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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수진 Jun 21. 2020

아침, 꽃과 새와 아이들

매일 아침 다 같이 동네 한 바퀴 

자연은 참 신비롭다. 꽁꽁 얼어있던 땅을 간질이며 풀들이 고개를 내밀면 그때부터 모두가 바빠진다. 겨울잠을 자고 있던 개구리들이 깨어나고, 온갖 꽃들이 피어나면 어김없이 나비와 벌들이 나타난다. 


꽃이 피는가 했더니 어느새 초록이 우거지고 여름이 찾아왔다. 우리 학교에는 아침운동 시간이 있어서 1교시 수업 전에 학생들과 함께 학교 주변 동네를 한 바퀴 돈다. 같은 코스로 산책을 하다 보면 매일매일 변하는 자연의 모습에 놀라게 된다. 나무와 풀들은 얼마나 부지런한가! 

과수원에 배꽃이 피어 향기를 풍기더니 콩알만 한 열매가 열렸다. 

"선생님, 저 가지에는 배가 많이 달려 있어요."

"응. 몇 개만 남기고 따줘야 잘 자랄 걸."

얼마 전에 아침 운동을 하며 아이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오늘 아침에 보니 벌써 봉투로 배를 하나씩 다 감싸 놓았다. 


여기저기 피어있던 엉겅퀴꽃과 부드러운 향기를 풍기던 찔레꽃은 자취를 감추었다. 그래도 애기똥풀은 아직도 길가에서 귀여운 얼굴을 내밀고 있고, 여기저기 개망초꽃들이 무리를 이루고 있다.


자주달개비가 우리가 다니는 길에서 아침마다 반겨준 것이 꽤 여러 날이다. 수명이 꽤 긴 꽃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꽃은 하루 만에 진다고 한다. 꽃줄기에 매달린 꽃송이들이 하나씩 피어나서 늘 거기 그대로 있는 느낌을 주었나 보다. 아침 일찍 피어나고 오후에는 시들기 때문에 부지런한 사람만이 활짝 핀 꽃을 즐길 수 있다고 하니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자주달개비 너머로 열심히 농사일을 하고 있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보인다. 진짜 부지런한 사람은 바로 저기 있었다!


"얘들아, 이 꽃은 금계국이야."

노란 코스모스를 닮은 꽃을 가리키며 내가 말하자 한 아이가 되물었다. 

"금개구리요?"

모두가 깔깔 웃었다. 

듣고 보니 정말 금개구리로 들리기도 한다. 

도로변에 자라는 금계국은 대부분 큰금계국이다. 북미가 원산지인 이 꽃은 심어진 곳에서 탈출하여 야생에서 자라는 바람에 '탈출외래종'으로 분류된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생태계 위험종으로 지정되어 퇴치를 당하고 있는데, 여러해살이 식물인 데다가 생명력이 너무 강해서 토종 식물들의 살 자리를 빼앗는 것이 그 이유다. 하지만 이 꽃에서 항암성분을 추출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 꽃을 어찌해야 할까? 고민은 사람들의 몫일뿐, 꽃은 그저 그 자리에서 벌과 나비에게 줄 것을 주고 받을 것을 받으며, 씨앗을 퍼뜨릴 궁리를 하고 있다. 그것이 꽃이 하는 일인 것을 어찌하랴. 


가까이서 뻐꾸기 소리가 들리기에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고 귀를 기울였다. 눈으로 열심히 뻐꾸기를 찾아보았지만, 울창한 나무들에 가려 뻐꾸기는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새 한 마리가 큰소리로 울며 날아와 전깃줄에 앉았다. 

"직박구리구나."

아이들에게 새 이름을 알려주었다. 아이들이 저마다 직박구리의 울음소리를 흉내 내며 가까이 불러보았지만, 직박구리는 높은 전깃줄에 앉아서 우리를 모른척했다. 


꿩이 크게 울며 날아갔다. 

아이들은 매일 아침 걷는 똑같은 길인데도 새로운 것을 찾아내고 즐거워한다. 공벌레를 찾아 손바닥에 올려보고, 애벌레를 잡아서 키우겠다고 데려오고, 딱정벌레를 보며 햇살의 각도에 따라 변하는 화려한 빛깔에 신기해한다.  


나는 내가 가르치는 이 아이들 안에 있는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아이들을 매일 아침 산책길에서 만난다. 자연은 얼마나 아이를 아이답게 만들어주는가? 꽃과 새와 나무들 사이에서 아이들이 해맑게 웃는다. 자연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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