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아파서 조퇴해야 할 것 같아요."
"어디가 아픈데?"
"목하고 머리가 아파요."
"좀 더 견디고 더 아프면 전화해."
엄마인 나는 아이가 아프다는 전화에 '정신력'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어제의 일이다. 아이는 환절기가 되면 콧물, 눈충혈, 목 아픔 등의 증상을 느끼는 편이다. 한번은 캠핑을 갔다가 눈이 심하게 부어올라 알러지 검사를 했었다. 고양이털과 각종 나무들에 대한 알러지가 있다는 게 드러났다. 아이는 그렇게 알러지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얼마나 힘들까 싶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생각들은 사라지고 이제는 환절기가 되면 반복되는 일상이 되었다.
라떼는 어릴 적부터 개근상을 중요하게 여겼다. 개근상을 못 받으면 나중에 커서 성실도가 떨어지는 사람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눈만 뜨면 밥을 먹고 학교에 갔고, 아파도 조퇴하면 개근상을 못 받으니 아쉬움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개근거지'라는 말이 있을 만큼 시대가 변했다. 개근하면 거지가 되는 시대, 해외여행도 가지 못하고 멀리 나가지 못하는 사람이 된다는 뜻이다.
시대가 변했고 상황이 변했지만, 나의 교육관은 아이가 정신력을 가지고 버텨내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공부를 못하고 잘하고는 재능의 차이가 있지만, 지각이나 결석은 성실한 행동의 결과물이라고 본다. 그렇기에 성적으로는 화를 내지 않지만, 지각을 하면 엄청 화를 낸다. 할 수 있는 자신의 행동에 책임감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눈을 뜬 아이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만큼 목이 아프다고 한다. 어제보다 더 아픈 것 같아 보인다. 그래서 오늘은 많이 아프면 조퇴를 하라고 말한다. 안타까운 마음이 있지만, 다음 주 중간고사를 위한 컨디션 조절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앞선다.
아, 엄마야...나는 아이에게 어떤 엄마일까? 강인한 엄마일까, 매정한 엄마일까? 퇴근해서 집에 돌아가면 아이에게 물어보고 싶다. "엄마는 어떤 엄마야?" 따뜻하고 사랑이 넘치는 엄마가 되고 싶은 마음을 담아 이 질문을 던져보아야겠다.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애정과 사랑으로 아이를 품어야 하지만, 때로는 엄격함으로 아이를 다잡아야 한다. 아이의 건강과 성실성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된다.
물론 건강이 최우선이다. 아이가 아프다면 무엇보다 쉬어야 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성실성 또한 중요한 가치다. 개근상에 대한 집착은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라기보다는 내가 어릴 적 집착했던 것에서 비롯된 편견일 수 있다.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아이들을 보며 '개근거지'라는 말이 나올 만큼 시대가 변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어른이 된 뒤에도 성실성 있는 자세는 매우 중요한 덕목이 된다. 부모로서 아이에게 성실함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다만 그 방식에 있어서 "견디어내라"와 같은 강압적인 표현보다는, 서서히 인내심을 기를 수 있도록 발맞춰 주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아이가 아프다는 말을 했을 때, 단순히 건강을 생각하는 차원을 넘어서 내 과거의 경험과 가치관이 투영되어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나는 아이에게 어떤 가치관을 심어주고 싶은가? 정신력뿐 아니라 자신의 몸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가짐도 중요하다는 걸 깨우쳐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