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란 울타리는 어떤 존재일까?
오랜만에 나와 6살 차이 나는 막내동생과 한참을 통화했다. 대학을 서울로 가서 지금까지 홀로 살아가는 막내동생의 지난 삶에 대한 생각과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그동안 몰랐던 우리 가족의 이야기와 동생의 상처를 보았다.
막내동생이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 나는 중학생이었고, 막내동생이 중학생이 될 때 나는 대학생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긴 교차점이 없는 삶 속에서 서로를 잘 알지 못했다. 가족 간의 사랑은 위에서 내려주는 폭포수와 같은 것이 중요한데, 나는 그렇게 가장 중요한 가족의 울타리 속을 보지 않은 채 세상 속에서 그렇게 흘러가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집에 오던 길, 주차를 하고 긴 통화를 마치며 나는 막내동생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다. 그리고 버텨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한참을 멍하니 차 안에 있었다. 내 얼굴에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련한 마음과 죄책감, 그리고 많은 생각들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내가 생각하는 엄마와 동생이 생각하는 엄마의 모습은 완전히 달랐다. 그리고 말하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들... 나는 그 속에서 무서움을 보며 살아가고 있었던 것일까? 불안함으로 떨며 어린 시절을 보낸 막내동생의 덤덤한 이야기는 어릴 때 너무 여성스러워 군대에 가서 두드려 맞지 않을까 걱정했던 아이였다. 그런데 어느새 그렇게 커서 자신의 과거를 덤덤하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어른이 되었다.
지금도 나는 감정 표현에 서투른 사람이다. 내면의 깊은 이야기나 마음속에 감춰둔 고민과 어려운 점을 이야기하는 것이 어려운 사람이다. 지금 이렇게 글을 써내려가는 시간이 어쩌면 나의 마음의 독백을 내 눈으로 바라보며 스스로를 치유하는 시간이다. 미안하고 아린 마음들을 말이다.
나의 지난 과거의 시간은 불우했다고 말하는 아이를 보며 나는 어땠을까? 하는 물음표를 던져본다. 나는 불우했었나? 아니면 나는 어땠을까? 어렸을 때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내가 어떤 감정인지 느끼며 살아본 적이 없었던 나의 모습이 보인다. 부모님이 나로 인해 슬퍼하는 일이 없는 딸, 부모님에게 짐이 되지 않는 딸. 그런 딸은 그렇게 세월을 버티며 홀로 묵묵하게 컸다.
지금의 나.
막내동생과의 대화를 통해 나는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동안 놓치고 살아온 것들, 서로의 마음속 깊이 감춰둔 이야기들이 이제야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가족이란 울타리는 서로를 보호하고 지켜주는 존재이지만, 때로는 그 울타리 안에서 서로를 잘 알지 못한 채 살아갈 수도 있다.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더 많은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지지하는 가족이 되기로 다짐했다.
이제 나는 막내동생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앞으로 더 자주 소통하며 서로의 마음을 나누기로 했다. 우리 가족은 서로의 울타리가 되어주며 다독여야겠다는 마음의 울림이 생긴다.
가족은 그렇게 서로가 말하지 못한 상처를 가진채 버티며 그 울타리를 지켜왔다.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앞으로 더 나은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나는 나의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나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나누고, 서로를 이해하며 지지하는 가족의 모습이 이제 시작이된다.
가족이란 울타리는 그렇게 다독이고 다독이며 서로를 지켜주는 보이지 않는 울타리가 있음을...
우리 가족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앞으로의 삶속에 그동안의 무덤덤하고 세상의 어느접점에 있던 나의 모습과 주파수를 가족이라는 울타리안으로 들여다보고자한다. 그렇게 내삶속에 땔수 없는 존재이기에..
부족함을 안고 다독이며 가슴저리게 그리고 이해하는게 가족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