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리 - 맥락을 팔아라 리뷰
이번주 들불 비즈니스 스터디에서는 퍼블리에서 18년 9월 발행된 '맥락을 팔아라'를 읽었습니다. 각양각색의 사례들과 함께 제시된 마케팅의 법칙들은 단순히 돈을 버는 것보다 고객의 새로운 시작을 돕고 함께 성장해나가는 의미가 중요하다는 시사점을 남겼는데요. 들불의 팀원들은 이 아티클에서 어떤 점을 알고 배웠는지 궁금합니다! 그럼 들불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볼까요?
맥락은 상상력이고 그 맥락을 판매하는 건 상상력을 자신 있게 밀고 나가는 것!
서정민주
커뮤니티 들불은 책과 독서라는 고전적이지만 (기복이 있을지라도) 언제나 인기 있는 상품과 활동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서비스다. 이미 주어지고 학습된 맥락을 쥐고서 팔릴 만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아니 에르노의 책을 읽고 프랑스 영화나 회화 클래스를 이어서 진행하는 워크숍.)
챕터 3에서는 연결, 엮어내기, 재미라는 키워드가 나온다. 마케터는 맥락의 설계자고, 다른 두 세계를 엮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지금 마케터가 할 일은 고객의 맥락과 브랜드의 맥락을 씨실과 날실을 교차하듯 빈번하게 엮어가는 것이다.'
들불의 서비스 자체도 다른 사람과 지식을 연결하는 커뮤니티 서비스고, 이 커뮤니티 서비스를 홍보하기 위해 잠재적 소비자의 니즈와 우리의 프로그램 구상을 긴밀히 연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금 정리할 수 있었다. 스타트업 이모저모를 엮어 발송하는 메일링 서비스가 이러한 마케팅의 시작이 되길 바란다.
챕터 5의 제목은 '먹고 마시는 삶의 맥락을 제안하라'인데, 푸드 x 패션 회사의 콜라보 사례에서 작년에 인상 깊게 접했던 태극당의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이 떠올랐다. 서울의 오래된 베이커리인 태극당은 굳이 내가 찾아 먹지 않아도 생활에 들어왔던 적이 몇 번 있다. 한 번은 20대 초반 생일 때 친구가 집 앞 태극당에서 딸기 생크림 케이크를 사다 준 적이 있는데, 딸기밭에 온 것처럼 상큼한 향기가 진동하고 크림도 너무 맛있어서 감격했었다. 파리바게뜨나 뚜레쥬르가 아닌 빵집에서 처음 받아본 생일 케이크여서 더 좋았다(?). 집에 와서 아빠한테 자랑했더니 아빠가 결혼 전까지 살던 동네에도 태극당이 있었다면서, 모나카 아이스크림이 맛있다고 하셨다. 그로부터 몇 년 뒤 일이 있어 장충동 쪽을 지나가다가, 친구와 태극당에 들어가서 커피와 빵을 사 먹기도 했다. 대학 근처에도 태극당이 있었는데, 뛰어난 맛에 비해서 브랜딩이 다소 낡고, 다른 베이커리와 차별성도 없다고 느껴 굳이 찾는 일이 없었더랬다.
그러던 어느 날, 애인과 합정의 탭 하우스에 갔는데 빵맥포터라는 맥주가 있었다. 당시 품절이어서 아쉽게 맛보진 못했지만 태극당의 단팥빵과 함께 즐기라면서 플레이그라운드사에서 출시한 생맥주였다. 평소에 케이크나 빵과 맥주 맛의 궁합을 잘 알고 있던 나는 당장 태극당 홈페이지에 들어갔고, 태극당 창업주의 3세 남매가 종목을 넘나드는 콜라보를 하면서 기업을 살리고 있다는 소식을 알았다. 새 대표들은 뉴트로 열풍에 화답해 태극당의 오리지널 로고와 서체를 살리고, 프릳츠 커피 컴퍼니의 로고처럼 귀엽고 빈티지한 캐릭터를 만들었다. 소비사로서 너무 재밌고 내 가업이 살아난 것처럼 벅찼던 것 같다. 맛에 대한 신뢰와 조금의 안타까움이 있어서 더 그랬을까. 태극당이라는 브랜드를 떠올리면 나열할 이야기가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이 어쩌다가 생긴 내 애정을 증명하는 듯하다. 태극당 빵을 먹던 날에 듣던 음악이나 읽던 책도 기억이 난다. 아티클을 읽으면서 기억 속의 마케팅-맥락의 힘을 느낀 예이다.
