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정말 많이 가는 관광지 중 하나인 강릉. 이곳에 갈 때면 바다로 가는 만큼 회를 먹으러 가는 관광객들이 많습니다. 회를 즐기기 위해 일반 횟집도 좋은 선택이지만, 색다르고 신선하게 회를 먹기 위해 주문진 항을 들리는 경우도 많이 보이고요. 저도 그런관광객 중 하나로서, 제가 주문진 항에서 회를 즐겼던 방법과 느낀 점들에 대하여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2020년 5월 방문
필자는 이 여행에서 주문진 풍물 좌판 시장을 방문했습니다. 구조가 좀 신기했는데, 생선 파는 곳 따로, 할복하는 매장 따로인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호객행위는 아예 없는 건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용인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이뤄졌습니다.
여러 집을 돌던 중 채고와 사이즈 좋은 참돔을 파는 매장이 있었고, 2킬로 좀 넘어 보이는 크기의 참돔을 가져가라고 제안받았습니다. 성대와 삼세기 몇 마리는 덤으로 주겠다고 말씀하시면서요. 사실 5월에 먹는 생선으로는 참돔이 나쁘지 않았지만 (어차피 양식이기도 하거니와), 동해에서 먹기는 좀 아쉬운 생선이기는 합니다. 참돔 양식 산지가 동해가 아니라 가격 메리트가 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족들이 참돔을 드시고 싶어 하시기도 했고, 이날 시장에 많던 청어나 쥐치가 그렇게 당기진 않아서 추천받았던 생선들을 구매했습니다.
손질된 회와 탕감을 가지고 초장집에 갔습니다. 맛은 양식이고 사이즈도 좋았기에 기름지고 좋았습니다. 성대도 특별히 강한 맛을 내는 것은 아니었지만 무난 무난하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다만 할복하는 과정이 좀 아쉬웠습니다.
보시다시피 회의 가격에 따라 할복비를 받고 있는 형태였는데요, 생선 파는 곳과 회 뜨는 장소를 따로 둠으로써 회전율도 빠르고 위생에 더 신경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수돗물을 이용해 위생적으로 처리하는 모습은 아주 좋았지만, 여전히 회 뜨는 손으로 돈을 받거나 하는 모습은 아쉬웠습니다. 이런 기본적인 위생에 대해서는 대책이 더 필요할 듯싶었습니다.
이날 위생도 위생이었지만, 회 뜨시는 분의 실력이 많이 아쉬웠습니다. 이날 사진은 약과일 정도로 탕거리 서더리에 살점이 정말 많이 붙어 있습니다. 분명 돈을 제공하고 받는 서비스인데, 이런 퀄리티의 결과물을 돌려받는다면 굉장히 아쉬울 수밖에 없더군요.
21년 1월 방문
이날도 마찬가지로 주문진 좌판 풍물시장에 갔습니다. 겨울이라 확실히 철을 맞은 생선들이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여파로 시장에 사람이 줄은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방어가 겨울 제철이지만 소방어를 먹고 싶진 않았고, 먹고싶었던 고등어는 확실히 산지가 아니라 그런지 채고나 가격, 상태가 많이 아쉬웠습니다.
상인분께 좀 지역 색깔이 드러난 회를 추천받았는데, 3월까지가 철이라던 장갱이라는 이름의 생선이었습니다. 학술명으로는 장치인 생선입니다. 강릉 하면 유명한 장치찜의 그 장치이고, 살에 수분이 많아 회보다 찜류가 더 어울리는 어종입니다. 그래도 호기심에 장치 한 마리, 키로가 조금 넘어가는 도미, 강도다리 한 마리를 묶어서 구매했습니다. 오징어도 한창 철이라 씨알 좋은 녀석으로 두 마리 구매했네요.
