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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수진 Sep 06. 2021

긴꼬리딱새,큰일 날뻔했네

유리창은 위험해


아침에 교무실로 출근을 했는데, 아주 귀한 손님이 교무실에 와 있었다.

머리 부분이 검푸른 색이고 등은 적갈색에 배는 하얀 예쁜 새였다.

학교 주변에서 박새, 딱새, 멧비둘기, 물까치, 어치, 딱따구리 등은 만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새는 처음 보는 새였다.





이 새가 교무실에 와서 벽에 걸린 액자 위에 그림처럼 앉아있게 된 사연은 이랬다.

아침에 학교 선생님 중 한 분이 일찍 와서 문을 여는데, 창문 아래쪽에 뭔가 시커먼 것이 보여서

처음에는 쥐인 줄 알고 기겁을 했다가, 다시 보니 새여서 교무실로 조심스레 가져왔다고 했다.


죽은 줄 알고 불쌍해서 묻어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책상 위에 올려놓았는데, 잠시 후에 보니까 새가 깨어나서

파드닥 날아올랐다는 것이었다.


'얘야, 하마터면 마음씨 고운 선생님 때문에 산 채로 묻힐 뻔했구나. '


새는 당황해서 여기저기 부딪치며 날아다니다가, 벽에 걸린 액자에 올라앉아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나는 사진을 찍어 '한국의 새' 밴드에 어떤 새 인지 문의를 했다.

잠시 후 답변이 왔다.

긴꼬리딱새 암컷이었다.

긴꼬리딱새 수컷이라면 나도 생김새를 알고 있는데, 암컷은 꼬리 길이나 색깔이 달라서 몰라보았던 것이다.



교무실 사진액자에 앉아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있는 긴꼬리딱새 암컷


긴꼬리딱새는 희귀종으로 멸종 위기 야생동물 2급이다.

예전에는 세 가지 색깔을 가지고 있다 해서 '삼광조'라고 불렀었는데, 최근에는 순우리말로 명칭이 바뀌었다.

'긴꼬리딱새'라는 이름이 훨씬 예쁘다.


귀한 새가 안타깝게도 유리창에 부딪쳐 잠시 기절했었나 보다.

다행히 죽지는 않고 다시 깨어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긴꼬리딱새 수컷


긴꼬리딱새가 우리 학교 주변을 날아다니고 있다니, 기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었다.

학교 주변의 언덕과 나무들이 점점 사라지고, 높은 아파트가 계속해서 들어서고 있다.

매일같이 공사가 진행되는 모습을 보면서

거기 살던 동물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살 곳은 찾았을까 하고 혼자 안타까워해 본다.



"너, 갈 곳은 있니?"


긴꼬리딱새에게 물어본다.

새들이 갈 곳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나무도, 숲도, 하늘도.......


긴꼬리딱새는 암컷과 수컷이 함께 새끼를 키운다


사람이 성장하고 문명이 진화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비와 해와 바람으로부터 멀어지는 과정이 아닐까. 둘 중에 어느 쪽이 더 행복한지는 좀 더 생각해봐야겠다. 

                                              <한 걸음씩 걸어서 거기 도착하려네> 나희덕 산문집 (달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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