챕터 7에서는 매트리스와 안경이라는 두 아이템이 등장한다. 매트리스와 안경처럼 절대적 좋은 품질이 있지만 가격대와 품질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면서도 개인적으로 맞춰볼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서비스라면 나도 한 번 이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생 때 엄마가 가입해 주셨던 책 대여 배달 서비스도 떠올랐다. 당시 우리 가족은 일요일마다 4인 가족의 대출증을 모두 들고 시립 도서관에 가서 16권씩 책을 빌렸다. 주차장까지 책을 들고 오는데 그렇게 무거울 수가 없었다. 모부님은 내가 책 한 권에 꽂혀서 읽고 있는 사이에 딸을 위한 큐레이션을 매주 진행하셔야 했으니 더 고생스러우셨을 게다. 책 대여 배달 서비스에 가입하고 나서는 시립 도서관에 가는 걸 건너뛰는 주도 있었다. 당시에도 신문과 유제품 배달은 누구나 하는 서비스였지만 책 배달 서비스는 혁신이었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는 도서관이 많은 편이었는데도 그랬다. 마치 쿠팡 프레시가 동네 마트와 마켓 컬리 이후에 인기가 많아졌지만 많은 이에게 혁신적 편리함으로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고객의 니즈를 발견하고 경험을 혁신하라'
이 외에도 츠타야 서점(책)이나 오늘의 집(인테리어) 같은지혜롭게 트위스트한 마케팅 사례를 찾아볼 수 있어 좋았던 아티클이었다. 새삼스럽지만 도미노 피자나 아마존, 맥도날드같이 혁신적인 마케팅이 필요할까 싶을 정도로 공고한 기업도 실은 계속해서 맥락을 잘 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커뮤니티 들불의 매력을 이용자에게 상큼하게 전달하기 위해, 재치있는 상상력을 밀고 나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겠다는 초여름의 주말이다.
원래 그렇다고 생각했던 것에 도전하자!
노혜지
매키트릭 호텔에서 진행된 몰입형 연극인 슬립노모어의 예가 좋았다. 공연의 주도권이 자신(=관객)에게 있게끔 구성한 점이 특이했고, '고정관념-습관-역할'을 동시에 깨버렸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1개 이상의 감각을 중첩해 새로운 경험가치를 창출하는 점도 주목할만한 포인트였다.
소비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말에는 크게 공감했다. 이제 고객들은 상품을 통해 공감할 수 있는 타인을 만나고, 자신의 가치관과 라이프 스타일을 발견하고 완성하기를 꿈꾼다고 한다. 아티클을 읽으면서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기획자로서의 내가 아니라 소비자로서의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나 역시 요즘엔 소비 그 자체보다 소비가 내포하고 있는 가치나 소비를 통해 외부에 표출될 의미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들불의 커뮤니티 서비스를 함께 할 고객들도 우리의 서비스와 더불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치에도 주목할테니 우리가 가지고 가야만 할, 그리고 가져가고 싶은 의미를 더 공고하게 구축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진정한 혁신은 '원래' 그렇다고 생각했던 것에 도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말도 여러 고민할거리를 던져주었다. 세세한 부분에 공을 들이다보면 쉽게 진이 빠지고, 그러다보면 쉬운 길로 가고 싶은 유혹에 쉽사리 마음을 뺏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가 지키고 싶은 가치들은 쉽게 얻어지거나 쉽게 유지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누군가가 이미 닦아 놓은 쉬운 길로 가려고 하면 고객들도 어김없이 그 점을 파악하고 실망할 것이 분명하다. 고객에게 새로운 시작을, 가치 있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끝없이 고민하고 조금 돌아가더라도 현명하고 분명한 길을 택해야겠다.
또, 홍보에 있어서는 애플과 삼성의 예처럼 제품을 갖게 되면 달라질 삶의 모습을 미리 보여주는 방식의 광고를 활용하는 것이 효과가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특히 우리 커뮤니티의 특성상 모든 프로그램이 고객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과 필연적으로 연계된다. 소비하면 그만인 서비스말고, 기존의 라이프스타일을 단단하게 유지해나가면서 새로운 세계로의 문을 열 수 있는 디딤돌이 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은 욕심이 더욱 커졌다.
사람들이 수용하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이 제안하고 약속하는 관점이라고 한다. 들불은 고객들에게 어떤 관점을 제안하고 약속할 수 있을까?
* 들불 공식계정 instagram.com/fieldf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