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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승원 Jan 23. 2021

오마카세가 처음인 당신에게 필요한 입문 가이드북


 최근, 굉장히 많은 스시 오마카세 업장들이 전국에 생겨나고 있습니다. 비교적 낮은 가격대의 업장도 많이 생겨나고 있고, 유튜브나 블로그에 후기도 정말 많이 올라오는 만큼 한 번쯤 가보고 싶지만, 또 괜히 겁이 나서 주저하는 사람들을 여럿 보았습니다. 스시 오마카세가 처음인데, 뭐가 무엇인지 몰라서 막연한 들께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 글을 준비했습니다.

(본 글에서는 편의를 위해 초밥 대신 스시로 단어를 통일했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오마카세의 뜻


 우선 글에 앞서 오마카세의 뜻을 간단히 짚고 넘어가고자 합니다. 오마카세는 간단히 말하자면 '주방장 특선'이라 할 수 있는데요, 주방장이 그날에 들어온 좋은 재료들로 원하는 메뉴를 내어주는 것이 오마카세의 본래 뜻입니다. 우리나라에도 튀김, 한우, 돼지고기 등 다양한 음식의 오마카세 업장들이 존재하지만, 한국에서 가장 유명세를 탔던 게 스시 오마카세인만큼, 오마카세란 단일 단어를 들었을 때 '셰프가 한 점씩 쥐어주는 스시'라는 이미지가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가격대가 낮지만 훌륭한 스시 집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오마카세의 선택


 가격대가 다양한 오마카세가 여럿 존재하기 때문에, 처음 선택하는 데 있어서 고민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필자는 가격이 낮은 오마카세부터 입문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해산물 원물 상태, 그리고 종류의 영향을 정말 많이 받는 업장의 특징상 가격이 비쌀수록 다양하고 고급의 구성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당연히 비싸다고 해서 반드시 맛있다는 일반화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드는 비용이 비쌀수록, 업장에서는 선택 폭이 넓어지기에, 셰프의 기술과 합해지면 아무래도 낮은 가격대의 업장보다는 더 좋은 맛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가격대가 비교적 저렴한 오마카세부터 추천하는 이유는, 가격대가 올라가면서 생기는 변화들을 비교하고, 음미하는 것이 또 하나의 재미이기 때문입니다. 가격대가 낮다고 해서 절대로 맛이 없다는 것이 아닙니다. 요즘엔 가격대 이상으로 좋은 맛을 내는 스시 집들이 많습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그런 업장들로부터 차근차근 변화를 느끼는 것이 하나의 묘미가 될 수 있는 것이지요.  물론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지만, 필자는 추천드려야 한다면 가격대를 올려가는 형식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가격대를 정했다면, 런치와 디너를 선택하는데 고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스시 오마카세의 경우에는 보통 디너의 가격이 비싸게 구성된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저녁에 코스를 술과 함께 즐길 수 있게 더 많은 안주류와 스시 몇 피스의 질에 차이를 두었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안주류와 함께 스시를 즐기고 싶다면 디너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스시 위주로 식사를 즐기고 싶다면 런치로 식사를 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맛있는 술과 페어링한다면, 금상첨화

오마카세를 가기 전


 오마카세에 가기 전 가장 먼저 준비할 것이라면, 못 먹는 음식에 대한 언급일 것입니다. 새우 같이 알레르기가 있는 음식에 대해서는 미리 업장에서 질문을 하는 경우가 있기도 합니다만, 그러지 않은 경우에 예약 시 미리 언급을 한다면 업장 입장에선 좀 더 유연한 대처가 가능할 것입니다.


 스시를 먹으러 가면 술과 함께 즐기는 여부가 많이 있습니다. 업장에서 판매 중인 술을 마시는 경우도 있지만, 본인이 마시고 싶은 술을 스시와 함께 즐기고 싶은 경우가 있습니다. 그 경우엔 콜키지 제도를 이용하면 가능합니다. 콜키지개인이 가져온 주류를 개봉하고, 잔을 제공하는 대가로 받는 금액합니다. 콜키지 가격은 업장마다 규정이 다르므로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간혹 몇몇 업장에서는 콜키지 프리인 경우가 있는데요, 이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오마카세를 더 알차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일 것입니다.


 해산물과 곁들이기 좋은 술이 고민된다 사케와 화이트 와인을 추천합니다. 화이트 와인의 경우 단맛이 진한 것보다 약간 산미 있는 것을 추천합니다. 단맛이 너무 강하면 자칫 음식 맛 자체를 해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정해진 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취향이 강하게 적용하므로, 본인에게 맞는 술을 골라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궁합을 떠나서 대부분의 업장에서 반입이 금지되는 술이 있는데요, 그 술은 바로 레드 와인입니다. 레드 와인 자체가 타닌이 있어서 해산물과 궁합이 크게 맞지 않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업장에서 카운터가 보통 나무로 되어 있어서 변색 우려가 크기에 레드 와인의 경우에는 업장의 주류 목록에도 없는 경우가 많고, 콜키지도 불가한 업장들이 많습니다.




