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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수진 Jul 15. 2020

오늘 새를 보았니?

동화책으로 하는 행복한 국어 수업: <휘파람 친구> 1 (활동지 첨부)

어린 시절에 나는 내가 읽은 동화책의 작가가 어느 어느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사라는 말을 들으면 그 학교 아이들을 부러워하며 질투를 하곤 했었다. 동화작가 선생님에게서 배우면 수업이 얼마나 재미있고 특별할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동화작가가 되어 아이들에게 국어를 가르치는 지금, 내 학생들은 과연 그렇게 느끼고 있을까? 


대안학교에서 12년째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몇 년 전부터는 '온 책 읽기', 혹은 '슬로 리딩', '한 학기 한 권 읽기' 등으로 불리는 초등 국어 수업을 해오고 있다. 학기마다 한 권의 동화책을 정해서 그 책을 천천히, 깊이 있게 읽으며 국어 교과 과정과 연결해서 배우고,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는 수업이다.  

방학이면 늘 다음 학기 수업할 동화책을 찾느라 고심을 했었는데, 이번 학기에는 작년부터 아이들이 요청을 해온 것에 용기를 얻어 5, 6학년 국어 수업에 내가 쓴 동화책 <휘파람 친구>를 교재로 선택하게 되었다. 그 어떤 책들보다 아이들에게 해줄 이야기가 많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휘파람 친구>는 제8회 정채봉문학상 대상 수상작이고,  2019년 아르코 문학 나눔 도서로 선정되기도 한 책이다. <휘파람 친구>와 <솜사탕보다 달콤한> 두 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아이들의 반응을 보니 <휘파람 친구>도 좋아하지만, 축구와 복수의 이야기가 나오는 <솜사탕보다 달콤한>을 무척 재미있어한다.  


오늘의 수업: 우리 주변의 다양한 새들 알아보기 


<휘파람 친구>에는 새들의 유리창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이 소재로 등장하기 때문에, 학기 초반부터 아이들에게 수업 시간에 한두 마리씩의 새들을 영상과 함께 소개해 주고 있다. 평소에도 새들을 좋아하고 관심이 많지만, 이번 학기에는 아무래도 주변의 새들을 좀 더 열심히 살피게 된다. 


우리 학교는 1교시 수업 전에 반별로 아침 운동시간을 가진다. 아침 운동이 뇌를 활성화시켜서 학업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연구결과를 통해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굳이 그 이유가 아니더라도 활동량이 많은 초등학생들인지라 다들 아침 운동을 즐거워하고, 어쩌다가 아침에 비라도 오는 날이면 무척 아쉬워한다. 예전에는 줄넘기나 피구 등 다양하게 운동을 했지만, 코로나 휴교 이후 다시 개학한 요즘에는 생활 속 거리두기를 하며 동네를 한 바퀴 도는 걷기 운동을 주로 하고 있다. 이 아침 운동 시간에 종종 선물처럼 새들을 만난다.  


매일 아침 걷는 학교 주변의 마을길


얼마 전에는 우리 반 아이들과 아침 산책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참새 한 마리가 바로 눈앞으로 지나갔다. 입에 나방을 물고 있었다. 참새의 속도가 느리다 생각했는데, 새는 내 바로 앞의 나뭇가지에 앉더니,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작은 참새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입에 물고 있던 나방을 그 참새에게 먹여주었다. 새가 자신이 잡은 먹이를 다른 새에게 먹여주는 모습을 그렇게 바로 앞에서 지켜본 것은 처음이었다.  

참새는 새끼가 둥지를 떠난 뒤에도 열흘 정도는 어미 새가 먹이를 구해서 먹여준다고 하는데, 어미와 다 자란 새끼였을까? 둥지를 떠나보낸 뒤에도 노심초사하는 어미의 마음이, 바로 곁에 사람이 있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새끼를 먹이게 했던 것일까?  


나는 국어 수업을 맡고 있는 5, 6학년 학생들에게 아침에 보았던 참새 이야기를 해주었다.  

"와, 선생님은 어떻게 그런 모습을 그렇게 잘 보세요?" 

"지난번에는 어치도 보고 꿩도 봤다고 하시고." 

"우리는 아무리 아침 운동을 다녀도 새는 한 마리도 못 봐요!"

아이들이 감탄하며 아우성을 쳤다. 

