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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쨌거나 글쓴이 May 09. 2016

자책 대신 맥주

 왜 남의 시간을 그렇게 함부로 쓸까. 남들이 이기적인 만큼, 이젠 나도 제법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놀라울만큼 이기적이어서 따라잡기 참 무섭다. 시간이 남아서, 정성 들일 곳이 없어서 여기 있는 것이 아닌데. 내 것은 내가 챙겨야한다는걸 알지만 이런식으론 밀릴 수 밖에 없다. 막무가내다.


 그러다 이 비난의 끝에 종종 세워지는 건 나다. 함부로 대하는 사람 앞엔 자신을 아끼지 못하는 내가 있다. 연인에게든 누구에게든, 힘든 시간을 굳이 자처했던 바보같았던 시절에서 달라지긴 한걸까. 약삭빠르게, 여우같이 제 몫을 챙기지 못하는 어수룩한 모습이 못났다.


그나마 예전과 달라진게 있다면 자책은 1차에서 멈추고 2차로는 맥주를 택한다는 것 정도. 뭐, 이렇게 생겨먹은 걸 어쩌겠나. 그러니 맥주나 마시자. 다음번엔 내 기필코 저 망할놈에게 가시를 보여주리라-는 다짐까지. 스스로 내몰았던 자신을 대충 어르고 달래며 추스린다. (막상 그 때가 되면 어물쩡 넘어갈 것임을 안다.) 자기비난과 우울에 빠지지 않기 위한, 나이롱 처방이다.


 극약처방에도 자신을 충분히 보듬지 못하는건 여전히 똑같다. 마구 감정을 표출하는 건 날잡고 해야할 만한 사치라, 당장은 어떻게든 오늘만 넘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감정에도 효율을 따져가며 자신을 달래고 있는 꼴이지만, 그럼에도 오늘만 넘기자, 오늘만. 어차피 똑같을 내일을 위해, 적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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