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곳
입학식날, 학년별 마침을 하고 기다리는 아이들이 많았다. 입학생의 언니 누나 오빠 형 등...... 동생은 입학식을 마치고 수업을 하고 있고, 2학년은 입학식을 담당하시는 부모님이 일하실 동안 담임선생님이 아이들을 돌봐주시는 상황인데, 그 아이들의 형님들은 1,2학년이 수업을 마칠 때까지 마냥 기다리고만 있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 아이들은 기다리는 시간 동안에 아무 것도 못하고 학교 주변을 서성이며 지루해 하는 모습이 느껴졌다. 동생을 기다리는 아이들. 생각해보면 그날의 주인공은 입학을 하는 동생들이고, 자기는 주목받지 못하는 신세다. 다른 아이들이야 입학식이 끝나면 마침을 하고 귀가하면 그만이지만, 입학생의 형 언니들은 귀가를 하지 못하고 입학생인 동생들이 수업을 마치고 가족사진을 찍을 때까지 기다려야만 하는 상황이다. 거기다가 입학생들이 수업을 할 동안 정숙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 아이들은 맘껏 뛰어 놀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 아이들이 너무 안쓰러워 보여서 내가 그 아이들을 불러 모아서 놀이마당을 벌였다. 거창한 놀이마당은 아니고, 내가 괴물이 되어 아이들을 잡으러 다니는 놀이판을 벌였다. 아이들은 기다리는 시간동안 도망다니고, 내가 다른 아이들을 잡으러 간 틈을 노려서 잡힌아이들을 구해주기도 하며 정신 없이 뛰어다녔다.
사실 내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은 아니었다. 내 책임 하에 있는 아이도 아니고, 그냥 조용히 내가 맡은 임무만 수행하고 틈틈히 쉬어 줘도 되는 상황이었다. 근데 그 아이들이 안쓰러워 보여서 아이들을 데리고 놀아줬다. 누가 보면 너무 오지랖 부린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평소에 하던 일이 아이들이 맘 편히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보니 그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나는 오래 전부터 꿔 왔던 꿈이 있다. 아이들이 맘 편히 쉬다 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아이들이 맘 편히 쉰다는 것은 마냥 아무 것도 안 하고 널부러져 있는 것을 뜻하는 게 아니다. 가장 나답게 있을 수 있는 것, 나답게 있어도 그 자체로 존중받는 것, 내가 가장 맘 편히 있을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아이들이 가장 나답게 있을 수 있는 곳, 그렇게 있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고 존중받을 수 있는 곳이 진정한 아이들의 쉼터인 것이다. 아이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 줘서 아이들의 마음이 편해지는 곳을 만들고 싶은 것이다. 오늘은 그런 공간을 아이들에게 만들어준 날이라고 생각한다. 동생들이 수업이 끝날 때까지 1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하는데, 마땅히 할 건 없고, 친한 친구들은 집에 가고 없고, 학교에서는 조용히 하라고 하고, 오늘의 주인공은 동생들이고...... 그런 아이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줬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뿌듯한 하루였다.(실제로 아이들이 어떻게 생각했을지는 잘 모르겠다... 어찌 보면 나 혼자 김칫국 마시는 거일 수도 있겠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