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eida Lee 이레이다 Sep 26. 2022

한국인인데 서양화만 공부했지 뭐야

고양이의 만행 in 십장생도를 그리는 이유

나는 건국대학교에서 회화 전공, 서양화를 공부했다. 전공자 입장에서도 '서양화'라는 단어는 뭔지 모르겠지만 '쬐에금' 멋있는 느낌과 있어 보이는 냄새가 난다. 하지만 도자공예 전공으로 입학해서 3학년 전과로 회화학과로 들어간 나는 서양화도 도자기도 덜 배운 느낌을 떨쳐낼 수 없었다. 항상 아쉬움이 있던 그림 공부이지만, 전공자라는 카테고리에 묶여 제한적인 생각과 활동을 하지 않을(하지 못하는 걸지도) 수 있었다. 전공자지만, 석사 박사만큼 공부하지 않아서 다른 영역에 넘나 드는 나란 인간... 이렇게 이것 저것 공부하는 것이 전공이라고 봐야 맞겠다.

예를 들어, 그림 공부를 독립출판으로 확장하여 출판 사업을 벌인 것이 첫 예시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 서양화 전공자로 졸업했는데, 동양화에 푹 빠져버려 지금은 아이패드 프레스코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정확히는 동양화 중에 한국화에 푹 빠졌다.


오래 살고 싶은 마음 [십장생도]

(위: 십장생도 원본/ 출처: 고궁박물관 홈페이지, 아래: 고양이의 만행이 들어간 십장생도 부분도)

십장생에 해당하는 해, 구름, 산, 물, 소나무, 거북, 사슴, 학, 복숭아, 불로초에 해당되지 않은 고양이 20마리가 그림 곳곳에서 재밌는 포즈를 취한다. 수리부엉이인 척은 왜 하는지 모르겠지만, 당당하게 날개를 펼치는 고양이의 모습을 보니 스트레스가 풀려 오래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옆엔 불로초 영지버섯이 있고 오른쪽엔 도화서 고양이를 그려 넣었다. 도화서 고양이는 그림 작가인 '나'의 모습을 투영해서 그려봤다. 복숭아 테두리를 그리는 도화서 고양이. 창작물에 뭔가 내 표식을 넣고 싶었기에 탄생한 고양이가 아닐까 싶다 ㅋㅋ


십장생도를 그리기로 결심한 것은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고 싶은 배우자에게 선물하고 싶어서 그리고 구도가 환상적으로 알차서였다. 누구나 오래 건강하게 살고 싶다. 그 염원을 담아 열 가지 영물과 환상적인 구조를 짜고 그린 우리 조상님들, 궁중 화원들의 노력이 보였다. 

갑자기 화원 얘기? 는 아니고, 내가 서양화 공부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접하고 전공으로 삼은 것은 우리 그림이 멋있다는 인식을 하지 못해서였다. 미대 입학을 시작했던 중학생 때 난 아그립파라는 서양 장군의 석고상을 앞에 두고 그림을 그렸다. 숨 쉬고 내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그림이란 서양의 것, 이렇게 인식했던 것 같다. 


우리 시어머니는 문화 해설사라는 멋진 직업을 가지고 계신다. 결혼을 하고 엄마(시어머니의 호칭)가 해설 준비를 하시는 모습을 왕왕 보게 되면서 우리 문화가 얼마나 멋지고 고귀한 것인지 알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그림에 눈길을 주게 되었다. 

'우리 그림은 후져'라는 생각은 어쩌면 식민지 문화 정책의 산물이 아닐까? 우리 문화에 관심을 두고, 우리 그림을 유심히 보다 보니, 이렇게 멋지고 화려하고 아름다운 것을 왜 저평가했는지 이유를 찾지 못했다. 문화 정책 말고는 내가 찾을 수 있는 답이 없었다. 그리고 이런 결론을 내리고 나니, 나라도 우리 그림이 얼마나 멋진지 알려야겠어!라는 이상한 사명감이 들었다.


글이 좀 길어진 것 같다. 하지만 서양화 전공자인 내가 갑자기 한국화를 그린다는 것엔 이러한 과정이 있었고, 우리 그림이 왜 멋진지 알리고자 하는 내용이니 그림이 마음에 든다면 읽어보아도 좋겠다.

고양이의 만행 in 십장생도

고양이의 만행 20마리를 그려 넣었다. 아래엔 어떤 만행이 그려졌는지 설명이 적혀 있다. 우리 그림은 기록화로써의 기능이 확실한 편이다. 그래서 조금 딱딱한 듯, 형식적인 선들이 나오는 데엔 이런 이유가 있다. 원근법이나 보기 좋게 생략 강조하는 그림이 아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그림으로 설명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 그래서 현대의 기준에서 옛 그림을 보면 뭔가 멋지지 않은 느낌? 이 들 수도 있겠다. (나는 그랬다)


그래서 나와 같은 편견이나 다른 이유로 우리 그림의 멋짐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그대들에게 귀여운 고양이의 모습이 담긴 십장생도를 보여주려 한다. 귀여우니까 보게 되고, 보다 보니 익숙해지는 그런 효과 랄까? 4마리의 만행을 보도록 하자.

이 일러스트들은 텀블벅에서 일러스트 북 펀딩을 위해 공개한 것들이다. 우리 그림을 그리면서 공부하는 나를 위해, 우리 그림의 고귀함을 알리기 위해, 귀여운 건 못 참는 당신을 위한 프로젝트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이레이다 작가의 프로젝트 응원하기

https://tumblbug.com/101cats


크라우드 펀딩할 때 꿀팁

https://blog.naver.com/catking2002/222884883007


작가의 이전글 [독서토론 발제] 긴긴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