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배짱이가 자꾸만 치악산행 고속도로를 타는 이유

by 정민


30대 초반 일벌리기 좋아하는 도시 배짱이의 5도 2촌(실제로는 14도 3촌) 프로젝트




아직 자가도 없는 주제에 5도 2촌이 웬 말이냐. 땅 살 돈은 있냐 하신다면 없습니다. 당장 다음 달 먹고 살 걱정하는 아주 평범한 프리랜서일 뿐이니까요. 이런 저에게 치악산 자락 아래 취미로 농사를 지어 제철 농산물을 바리바리 보내주시는 어머니가 계십니다. 어머니 소유의 땅 한 켠에 간단한 주말농장도 만들어보고 도시에서는 해보기 어려운 것들을 실행해보기로 마음을 먹어버렸습니다. 제 인생의 최종 종착지는 자연이 가득한 시골이었으면 하거든요. 아직 아이는 없지만 계획은 있는 부부로써 너른 산자락의 품에서 흙먼지 뿌려가며 자유롭게 키우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사교육보다 세상의 넓음과 자연의 자비로움에 대한 체험이 사람을 얼마나 온화하게 만드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마음 한구석에는 늘 귀촌에 대한 열망이 있었습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1년을 정처 없이 헤맸습니다. 직장인도, 프리랜서도 아닌 애매한 포지션으로 한 달에 100만원도 채 안 되는 돈을 벌어가며 어떻게 하면 더 잘 먹고 많이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만 골몰하며 스트레스를 받아왔어요.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방식으로 삶을 일구어나가고 싶은지 쑤셔보기만 한 셈이죠. 남편이 없었더라면 정말 힘든 시간이었을 거예요.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디자인을 하면서 느낀 건 저는 더 많이 가져야 행복한 사람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물질적으로 더 많이 가지는 것 보다 계절에 맞는 제철 채소로 다양한 음식도 만들어보고 자라나는 식물을 바라보며 희열을 느끼며 대충 만든 생활용품을 바라보며 뿌듯함을 느끼는 투박한 사람이었어요. 리틀포레스트형 인간이랄까요. 저희 어머니께서는 귀촌은 자식 다 키우고 중년이나 되어 두 번째 삶을 시작할 즈음에나 하는 거라고, 젊은이들은 시골에 있으면 심심해한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젊은 사람들도 촌의 자연과 여유를 만끽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조금 이른 귀촌을 목표로 삶을 만들어보려고요. 물론 미니멀라이프와 에코라이프는 함께 맞물려 돌아갑니다. 덜 해로운 인간이 되고 싶은 마음도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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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는 합니다만... 아직 시간이 남아있으니 여유롭게 상상해 보려고 합니다. 봄에는 소나무 순을 뜯어 솔주를 담그고 뽕잎나무 잎을 모아 튀김을 해먹을거예요. 설거지를 하려면 수세미가 필요하니 수세미 몇 뿌리 심고 감자, 고구마도 심어 구황작물 양껏 때려 넣은 카레를 버전별로 만들어 보고 싶어요. 노지에서 햇빛을 쐰 토마토로는 가지 라자냐도 만들어보고 잼으로 만들어도 맛있다고 하니 도전해 봐야겠어요. 자라는 내내 귀여운 당근도 심어야 하고 과실이 열리는 덤불나무도 심어보고 싶어요. 가을에는 뒷산에 올라 잣송이와 밤송이도 주워와야 합니다. 이렇게 2023년을 알차게 채우고 나면 몸도 마음도 풍요롭게 차오를 거라 믿어요. 상상만으로도 참 즐겁습니다.


생각보다 농촌에서 일회용품 사용량은 엄청납니다. 많은 양의 비닐과 플라스틱, 화학 용품을 필요로 해요. 제가 심고 수확하는 농작물들을 되도록이면 그 계절 안에 소진하는 방향으로 지내볼 생각입니다. 저장을 하더라도 재활용 용기를 이용하거나 가지고 있는 캠핑 용품을 사용해 새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 방향으로 꾸려볼 예정이고요. 이 정도면 꽤 그린한 계획 아닌가요? 장합니다. 달에 한 번, 30대 초반 아무것도 없는 여자가 어떻게 시골을 향해 나아가는지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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