"글쎄, 우리가 관심을 가져주면 새들도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까요? 이번 시간에는 우리가 주변에서 직접 본 적이 있는 새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이름을 한 번 말해보겠어요."


아이들은 비둘기, 참새, 까치, 까마귀 정도만 이름을 댔다. 흔해서 눈에 잘 띄는 새들이다. 하지만 조금만 더 눈여겨본다면 우리 주변에는 훨씬 더 많은 새들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박새, 직박구리, 오목눈이, 딱새, 뻐꾸기, 딱따구리, 어치 같은 새들은 관심을 조금 기울이면 발견할 수 있는 새들이다. 귀를 잘 기울이면 때로는 휘파람새의 노랫소리도 들을 수 있다. 


휘파람새 © Cock-Robin

휘파람새의 노랫소리는 정말 마음까지 상쾌하게 해 준다. 동화 <휘파람 친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새다. 


어치 ©PowerLee

어치는 우리나라에서 흔한 텃새인데, 다른 동물의 소리를 흉내 내기도 하고, 도토리 같은 열매를 땅속에 숨겨 놓았다가 겨울에 찾아먹기도 하는 영리한 새다. 경기도 제2청사 뒷산에서 어치를 자주 보았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그 산의 절반이 깎이고 아파트가 들어섰다. 거기 살던 어치들은 이사를 잘했을까?


딱새 © Cock-Robin

딱새의 수컷은 주황색 배 부분과 날개의 흰 반점이 뚜렷해서 쉽게 알아볼 수 있지만, 암컷은 연한 갈색에 날개의 흰 반점도 수컷보다 작아서 언뜻 봐서는 알아보기 힘들 수도 있다. 동화 <휘파람 친구>에도 등장하는 새다. 책에서 딱새 둥지가 등장하는 부분의 그림이 아주 마음에 든다.



얼마 전에는 아침 산책길에 머리가 검고 꼬리가 긴 새를 만났다. 날개와 꼬리에 청회색 빛깔이 도는 것이, 거리가 멀기는 했지만 물까치인 것 같았다. 물까치는 우리나라 텃새로 사과나 배 같은 과일을 좋아한다. 우리가 다니는 산책길 바로 옆에 배 과수원이 있는데, 아마도 농부의 눈을 피해 다니며 배가 익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직 한참 기다려야겠지만.  


산책길에 만난 물까치                                


수업 시간에 새들을 소개하면서 간단한 활동도 함께 했다. 내가 과연 새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 확인해 보고, 친구들 앞에서 발표를 한다면 어떤 새로 하고 싶은지 정해서 조사해오는 활동이었다. 

활동지를 나누어주고 자신이 알고 있는 새들의 이름을 적어보는 것으로 시작했다. 



아이들은 그래도 그동안 제법 많은 새들을 영상으로 접했기에, 활동지에 빽빽하게 새 이름들을 채워 넣었다. 수업 시간에 열심히 써넣고는 새를 예쁘게 꾸밀 시간이 필요하다며 집에 가서 더 해오겠다고 굳이 활동지를 챙겨갔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 활짝 웃는 얼굴로 달려와 내 책상에 활동지를 올려놓았다. 내가 윤곽선만 그려서 만들어 준 활동지가 아이들 각자의 개성대로 다양하고 예쁘게 변신을 해서 돌아왔다.  



"선생님, 여기 있는 새들 다 보고 싶어요!"

한 아이가 말하자 다른 아이들도 그래, 그래, 하며 맞장구를 친다. 

나는 재잘대는 아이들을 보며 생각한다. 

'너희들이 모두 새란다. 귀엽고 활기차고 사랑스러운, 그리고 수다스러운!' 


마인드 맵으로 살펴본 조류의 특징


오늘의 수업: 우리 주변의 다양한 새들 알아보기 

-조류의 특징 살펴보기 

-내가 아는 새들의 이름 써 보기 

-직접 본 새와 책이나 미디어를 통해 본 새를 구분해보고 색칠하여 꾸미기 

-내가 발표하고 싶은 새를 정해서 조사하고 발표 자료 만들기 (과제)


이어서 할 수 있는 수업

자신이 조사해온 새 발표하기

친구들의 발표를 잘 듣고 새롭게 알게 된 내용 나누기  


활동지 파일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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