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려 Apr 25. 2024

그녀에게서 내 삶의 맛을 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은 또 다른 누군가의 인생을 보는 시간이 된다. 오늘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났다. 새로운 누군가와의 만남을 어려워하지 않는 나는 그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또 다른 세상을 본다.

나와 같은 나이의 여자였다. 나는 이제 고1이 되는 아들이 있지만, 그녀는 벌써 23살 된 아이의 엄마였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그녀는 어느 시점에서 이른 사랑을 했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가 어느 순간 혼자가 되었던 것이다. 

가장으로서 살아간 그 시간 동안 그녀에게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물론 지금의 나에게도 남편이 있지만, 나 역시 가장 같은 마음가짐으로 살아가고 있다. 나는 먼저 내가 책임을 져야 할 부모님이 계시고, 그리고 사랑하는 아들의 교육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


내가 좀 더 어렸을 때는 가장 부러운 사람이 남편 월급을 받고 살아가는 가정주부였다. 나는 30대가 너무나 치열했고, 어려웠고, 힘들었다. 살아가는 순간순간 회사와 집을 오가는 시간들이 나에게 큰 치열함을 안겨주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육아와 직장 생활을 병행하는 과정에서 나의 엄마의 보살펌이 있었지만, 나는 힘들었고 어려웠다. 나는 엄마가 될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이었던 것일까? 엄마라는 자리에서 요구되는 희생을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엄마니까 해야 하는 일들이 나에게는 벅차기만 했다. 나라는 존재감이 없었던 시간들이 나를 괴롭혔다.

그래서 나는 마흔이 넘은 지금의 내가 좋은 이유는 '내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만난 그녀는 자신의 인생에 물음표가 많은 사람이었다. 과연 나는 누구인가? 여전히 그 물음표를 던지며 자신을 찾아가는 중이었다.


바쁘고 힘들다는 이야기들 속에서 그녀가 살아온 지나간 세월들이 엿보였다. 누군가가 채워줄 수 없는 공허함은 그녀 스스로를 힘들게 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 흔한 '감사'가 중요한 시점이다. '감사함'을 모르고 살아온 나 자신도, 과거의 어느 시점에는 그랬던 것 같다. 

앞으로 달리지만 결과가 없는 세월,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달려가야 할 미래.. 그 속에서 감당해야 하는 삶의 무게감들이 누군가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화려한 외모, 그리고 단정한 옷차림 속에 감춰진 그녀의 마음을 나는 보았다.

그렇게 나는 또 다른 누군가의 인생을 맛보았다. 그 맛에는 달콤함도 있고, 쓴맛도 있고, 애매모호한 맛도 있다. 사람마다 가진 자신의 삶의 맛이 있기에, 그 맛을 보면 그 사람을 안다. 왠지 모르게 나는 이 사람이 좋다. 그 삶 속이 나와 닮은 듯한 그녀. 그녀에게서 내 삶의 맛을 보았다.


우리는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가지만 어딘가는 통한다. 힘겨운 순간도 있고 외로운 시간도 있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새로운 만남을 통해 그 사람의 인생을 맛본다. 낯설지만 동시에 친근한, 그 맛 속에서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누군가의 인생 이야기 속에서 나의 모습이 겹쳐 보이기도 했다. 혹시 내가 그랬나 싶었고, 아니면 이랬어야 했나 하는 반성도 했다. 하지만 결국 그것은 그 사람의 인생이자 나의 인생이기도 했다. 우리 모두가 자신만의 특별한 맛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다.

이렇게 다른 이의 삶을 들여다보며 내 삶도 멀리서 보는 계기가 된다. 그리고 앞으로 어떤 맛의 인생을 살아갈지에 대한 의지가 생긴다. 이런 만남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우리는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인생 맛을 보며 새로운 길을 가고, 동시에 서로를 이해하는 날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