이 녀석은 서비스로 주신 횟대류 생선입니다. 이곳에서는 횟대류를 따로 구분하지 않고 다 횟대기라고 지칭하시더라고요. 원래 포함됐던 고기는 아닌데, 사진 찍으려고 여쭤보니 사이즈 작은놈이라 그런지 그냥 덤으로 주셨습니다. 확실히 수산시장 팁 아닌 팁이라 느낀 게 가격 자체를 깎으려는 것 보다도 뭘 좀 더 얹어달라고 하는 게 결과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
이날은 다른 곳에서 회를 떴는데, 이날 할복은 만족스러웠습니다. 마찬가지로 민물이 상시 준비되어 있기도 했고 지난번보다 회가 더 잘 떠졌단 느낌도 받았습니다. 다만 이번에도 약간 아쉬웠던 건 역시도 돈거래 시 발생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돈통을 두고 자율 거래 방식이 가장 오염으로는 안전하지만, 보안을 생각했을 때 무리가 있다 느껴졌습니다. 대신 이날 이미 시장에서 많이 시행되던 계좌이체가 활발하게 사용된다며 위생 측면에서 도움이 되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시장을 찾으시는 분들 중 계좌 이체가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계시기에 현금을 받는 건 필연적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돈을 받을 때 번거롭더라도 교차오염이 방지될 수 있도록 신경을 더 쓴다면 고객들이 더욱 시장을 애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확실히 오징어도 철을 맞아 크기도 좋고 탄력 있고 좋았고, 도미도 나쁘지 않았는데 장갱이는 역시 찜으로 먹는 게 좋겠습니다. 씹다 보면 고소한 맛이 올라오긴 하지만 살에 수분이 많아 횟감으로써는 식감이 확실히 아쉬웠습니다. 궁금하시다면 한 번쯤은 시도해볼 만은 한 녀석입니다.
21년 4월 방문
가장 최근 방문입니다. 이날은 특별히 좌판 시장에 가지 않고 그날 잡 아오시는 자연산 고기를 판매하시는 선장님께 바로 구매를 했습니다. 이날 여러 마리의 가자미와 쥐노래미(돌삼치, 이곳 사투리로는 고래치), 횟대류 여러 마리, 해삼과 멍게를 자연산으로 즐겼습니다.
선내에서 할복 및 손질이 진행됐습니다. 이때도 민물이 준비되어 위생적으로 괜찮았습니다. 돈도 다 끝나고 장갑 벗고 받으셔서 교차 오염은 없었는데요, 하지만 중간에 전화가 와서 어쩔 수 없이폰을 만지시게 되시더라고요. 이해는 가지만 아쉽기도 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날 할복하면서 사모님과 선장님께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해삼의 경우 그물에 기어 들어오는 거라 괜찮지만 멍게의 경우는 박혀있는 것이 뽑혀 올라오는 거라 그물이 망가져서 멍게가 잡히는 걸 선호하지 않는다고 하시더군요. 또 그물 작업하느라 배를 안 띄우는 경우나 고기를 빼둘 수 있으니 올 거면 미리 연락하고 오라는 말씀도 해주셨습니다. 이날 탕거리도 대게 같은 걸 더 챙겨주시려고 했는데 숙소가 호텔인지라 고사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아쉬웠네요 ㅎㅎ.
이날 회는 솔직히 자연산이라서 특출 나게 다르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해삼, 멍게의 경우는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해삼의 경우에는 적당히 탄력 있는 게 매력적이었고, 멍게는 멍게를 먹지 못하는 분들도 즐길 수 있는 만큼 강한 향이 나지 않고 좋은 바다향이 났습니다. 생선 중에선 쥐노래미의 사이즈가 아주 크지 않음에도 양과 함께 식감과 맛이 좋았습니다. 가자미는 사이즈가 작아 맛을 즐기기엔 약간 아쉬웠단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관광객인 제가 주문진에서 회를 즐겼던 일종의 견문록(?)을 작성해 보았는데요, 주문진에서 회를 즐기시려는 분들께 작게나마 도움이 되셨으면 하며 글을 이만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