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지 Jan 18. 2024

오랜 친구는 어떤 상황이든지 반갑다

우린 이제 그런 나이

   

월요일 아침부터 울리는 벨소리에 깜짝 놀랐다. 고등학교 친구 미숙이었다.

어머 웬일이지? 이 나이쯤 되면 이른 아침이나 늦은 저녁에 문자가 아닌 전화가 오면 뭔가 불안감과 반가움이 함께한다. 역시나..

보영이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한다.

단톡방에 모바일 부고장이 올라와있고 예쁘게 웃으시는 어머니 사진이 보인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F&F(Five Finger) 다섯 손가락

여고 동창생모임 이름이다. 다섯 명이 손가락처럼 붙어서 잘 지내보자는 의미이다.

50살이 되었으니 30년이 넘은 친구들이다.

결혼시기와 아이들의 태어남이 비슷하다 보니 한동안은  함께 여행을 다니기도 했다. 모교는 전주에 있지만 전국에 흩어져 살다 보니 집집마다 돌아가며 일 년에 한두 번 놀아서 추억도 많다.


우리끼리만 만나도 될 만큼 아이들이 자랐을 때는 중간지점인 대전에서 아침부터 만나 밤에 헤어지곤 했었다. 코로나 이후로 못 만나다가 22년도에 서울에서 1박 2일 호캉스를 함께 하고는 작년에는 못 만났다.

친구가 가족과 해외여행이 겹쳐 제주도 가기로 한 약속이 한없이 미뤄졌기 때문이고, 내가 입시맘이었기에 배려받은 것이 이유였을 것이다.

그 1년 사이 친구어머니는 루게릭을 진단받으셨고 반년정도 고생하시다 돌아가신 것이다.

어느새 우리 나이가 결혼식이나 돌잔치보다는 장례식장에 많이 가게 되는 시기가 된 것이다.


내일 발인이라고 한다. 오늘 아니면 못 볼 것 같은데 2년 전 고속도로 교통사고 이후 경부선 운전이 두려워진 나다. 전주에 살고 있는 친구들은 직장을 마치고 6시쯤 갈 거라며 나는 머니까 오지 말라고 한다. 그래도 가야 할 것 같아 버스시간표도 알아봤는데 올라오는 편이 너무 일찍 끊겨서 친구들과 얼굴 볼 시간이 적을 것 같아 망설이고 있었다.

남편이 친한 친군데 같이 가주겠다고 준비하라고 전화가 왔다. 다녀오면 운전만 6시간인데 고마웠다.

친구들 얼굴 보는 순간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친구들과  친분이 있기에 서로 반가워했다.


서로 살기 바빠서 이럴 때라도 친구들 얼굴 한 번 더 보고, 어머니께 인사드리러 온 건데 맘이 이렇게 편안할 수가 없다.

83세의 어머니는 영정사진에서 고운 모습으로 활짝 웃고 계신다.  음식 솜씨가 좋은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롤케이크를 먹으며 친구를 부러워했던 기억과 함께 학창 시절이 그림같이 떠올라 돌아는 길에 남편과 도란도란 추억 소환도 했다.


친구 얼굴이 많이 상했다. 막내딸로 엄마애정이 각별했었는데 갑자기 안 좋아져서 임종도 혼자 지켜 슬픔이 더 큰 듯했다. 좋은 곳에 가셨을 거야. 그곳에서 편안하실 거야.   

  



코로나 이후로 장례문화가 많이 바뀐 줄 알았는데 전주는 여전히 밤늦게까지 다녀가는 분들도 많고 교회에서도 단체로 왔다. 손님이 북적하니 슬픔보다는 그냥 지나 보내야 하는 시간처럼 느껴졌다.

우리도 오랜만에 얼굴 보니 좋아 1년 동안 못 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웃음도 끊임없었다.


오랜 친구는 이래서 좋은 것 같다.

내 삶의 여정에 늘 함께 할 친구들.


벌써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조금 있으면 결혼소식도 들려오겠지.

꼬꼬마들이 어느새 컸는지.

조만간 여행 가자는 말을 끝으로 헤어지면서도 조문객 맞이로 바쁜 친구를 안아주며 위로를 남긴다.    

우리 곧 보자!

작가의 이전글 혼자 일 때 나는 성장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