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이 조금 불편해도 괜찮지 않나 싶어
몸과 마음이 편하다는 건
크게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다는 것,
딱히 힘든 일이 없다는 것.
편안하고 안정된 삶
주어진 것에 만족하며
큰 욕심 없이 사는 거,
그게 과연 맞는 걸까.
예전에 그런 적이 있었다.
지리산 천왕봉을 오르고 올라
마침내 정상에 도착했을 때였다.
정상에 오른 기쁨도 잠시
다시 내려갈 생각을 하니
가만히 서 있는데도
벌써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산 하나 정복했다는 기쁨
그러나 다시 내려놓고 가야 하는 마음
오직 정상만 생각하며 버텼던 시간들
마치 꿈을 꾼 것처럼 아련해지는 순간들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생각했다.
기세가 한풀 꺾이고 땀이 식으면서
비로소 마음에 여유가 찾아오는구나
근데 왜 이렇게 섭섭한 걸까.
내려간다는 건 뭘 의미하는 걸까.
이 삶이 정체되기 시작한 걸까.
아니, 드디어 삶을 즐길 수 있게 된 걸까?
중력을 거스르는 삶이 아니라,
중력에 끌려가는 삶이라면
그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떠밀려가는 삶인가.
만사태평萬事太平
모든 일이 잘 되어서
탈이 없고 평안하다.
또는 어리석어서
아무 걱정 없이 지낸다는 뜻.
지금 나는 어떤 상태일까.
삶이 편안해서 행복을 느끼며 사는지,
아니면 삶이 힘들어서 불안을 느끼며 사는지.
나는 지금 어떤 길을 걷고 있는지
조용히 생각에 잠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