좋은 품질과 저렴한 가격. 과연 이 두 가지가 공존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죠. 사실 가격이 높을수록 품질도 좋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만큼의 노력과 수고로움이 들어가기 때문이지요. 그럼 과연 이 브랜드는 왜, 어떻게 High Quality, Low Price를 외치고 실현하고 있었을까요?



먼저, 대표님의 High Quality에 대한 기준이 궁금했습니다. 각자의 품질에 대한 기준이 다 다르니까요. 어느 정도 대답을 예상하고 준비해 간 질문이었지만 대표님의 답은 제 예상을 한참 벗어났습니다.


"저는 저가 커피 시장의 타 브랜드를 전혀 모니터링하지 않았습니다."


대표님은 같은 저가 커피시장에서 경쟁하는 브랜드가 아니라 오히려 소위 '핫플'이라고 불리는 카페 위주로 시장 조사를 했다고 합니다. 최전선에서 커피 시장을 이끌어가는 핫한 카페와 브랜드를 돌아다니면서 그들이 추구하는 맛과 메뉴, 그리고 커피 품질을 모니터링했다는 것이죠. 꽤 놀라웠습니다. 사실, 같은 저가 커피 시장에서 최고의 맛을 찾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프랜차이즈를 하면서 개인 카페들과 맛으로 경쟁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죠.


그리고 위의 노력으로 High Quality를 만들어냈다는 점이 놀라웠을 뿐만 아니라, 이 커피를 고객들에게 Low Price로 제공하는 과정에서 점주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표님 본인이 가져갈 것들을 내려놓기로 결심했다는 것에 다시 한번 놀랐습니다.


물론 제가 재무제표를 찾아보거나 실제 수익 구조를 본 것은 아니었지만 그 순간 대표님의 얼굴에서 진심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당장 눈앞의 수익보다는 더 멀리,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사람의 표정이었거든요.



메인 메뉴는 아메리카노



뿐만 아니라 위의 High Quality, Low Price의 타이틀을 반영하듯, 가장 신경 쓴 메인 메뉴는 아메리카노라고 합니다. 이번에도 시그니쳐 또는 시즌 음료를 가장 신경 썼을 것이라는 예상과 전혀 다른 대답이었습니다. 한 잔에 2,000원짜리 커피이지만, 소비자들에게 커피의 본질에 가장 집중하고 있는 브랜드라고 각인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죠. 호불호가 생기더라도 좋은 산미를 가진, 맛있고 가벼운 커피를 제공하면서 손님들의 인식과 입맛을 바꾸고 싶다는 대표님의 바람이 느껴진 대답이었습니다. 그리고 더 좋은 맛을 제공하기 위해서 하이엔드(high-end)급의 머신을 고집하고 있다고도 덧붙여 주셨습니다.


사실 제가 매장에 먼저 도착해서 주문했던 메뉴도 아메리카노였습니다. 커피 맛을 보니 다른 프랜차이즈와는 결이 조금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너무 진하거나 쓴 느낌 없이 가벼운 산미가 있고 은은한 단맛이 있는 커피였죠.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카페처럼 호불호가 적은 쓴 커피와 호불호가 많은 산미가 있는 커피에 대한 선택지를 주지 않고, 이렇게 한 가지만 제공하는 것도 정말 도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맛있는 아메리카노를 제공하는 것은 맛있는 에스프레소를 제공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입니다. 시럽이나 우유 등이 아닌, 오직 물과 에스프레소만 들어가기 때문이죠. 만약, 커피의 쓴맛, 신맛, 떫은맛 등의 좋지 않은 느낌이 도드라진다면 아메리카노에서도 매우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때문에 보통은 커피를 진하게 로스팅해서 탄맛의 경계선에서 커피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하면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고소하다'라고 인식합니다. 사실 그런 커피들은 겉은 타고 속은 익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러나 맛적으로는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관리하기가 정말 쉽습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이런 프랜차이즈에서 산미를 살리면서 좋은 아메리카노를 제공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상상할 수 있습니다.



