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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려 Apr 26. 2024

오래된 서류 더미 속에 보인 나


오래된 서류 더미가 탁자 위에 한가득 쌓여 있다. 2015년이라는 숫자가 적혀있다. 지금은 2024년도 4월의 끝자락인데, 오래된 서류들 덕분에 그때의 내 모습이 떠오른다.

정말 오래 다녔다. 회사를.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입사한 나의 첫 회사. 아무것도 모르고 입사한 20대의 나는 어느덧 사회 물정리에 어두운 40대 후반으로 달려가고 있다. 그렇게 '청춘'이라는 단어가 걸맞지 않은 열정을 쏟아온 회사. 열정을 쏟았던가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그렇게 인생의 시간은 뭣도 모르는 20대를 지나, 30대의 폭풍우를 견디고, 40대의 폭풍우가 지나간 햇살이 보이는 시간으로 흘러갔다. 오래된 서류 더미를 정리하고 쓰레기로 버린다. 그렇게 오래된 기억들도 함께 버려진다.


사람은 추억으로 살아간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어느 새 현재와 미래를 보고 달려가는 사람이 되어갔다. 한때는 추억의 어느 부분에 매달려 살아가다 힘에 부치고 슬프고 괴로운 시절도 있었다. 아쉬움과 미련이라는 이름으로 나의 발목을 잡고 있었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있었다로 마침표를 찍는 내가 되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이유가 있죠, 라는 노랫말처럼 그렇게 지나간 내 모습들이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나는 지금의 내가 되었다. 


지금의 나는 어릴 때의 나보다 조금 더 멋진 사람이 되었다. 그런 나를 보며 나를 다독인 스스로의 노력들이 모여 오늘의 내가 된 것이다. 누군가가 대신할 수 없는 나. 나라는 사람의 가치와 존재, 그리고 역사는 그렇게 시간이 흐른 지금의 내가 되었다.

오늘은 내일의 나를 만드는 시간이다. 그 추억이든 역사든 그 무엇이든 만들어가는 나를 다독여 본다. "너는 괜찮은 사람이야!"


과거를 정리하며 견고한 현재를 마주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서류 더미 속 수많은 기억과 경험들이 나를 휘감고 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고통 끝에 내가 성장할 수 있었음을 자각하게 된다.

20대의 나는 세상 물정 모르고 입사한 그저 그런 신입사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30대가 되면서 부셔야 할 벽이 너무나도 많았고, 40대를 향해 달려가면서 그 벽들 하나하나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는 그 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없다. 모든 과정을 거쳐 이렇게 단단해진 나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서류 더미를 정리하며 떠오르는 수많은 기억들 속에는 좌절과 고민, 그리고 슬픔도 있었다. 누군가에겐 그저 평범하고 지나칠 수 있는 순간들이었겠지만, 나에겐 절대 잊을 수 없는 시간들이었다. 그 시간들이 오늘의 나를 있게 한 밑거름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 중에는 작지만 행복했던 기억들도 있었다. 처음으로 월급을 받았을 때의 기억, 회식 자리에서 동료들과 나눈 웃음소리들, 그리고 열정을 불태웠던 프로젝트들. 이 모든 게 합쳐져서 지금의 내가 있게 되었다. 

추억에 잡혀 살기엔 너무 아쉽지만, 과거를 모두 지워버리기에는 너무도 아까운 시간들이었다. 그래서 정리가 필요했다. 어떤 기억은 간직하고, 어떤 기억은 과감히 버려야 했다. 그리고 새로운 시간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했다.

이젠 눈에 보이지 않는 나의 내면까지도 가꾸는 일에 주력할 단계가 되었다. 외모나 스펙 등 겉모습만 가꾸다 보면 이젠 눈에 보이지 않는 나의 내면까지도 가꾸는 일에 주력할 단계가 되었다. 외모나 스펙 등 겉모습만 가꾸다 보면 한계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진정한 성장을 위해서는 내면의 성숙도 필수적이다.

과거의 기억들을 되새기며 나는 반성의 시간을 가져본다. 어리석었던 선택들, 후회스러운 말과 행동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런 실수를 통해 점점 더 나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완벽할 순 없지만 과거보다는 나아진 모습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그 모든 과정을 거친 나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일이 필요해 보인다. 20대 시절의 나에게 과한 기대를 했던 것은 아닌지, 30대의 시행착오를 너무 가혹하게 판단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본다. 지나간 일들을 후회하기보다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더 나은 나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렇게 과거를 정리하고 현재를 바라보는 일을 통해 앞으로 나아갈 방향도 그려볼 수 있게 되었다. 어둡고 단단했던 벽들이 무너지고, 나는 새로운 시야를 확보할 수 있었다. 지금껏 보이지 않았던 넓은 세상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하지만 이전과 달리 확신을 가지고 전진할 수 있게 되었다. 두려움도 있지만, 한걸음 한걸음 나아갈수록 그 두려움은 사라질 것이다. 가야 할 길을 알고, 잃어버린 나를 되찾았기 때문이다.

서류 더미 속 추억과 성장의 발자취들을 정리하며, 나는 다시 한번 스스로를 다독인다. 

"네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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