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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기 Feb 28. 2020

10. 우리의 오늘과 내일 - 공감에 대하여

[20대 조기폐경 극복 에세이 10]

나는 비혼이길 선택했다. 다양한 이유가 있었지만, 이건 순전히 내 선택이고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누구보다 내 자아성장이 목표이기 때문에 연애와 결혼이 발목을 잡는걸 원치 않았다.  혼자로 살아가는 미래는 상상해본 적이 많지만, 둘이 서로 맞춰 나가는 미래는 그려지지가 않았다.


그리고 결혼하면 응당 기대하는 ‘아이’에 대해서 노력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폐경이 되면 성욕이 감퇴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내 몸의 컨디션을 내가 가장 잘 알고 관리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K-유교 국에서는 두 사람이 딩크(Double Income No Kids)를 선택한다고 해도 단순하게 끝나는 문제가 아님을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 알게 되었다.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면 새로운 가족을 또 설득시켜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나는 다 하고 싶지 않았다. 설득을 하면서까지 내 가치를 절하하고, 함께 가는 게 참 머리가 아프다고 생각했다.


혹자는  “진정한 사랑을 못 만나서 그래!”라고  위로 아닌 위로를 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진정한 사랑’을 만나도 K유교 국에서는 그냥 살기가 쉽지 않다. 이건 확신할 수 있다.


나는 내가 직접 문제 상황을 경험하면서 ‘공감능력’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정말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인데, 그러면 안 되겠다. 진짜 노력해서라도 공감능력을 키워야겠다 라고 생각했다. 똑같은 이야기를 해도 사람마다 받아들이고 반응하는 게 정말 다양한데, 그 다양한 반응에서 위로를 배로 받기도 하고 상처를 배로 받기도 했다.


성숙한 리액션이란 무엇일까?  연습하자.   

경청:  일단 들어준다. 잘 들어준다. 그냥 귀가 있어서 듣는 게 아니다. 마음을 다해 들어보자.

가짜 공감 금지 : 공감 안되면 그냥 말을 하지 말자

과유불급: 뭐든지 과하면 안 좋다. 아니 내가 괜찮다는데 그쪽에서 울지 말자.


예시를  작성해본다.

 “그랬구나, 너의 결정이 그렇다면 응원한다.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얘기해”

이렇게만 대답해줘도 얼마나 행복할까?


시대가 변함에 따라서 사회를 구성하는 ‘가족’의 형태도 다양해질 것이다. 비혼 여성으로서 잘 살 수 있도록 공동체를 만들고 연대하며 살고 싶다.


존재 자체로 반짝반짝 빛나는 어른다운 어른으로 살아가고 싶다. 할 수 있는 게 더 많은데 단지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쪽 짜리 어른으로 취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살아가는 날들이 순탄하리라고만 생각하진 않았다.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면서 단단해지겠지, 이 일도 그중 하나겠지, 최대한 담담하고 단단하게 오늘을 살아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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