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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승원 Sep 30. 2021

실패 없는 스테이크를 원하는 당신에게.

이렇게 쉬운데 이렇게 맛있다고?

 스테이크, 이 요리는 성공과 외식의 아이콘으로써 굉장히 오래 군림해왔습니다. 양식, 그리고 소고기의 조합은 스테이크의 이미지를 굉장히 좋게 만들었죠. 정말 맛있는 음식임에는 틀림없지만, 자주 사 먹지 못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가격 때문입니다.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전문점에서 먹는 스테이크는 꽤 비쌉니다. 그렇다고 집에서 하기에는 밖에서 먹던 맛이 잘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물론 재료로 어떤 고기를 어떤 두께에 갖고 있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스테이크의 요소이긴 하지만, 비싸지 않은 고기로도 최고의 맛을 낼 수 있습니다. 저는 최근 유행했던 익힘 방법을 통해, 가정에서 스테이크를 만들었던 경험을 자세히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1. 스테이크 익힘 방법?


'익히는 것에도 방법이 있나?' 하며 의문을 갖는 분이 계실 수도 있으시겠습니다. 보통의 고기 굽는 방식은 당연히 불에 고기를 올려서 굽는 방식입니다. 다만 이 보편적인 조리법은, 두꺼운 고기를 익힐 때는 어려움이 생깁니다. 안까지 고루 익히려면 겉면이 너무 익어버리는 경우가 생기고 (오버 쿡), 겉면의 오버 쿡을 방지하려 하다 보면 안쪽이 덜 익는 경우도 발생합니다(언더쿡). 또는 두 가지가 동시에 생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두꺼운 고기의 경우에는 오븐에 추가로 익혀주는 조리법이 기존에 존재합니다만, 제가 소개할 요리법은 약간 순서를 바꾼 것입니다. 바로 '리버스 시어링'이라는 조리법입니다.


두꺼운 스테이크를 굽다보면, 안은 덜 익고, 겉은 너무 익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2. 그렇다면 리버스 시어링을 하는 법은?


두께 3.5-4센치의 미국산 채끝. 마블링은 많은 편이 아니었다.



 정말 간단합니다. 소금 간을 하고, 안을 고루 익힐 수 있는 여러 가지 기구를 통해 적정 익힘 온도만 익혀준 후, 짧은 시간 겉면만 시어링(지지는 행위)을 해주면 끝입니다. 안을 고루 익히는 도구는 오븐, 에어프라이어, 수비드 머신 모두 가능하며, 난이도는 약간 올라가지만 심지어는 전자레인지도 충분히 요리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리버스 시어링을 몇 분 익히라는 조언을 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리버스 시어링은 몇 분간 돌려주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심부 온도를 몇 도 정도로 만드느냐가 핵심인 조리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심부 온도를 어떻게 재야 하는지가 쟁점일 텐데요, 사실 이 부분은 심부 온도계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집에 심부 온도계가 어딨냐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으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당연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었거든요 ㅎㅎ... 하지만 제가 고기를 정말 좋아하기에 하나 장만을 했습니다. 가격대도 만원 초중반이라 큰 부담이 되지 않는데 굉장히 유용해서 아주 만족하는 소비 중 하나입니다. 고기 요리를 자주 해주시는 분들께는 하나 장만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다시 본문으로 돌아와서, 저는 리버스 시어링을 수비드 머신과 에어프라이어를 통해 만들어보았습니다. 고기는 미국산 채끝을 3.5센티 정도의 두께로 준비했으며, 냉장고에서 꺼낸 직후의 심부온도는 약 8도쯤이었습니다. 수비드 머신은 56.5도에서 1시간 20분 정도 돌려주어서 심부온도를 56도 정도로 맞춰주었고, 에어프라이어는 80도에서 40분 정도를 익혀주어서 심부온도 53도를 맞춰보았습니다. 에어프라이어 같은 경우 고루 익히기 위해 20분 정도 지났을 때 고기를 한번 뒤집어줬습니다. 수비드 머신에서는 정석적인 요리법을 따르느라 56도를 하긴 했지만, 다른 조리 기구를 이용해 익히실 때에는 심부온도를 52도에서 53도 사이로 맞추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심부온도 52도를 달성한 고기의 모습


 이 조리법을 듣고, 육즙이 다 빠지는 것 아니야?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보다시피 에어프라이어로 조리 시에는 육즙이 맺힌 것 이외에 육즙 손실은 거의 없었습니다. 오히려 팬에 오래 익히는 것보다 훨씬 적었습니다. 다만, 수비드로 익히는 경우에는 육즙 손실이 꽤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수비드만이 갖는 엄청난 강점이 있고, 그 부분은 테이스팅 부분에서 다시 언급하겠습니다.