오마카세를 즐기며


자리에 도착하면 비치되어 있는 차와 시보리

 업장에 도착하고 자리를 안내받는다면, 자리에 차와 오시보리(おしぼり, 또는 시보리)라 하는 물수건이 비치되어 있습니다. 시보리 같은 경우는 입장과 함께 제공되는 물수건으로, 식사 전 가볍게 손을 닦는 용도로 사용됩니다.


식사 전 제공된 일식 계란찜 자완무시의 모습

 식사는 크게는 두 가지로 분류되어있습니다. 스시 전에 나오는 안주 츠마미(つまみ), 그리고 스시니기리(にぎり)입니다. 츠마미는 주를 손가락으로 집어 먹으면서, 손가락으로 집다는 뜻을 가진 동사인 츠마미로부터 유래되었습니다. 니기리의 경우, 쥐다라는 뜻을 가진 동사 니기루(にぎる)에서부터 유래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스시는 쥐어서 만들어지는데, 이를 쥠 초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쥐다의 명사형인 니기리(にぎり)와 스시가 합해져 니기리즈시(にぎりずし, 탁음 현상으로 즈시라 발음됨) 되었고, 이를 줄여 니기리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수프를 내거나 생략하는 곳도 있지만, 많은 업장들이 첫 츠마미(안주)로 일본식 계란찜인 자완무시를 제공합니다. 그 이후 런치나 디너냐에 따라 가벼운 몇 개의 츠마미 후 스시가 나오던지, 또는 다양하고 화려한 츠마미 후 스시가 나올 수 있겠습니다.


반드시 스시를 손으로 즐길 필요는 없다

 이렇게 츠마미, 안주를 모두 즐겼다면 본 스시로 들어가게 됩니다. 오마카세를 가는 분들의 걱정 중 하나가 손으로 먹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란 걱정입니다. 손으로 먹든 젓가락으로 먹던 크게 관계가 없으며 손으로 먹는 경우에는 손가락을 닦을 수 있는 테부키라는 작은 물수건이 제공됩니다.


기름진 아귀 간에 와사비를 잔뜩 올려도 맵지 않고 오히려 시너지를 낸다


 스시 관련 글을 보았을 때 네타나 샤리라는 단어를 보신 적 있을 겁니다. 네타는 '밥 위에 올라가는 재료'를 뜻하고, 샤리는 '스시에 들어가는 초된밥'을 뜻합니다. 스시는 주로 담백한 흰살생선으로 시작해서, 맛이 강하고 기름진 등 푸른 생선과 참치류가 나오고, 마무리로 붕장어가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제공 순서는 셰프 별로 차이가 있으므로 그저 참고만 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스시 코스를 진행하면서, 스시에 대한 피드백은 얼마든 적용될 수 있습니다. 밥 양, 또는 와사비 양이 많거나 적게 느껴지는 경우 주저하지 말고 셰프님께 조절을 부탁드리는 편이 본인의 식사를 더 만족스럽게 즐길 수 있는 법이 될 것입니다. 그 후 스시 코스를 즐겁게 즐기시면 되는데, 가벼운 추천을 하자면, 기름진 네타가 있는 스시, 또는 츠마미(안주)에는 와사비를 추가로 잔뜩 얹어서 먹어보는 것을 추천니다. 와사비가 기름과 중화되어 기름기를 조절할 수 있을뿐더러, 매운맛 없이 기분 좋은 향을 내어 맛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인상깊었던 피스는 추가 주문을 고민하게 한다

 스시 코스를 다 즐기고 나서 아쉬움이 남을 수 있는데요, 이 경우에는 추가 주문을 통해 추가 피스가 가능한지 조심스럽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준비된 네타가 제한적이므로 원하는 피스 추가가 불가할 수 있음을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만, 필요하다면 예약 시에 추가 피스를 미리 문의하는 방법을 이용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오마카세를 즐기는 분위기가 항상 지나치게 엄격하거나 엄숙한 분위기일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업장 별로 분위기 차이가 있기 마련이고, 아무리 즐긴다 하더라도 오마카세를 즐기러 온 타인을 방해할 권리는 절대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지인 또는 셰프와 가벼운 대화를 하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대화하는 분위기가 무조건 옳고 지향되어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방해받지 않고 식사를 하고 싶어 하는 손님, 지인끼리 오붓한 대화를 원하는 손님 등 다양한 니즈가 존재하기 때문이지요. 다만 필자는 셰프와의 대화도 오마카세의 묘미 중 하나라 생각하기에 업장의 분위기가 맞고, 본인이 셰프와 대화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코스 진행 중 셰프와 커뮤니케이션을 갖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로써 오마카세에 대한 전반적 설명이 끝났습니다. 처음 가는 사람에게 설명한다 생각하고 글을 적다 보니 글이 길어진 감이 있습니다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보셨다시피 스시 오마카세도 식당에서 하는 식사 중 하나입니다. 다만 용어가 낯설고 경험해보지 않았다 보니 가기 전에 필요 이상으로 걱정을 하는 경우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글을 통해 스시 오마카세에 대한 막연함을 지울 수 있었으면 하며, 즐거운 식사를 기원하며 이만 글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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