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아들은 우리가 살려줄게.
부부가 지금까지 살아온 영상을 다 보고
마무리하면서 각자 채점을 마쳤다.
명도 동자 앞으로 각각 채점한 결과지를 다 모았다.
자세한 항목을 볼 것도 없다.
결과는 만장일치. 보기 드문 결과다.
"사람들이 착하네. 이런 사람들을 도와줘야지
누굴 도와 안 그래..? "
세상 착한 천상동자의 말이다.
"맞아, 복은 많이 짓지는 못했지만 어려운 살림살이
를 벗어나려고 열심히 살았네 뭐. 무엇보다 남에게
피해 안 주고, 나쁜 짓은 안 하고 말이야. 그러니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자. 그래서 우리가 있는
거지 뭐."
세상 영특하고도, 영검한 명도 동자의 말이다.
" 나 그럼 제자에게 다녀올게"
천상동자가 신당을 나서 밖으로 나간다.
서재에선 두 부부와 제자가 차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있다.
"처형이 알려줘서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찾아왔습니다."정 처사가 머리를 숙이며 말한다.
"도와주세요. 영험하시다고... 힘든 사람을
많이 도와주셨다고 들었습니다. 우리 아들
제발 좀 살려주세요. 대체 왜 그런 건지도 모르니
답답해서 미칠 지경입니다. 좋다고 하는 것은
안 해본 게 없는데도 다 소용없었습니다.
원인을 모르니까 더 이상 어찌해 볼 방법도
없습니다. 이제 저희는 스님만 믿습니다. "
떨리는 음성으로 보살이 말하며 왼 손을 명치에
가져다 대고 누른다.
그래, 가슴이 아프다 못해 심장이 아프겠지...
지켜보던 천상동자가 더 볼 수 없겠는지
제자에게 말한다.
"알았다고 방법을 찾아 준다고 해.
그리고 걱정 말고 집에 갔다가
사흘 후에 다시 오라고 학고.
그동안에 우리가 원인을 찾아 해결해 줄 테니까."
제자 옆에 선 동자의 야무진 말에
제자는 함빡 웃으며 안도한다.
"처사님과 보살님 사정은 잘 알았습니다.
저희 신명님께서 도와주신다고 하시니
사흘 후에 다시 오시면 어떻게 하셔야 할지
방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
부부가 마주 보며 안도의 숨을 쉰다.
"9,900원 받아. 아들 초 켜줘야 하니까"
천상동자의 말에 제자가 부부에게 말한다.
"오늘부터 초 켜놓고 기도 들어가니까
아드님은 발작은 덜 할 거예요. 아직 다 낫지는
않지만 밤에 잠은 자게 될 겁니다. 그러니
기도 값으로 9,900원 주고 가시면 됩니다."
"네에...? 9,900 원이요..?"
이게 무슨 말인지 싶어 정처사 내외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아니 99,000원도 십구만 원도 아니고
9,900원이요...? "
부부의 반응에스님이 웃으며 답한다.
" 네에, 동자님이 그것만 받으라고 하시네요.
먼저 살려야겠다는 무조건 적인 자비심으로
기도 해야 한대요.
돈이 우선이 되면 안 된다고. 그러나 공짜로
초 켜면 효험이 없으니 형삭적으로 그거라도
받는 거지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 건 너무한 거 아닌가요..?"
" 너무 죄송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부부에게
" 보살님이랑 이제 맘 놓으세요. 우리 동자님이
약속하셨으니 돌아가셨다가 말씀드린 대로
사흘 후에 꼭 다시 오세요. "
머뭇거리는 부부를 일으켜 세운다.
부부가 돌아가고 천상 동자는 제자에게
"착한 사람들이라 봐주는 거야.
해결할 방법하고 바꿀 만큼, 쌓아 놓은 복은 없는데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살았더라고, 그러니 우리가
도와줘야지. 안 그래..? 우리가 함께 아들이 그렇게 된 이유를 찾아줄게."
말하고는 다시 신당으로 돌아온다.
"자 다들 모여 봐"천상 동자가 말하자
다들 탁자로 모여 각자의 자리에 앉는다.
"아까 영상을 보다시피 이 부부에게는
아들이 잘못되게 했을 만큼 크게 잘못한 게 없어.
그러니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봐야지 뭐."
명도동자의 말에 산신동자가 다시 영상을 켜고
자료 중에서 '조상'편을 골라서 넣는다.
영상이 재생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누가 말하지
않아도 모두는, 그 이유를 바로 알게 되었다.
" 소녀를 불러와야겠네.
그때 사고로 우물에 빠졌던
소녀를 불러와서 물어봐야겠네. 답은 거기에 있어."
명도 동자의 말에 모두가 머리를 끄덕이며
동의한다.
"그 소녀가 그러니까 아픈 아이에겐 고모가 되겠지.
정처사에겐 막내 동생이고. 후손에게 할 말이 있는 거야. 아님, 뭔 일이 다시 생긴 걸 거야.
그러니 여기로 불러서 만나보자고."
명도 동자가 똘망 똘망한 눈을 빛내며 말하니
모두가 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다.
" 자 이제 시작이야.
어서 만날 준비를 하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