대표님의 커피따라 세계일주

사실 대표님은 커피를 그렇게 즐기는 사람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카페에 오랜 시간 앉아서 커피 마시며 수다 떠는 것도 해본 적이 없었고 에스프레소나 아메리카노에는 관심도 없었다고 합니다. 커피 프랜차이즈를 준비하면서 점점 그 맛을 알아가기 시작한 거죠. 그러나 커피를 즐기지 못했을 때부터 대표님이 즐겨하던 카페 투어가 있었는데, 바로 일본의 '킷사텐'투어 입니다.


커피의 맛보다도 그 분위기 자체를 즐기기 위해서 방문한다는 킷사텐은 매우 독특했습니다. 아주 오래된 다방처럼 10년, 20년씩 역사를 지닌 카페인데 세월의 흐름이 곳곳에 남아있으며, 그 모든 세월을 함께해온 할머님, 할아버님들이 호스트로 계신다고 합니다. 커피가 빨리 나오는 것도 아니고, 디저트가 특별히 독특하고 맛있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느리고 불편하죠.


그럼에도 그런 데서 느껴지는 따뜻한 정취는 우리 세대에서 따라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아침엔 식사메뉴로 고등어구이나 스파게티가 커피 한 잔과 함께 나오기도 하고, 점심엔 동네 사람들이 간단한 식사와 커피를 주문하고 담배도 한 대씩 태우기도 하죠. 아무리 돈을 들여서 인테리어를 하더라도 따뜻하고 오래된 분위기는 인공적으로 만들 수 없죠. 대표님은 이런 분위기를 정말 좋아한다고 합니다.


호기심과 애정 가득한 눈빛으로 킷사텐 이야기를 하던 대표님의 표정을 보고 있으니, 문득 1호점의 인테리어가 다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 '아! 이 사람이 어떤 걸 좋아하는지 알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비록 킷사텐 만큼의 따뜻한 분위기를 낼 수는 없겠지만, 남녀노소가 불편함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카페에 들어올 수 있는 카페 분위기를 만드려고 노력했다는 것이 불쑥 느껴졌습니다.




점주들과의 상생


대표님이랑 이야기를 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역시나 '사람'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커피와 마찬가지로 목전의 수익에만 신경을 쓰면 길게 갈 수 없다는 것이었죠. 10년 이상 일해온 직원들, 그리고 카페 점주님들 등 모든 사람들이 잘 되고, 그들이 이 브랜드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다면 언젠간 시스템이 잡힐 것이라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꽤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겠지만 이 브랜드가 대표님에게는 삶의 원동력과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발판이, 그리고 직원들에게는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이, 그리고 점주님들에게는 삶을 지탱해주는 기반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고 합니다.





약 1시간 동안 이어진 대화는 끝내기 아쉬울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준비해 간 질문이 부끄러워질 정도로 풍부하고 깊이 있는 답을 들을 수 있었죠. 광고 의뢰를 받고 '대표가 뭐 알겠어? 그냥 책상에 앉아서 브랜드 하나 차렸겠지'라는 건방진 생각을 했다는 것도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저는 그저 좁디좁은 우물 안의 개구리였던 것이죠. 비록 이 글에서 대표님과 나눴던 모든 이야기를 풀어낼 수는 없었지만, 여러분들께 자랑하고 싶을 만큼 귀하고 좋은 시간이었던 것만큼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부러 여기까지 브랜드 이름을 말씀드리지 않았던 것은 혹시 모를 선입견에서 벗어나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글을 읽으면서 답답한 느낌을 받으셨다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이번에 인터뷰했던 브랜드는 바로 부산의 '댄싱컵(Dancing Cup)'입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들 중에서 몇 분이나 알고 계실지는 모르겠지만, 혹시나 동네에서 이 브랜드를 발견하신다면 꼭 한 번씩은 들러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어떤 브랜드의 스토리와 그 브랜드의 대표가 가지고 있는 신념, 개인적인 이야기 등을 알고 즐기는 것은 흔하지 않으니까요.


오늘도 감사합니다.


ps. 이 글에는 모두 담지 못했던 인터뷰 전문이 궁금하신 분들은 바로 다음 에피소드로 가서 읽어 보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짧지 않은 내용이지만 충분히 시간을 투자해서 읽어볼만합니다. 특히 카페를 준비하시는 분들에게는 더 좋을 것 같네요. 아래에 링크 첨부 드립니다.


https://brunch.co.kr/@manall/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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