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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려 Apr 30. 2024

나는 강인한 엄마가 되어야 해

달달한 인생을 원한다. 인생의 달달함 그 무엇을 생각하는 시간이 있다.

바로 청소년기가 아닐까? 내가 되고자 하는 목표를 위해 하나씩 쌓아가는 시간

부모라는 큰 나무 아래서 걱정없이 살 수 있는 시간의 마지막이 고등학교까지의 시기일 것이다.

아들이 고1이 되었다.


2.75kg의 작은 체구로 태어난 아들은 오랫동안 나를 힘들게 했다. 먹지를 않던 아이는 엄마인 내가 온갖 분유를 갈아치우며 애를 태웠지만, 그래도 세상에 전혀 반응이 없었다. 문화센터에 가서도 조용히 주위만 바라보기만 했던 아이. 내성적인지, 세상이 두려웠던 건지.

그래서 나는 아들이 세상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주말마다 데리고 다녔다. 요리조리 세상을 보여주며 체험할 기회를 만들어주었고, 두뇌 발달에 좋다는 교육 프로그램에도 적극 참여시켰다. 

그렇게 자라난 아들은 유치원 시절 공간지각 검사에서 생각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지금도 선생님의 말이 생생하다.

"어머니, 많이 시켜서 이 정도일 수도 있어요."

엄마로서 가장 안타까웠던 그 순간, 처음으로 아들의 한계를 느꼈다. 그래도 학습보다는 놀이 중심의 문화생활을 하도록 하며 유치원 시절을 마무리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며 아들은 학습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결국 심리상담을 받게 되었고, 그 결과를 듣고는 통곡할 수밖에 없었다. 초등학교 1학년 2학기부터 아들은 학습지와 숙제를 하지 않게 되었다. 

나 역시 어쩔 수 없이 자발적 방임 상태가 되어버렸다. 체크만 해줄 뿐, 엄마로서 해야할 역할은 아이의 학원비와 교육비 등 기본을 살피는 수준에 그쳤다. 


아들은 그렇게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며 고등학생이 되었다. 하지만 공부 재능이 뛰어나지 않은 아이는 공부에 많은 돈과 노력을 들이고 있지만, 그에 따른 성과는 미미하기만 하다. 처음에는 아까운 생각뿐이었다. 아이 교육비로 벌써 몇 대의 차를 바꿨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젠 아이의 자존감, 마음의 상처가 더 큰 걱정거리다. 시험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만큼 노력이 부족했다고 봐야 하는가? 아이가 공부에 몰두할 때 대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나는 알 길이 없다.

세상엔 더 험난한 일들이 많다는 말로 아들을 다독인다. 지금 이 순간은 출발선일 뿐, 대학 입시가 전부는 아니라고. 대학을 나온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어떤 조언이 아들에게 힘이 될지 모르겠다.  


엄마인 내가 아들에게 할 수 있는 말은 한계가 있다. 나 또한 결코 달달하지만은 않은 인생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사회에서 받은 상처,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주었던 상처들이 있었다. 그만큼 성숙해졌고 더 농익어 가고 있다.

아들이 지금과 같은 아픔을 겪으며 조금씩 성숙해지기를 바랄 뿐이다. 본인의 인생을 어떤 방향으로 가져갈지는 전적으로 아들 스스로의 몫이다. 나는 엄마일 뿐, 옆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다.

아들이 "엄마, 나 어떻게 해야 해?"라고 물으면, 나는 대답할 길이 없다. 부족한 엄마라 아들에게 어떤 세상을 말해줘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다만 이것만은 알고 있다. 이 고민과 물음표가 내게도 성숙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라는 것을.

가슴 아린 시련과 아픔을 견디며 나 또한 한 번 더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 모자가 함께 동고동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엄마의 역할은 단지 강인한 모습으로 아들 곁을 지키며 힘이 되어주는 것뿐이다.

눈물을 숨기고 굳센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아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며 사랑을 새기는 엄마의 모습이 있다. 이 또한 인생이 주는 달콤한 여정이 아닐까. 

때론 쓰디쓴 아픔도 있지만 그 사이를 비집고 꽃피는 사랑이 있어 더욱 달콤하다. 누구에게나 청소년기는 달콤한 꿈을 꾸며 보내는 시기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 달콤함의 반대편에는 엄마와 아들의 애환이 숨어있다.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엄마와 아들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이 세상 누구나 한계에 부딪히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 한계 안에 가만히 주저앉아 있을 것인가, 아니면 한계를 뛰어넘어 성장해나갈 것인가. 이것이 바로 우리가 마주하는 인생의 핵심이다.

아들에겐 공부라는 영역에서 한계가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삶에는 공부 외에도 수많은 영역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한계를 넘어 어떤 꿈을 펼칠지는 전적으로 아들 스스로의 몫이다.

엄마인 나 역시 부족한 점이 많다. 아들에게 적절한 조언을 해줄 만한 지혜가 부족하다. 하지만 이 또한 성장의 기회라고 여긴다. 부족함을 채워가는 과정 그 자체가 나를 단련시킨다.  


이제껏 수없이 많은 시련을 겪으며 단단해져왔듯, 이번에도 견뎌내며 좀 더 강인해질 수 있을 것이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과정일지라도 결국엔 그것이 나를 성장시킬 터이다.

사랑하는 아들 또한 이번 시련을 통해 한 걸음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청소년기의 방황과 고민은 누구에게나 있는 법이다. 아들 역시 인내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한다면 반드시 빛나는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때론 서로의 부족함이 상처가 되기도 하지만, 그 상처 자체가 우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엄마와 아들은 이 과정을 통해 보다 성숙해지고 있다. 우리가 함께 동고동락하며 배우고 있는 것은 바로 인생의 의미 그 자체가 아닐까.


청소년기가 지나면 이제 아들도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그때가 되면 어떤 꿈을 꾸며 살아갈지, 어떤 선택을 할지는 모두 아들 스스로의 몫이다. 엄마인 내 역할은 단지 그 여정을 곁에서 지켜보며 응원하는 것뿐이다.

때로는 혼자서는 버틸 수 없는 아픔과 시련이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우리는 함께 이겨내며 더욱 단단해질 수 있을 것이다. 마치 거친 바람에 견딘 꽃이 더욱 아름답게 피어나듯 말이다.  


세상은 계속 돌아갈 것이고, 우리 모자는 함께 성장해나갈 것이다. 지금의 아픔 속에서도 언젠가는 달콤한 열매가 맺힐 날이 올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이 올 때까지 나는 힘차게 아들 곁을 지키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엄마가 있으니 괜찮아. 우리 함께라면 꿈꿀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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