3. 근데, 왜 다시 팬에서 익혀줘야 해?


 스테이크는 지금 저 상태로도 충분히 골고루 익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저는 팬에다가 시어링을 해야 한다고 했었습니다. 왜일까요? 이는 마이야르 반응과 관련이 있습니다. 몇 년 전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마이야르는 생소한 용어였습니다. 센 불에 스테이크를 지져야 하는 이유도 육즙을 가두기 위해서다라는 잘못된 풍문도 있었죠(실험 결과에 따르면 센 불로 지지는 것과 육즙을 가두는 것 사이에는 큰 영향이 없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에다가 지지기, 즉 시어링을 해줘야 하는 이유는 마이야르 반응과 관련이 있습니다. 마이야르는 쉽게 말해서 고기나 양파 등을 구울 때 색이 변하면서 감칠맛을 유도하는 현상입니다. 안을 고루 익힌 고기를 팬에서 다시 한번 시어링을 해줌으로써 마이야르 반응을 통해 감칠맛을 이끌어내고, 이는 스테이크의 맛도 한 단계 올려줄 수 있는 것입니다.


마요네즈를 뱀 모양으로 바르고, 평탄화 작업 해주기


 보통은 달군 팬에 기름, 버터 등을 올리고 시어링을 해주는 편이지만, 이번에는 최근 인기를 끌었던 마요네즈를 통해 시어링을 해보았습니다. 저도 이 조리법을 들었을 때 스테이크에 웬 마요네즈인가 싶었는데, 마요네즈의 구성 성분인 계란, 기름, 식초, 소금 등이 스테이크와 조화가 나쁘지 않은 걸 생각하면 잘 어울릴 것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맛도 맛이지만, 예쁜 골든 브라운 색깔의 시어링을 쉽게 내기 위한 방법으로 마요네즈를 사용하는 것이라 의심반 기대 반 마요네즈를 이용해보았습니다. 마요네즈를 바른 앞뒤를 각각 1분씩, 옆면을 30초씩 구워주었습니다.



4. 그리고, 결과물




 정말 노릇하고 겉면이 잘 익혀졌습니다! 골든 브라운 색깔을 별다른 단계 없이 쉽게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이제 단면을 한번 보시겠습니다.



안은 완벽한 미디엄!


 저 단면이 보이시나요? 안이 덜 익거나 겉 부분이 과도하게 익거나 하지 않고 안이 고르게 미디엄으로 익었습니다. 많은 팬 프라잉 스테이크를 해보았지만, 이 정도 균일한 익힘을 가지고 있는 결과물은 처음이었습니다. 특히 3.5 cm 두께 정도가 되면 고루 익히기가 정말 어려운데, 난이도도 쉽고 결과물도 좋아서 굉장히 놀라웠습니다.



수비드로 리버스 시어링을 해준 스테이크

 총 두 덩어리를 리버스 시어링을 했다고 말씀드렸는데, 위 사진은 수비드를 먼저 해준 고기입니다. 사실 수비드 과정을 거치 다 보니까 육즙이 많이 빠져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먹은 후에는 평가가 완전히 뒤바뀌게 되었습니다. 분명히 수비드 조리 과정 중 육즙 손실은 많았지만, 식감에 명백한 차이가 날 정도로 부드러웠습니다. 특히, 미국산 채끝이 마블링이 많기보다는 좀 치감이 있는 부위지만, 수비드로 조리하니 폭발적인 육즙은 부족했지만 누구나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연해졌습니다. 하지만 두 조리법 모두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둘 중 더 편한 걸 선택하셔도 충분히 맛있는 스테이크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오늘 리버스 시어링이라는 조리법에 관하여 이야기해보았습니다. 일반적 팬 프라잉보다 난이도도 쉽고, 맛도 좋은 편이라고 생각해서 정말 강력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코로나로 외출이 꺼려지는 시기에, 가정에서도 리버스 시어링을 통해 충분히 맛있는 스테이크를 즐겨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일러스트: 이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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