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의 아동 발달론적 고찰
어린 시절엔 긴 머리를 하는 게 좋다
◈본문의 모든 내용들은 권장사항이지 의무사항은 아니다. 아무리 모유수유가 좋다고 해도 분유수유 한 사람을 탓할 수 없는 것처럼, 아무리 자연분만이 좋다 해도 제왕절개한 사람도 존중받아야 하는 것처럼, 아들 머리를 짧게 깎아왔던 많은 부모들을 탓할 수도 없고, 탓해서도 안된다 생각한다. 다만 아이한테 좋지 않다는 것만큼은 명확히 염두해두는 게 좋다.
●영유아기(1~7세)
머리카락을 자세히 관찰해 보면 1~7세까지는 머릿결이 부드럽고 곱다. 머릿결이 갈라지거나 푸석하지 않고 빗어도 엉키지 않고 곱게 빗긴다. 그리고 이마에 잔머리가 계속 생겨나고, 그 잔머리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굵어지며 안착된다. 개인차는 있지만 대략 7세 정도가 되면 잔머리가 거의 생기지 않고 두피에 거의 모든 머리카락이 안착이 된다. 이 시기는 머리카락의 생명력이 가장 왕성한 시기이며, 인체도 마찬가지로 이 시기에 가장 왕성하게 성장한다. 인지학에서는 영유아기를 에테르체가 몸에서 신체기관과 감각들을 형성하는 시기라고 말하고 있고, 동양버전으로는 영유아기를 木기운이 왕성한 시기라고 한다. 실제로 아이들의 발달을 관찰해 보면 가장 생기발랄하고 가장 많이 움직이는 나이대가 이 시기다. 또한 이땐 모든 걸 나와 한 몸처럼 여기는 동감(sympathy)의 지배적인 영향을 받는 시기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머리카락도 자기 신체라고 여기기 때문에 머리카락을 자르는 느낌이 상당히 불쾌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대부분의 남자아이들이 이 시기에 처음으로 머리를 자를 때 자지러지게 울부짖으면서 힘들어하는 것이다.
(물론 머리카락을 자르는 과정 자체도 아이에게 훨씬 더 불쾌하고 고통스럽다. 남자아이들 머리 자를 때 어떤가? 바리깡을 가지고 뒤통수와 귀 주변을 마구 긁어낸다. 그 과정에서 상처가 나거나 피가 나기도 한다. 그렇게 짧게 잘린 머리카락이 목과 얼굴에 덕지덕지 붙어서 따갑고 아프다. 이게 청소년이나 성인의 경우엔 잠깐 불편하고 말겠지만, 감각이 예민한 영유아나 초등 저학년에게는 정말 큰 고통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리고 머리카락을 자르면서, 활발하게 움직일 아이들을 억지로 붙잡아 꼼짝 못 하게 하고, 머리 자르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달랜답시고 사탕 초콜릿 등의 불량식품을 입에 물려주거나, 머리 자르면 갖고 싶은 장난감 사준다고 조건부 보상을 내거는 경우가 많다. 거기다가 아이들을 얼어붙게 만드는 스마트폰 태블릿 같은 미디어 기기를, 아이들이 머리 자르면서 몸부림치지 못하게 하려고 미디어 기기를 머리 자를 때마다 버릇처럼 보여준다.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억압하고, 무분별한 미디어 노출에, 조건부로 보상을 내걸어서 아이들의 자발적인 의지를 약해지게 만드는, 교육적으로 정말 안 좋은 게 남자아이들 강제로 머리 자르는 일이다.)
그리고 머리카락이 길면 손이 많이 간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머리카락이 길면 매일매일 감겨주고 말려주고 빗어주느라 힘들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아이에게 손이 많이 가는 만큼 아이에게 정성을 다하고 아이에게 온기를 전해준다는 것이다. 이 시기에는 부드러운 스킨십과 아이와 양육자와의 애착형성이 정말 중요한데, 머리카락을 만져주며 저절로 촉각을 자극하고 부모와 유대관계가 상당히 깊어진다.
결론적으로 이 시기에는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두는 게 아이의 성장에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동기(8~14세)
그러다가 8세쯤 되면 잔머리가 더 이상 잘 생겨나지 않는다. 줄기를 뻗을 만큼 뻗고 잎을 무성하게 펼쳐내는 식물처럼, 사람의 머리카락도 두피에서 어느 정도 형성작용을 마치고 나서, 그 이후로는 굵고 길게 자라게 된다. 인지학에서는 아동기를 에테르체가 독립하고 내면에서 아스트랄체의 힘이 성장하는 시기라고 한다. 이것은 동양에서는 확장, 발산하는 火기운으로 표현되고, 식물이 잎을 무성하게 펼치는 걸 火의 작용이라고 본다. 머리카락을 평생 자르지 않는다고 가정할 때, 머리카락이 가장 풍성해지는 시기가 이 시기다. 그런 아동기의 아스트랄, 火기운을 받아 머리카락이 풍성해지고, 그러면서 머릿결이 미미하게 거칠어진다. 그래도 10세까지는 대체적으로 머리카락이 곱고 잘 빗긴다.
아동기는 몸 움직임이 가장 역동적인 시기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걸 고통스러워하지 않고 계속 뛰어놀며 사지를 키워나가는 시기다. 머리카락은 몸 움직임을 자극하는 역할을 한다. 내가 직접 학교에서 머리가 긴 아이와 짧은 아이를 오랜 기간 비교 관찰해 봤을 때, 머리가 긴 아이들이 훨씬 더 역동적으로 몸을 움직여준다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머리카락이 길면 눈앞에 시야를 가릴 때 손으로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어 넘긴다. 운동을 하다가 머리카락이 앞으로 쏠리면 목과 허리를 흔들어서 머리카락을 등 뒤로 넘긴다. 더워서 목 뒤에 땀이 나면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빗어주며 바람이 통하게 한다. 머리카락이 헝클어졌을 때 틈틈이 빗어주고, 일상생활 하면서 머리카락을 묶었다 풀었다 반복한다. 이렇게 머리카락이 길면 몸을 많이 움직이게 되고, 자연스럽게 손과 척추와 어깨를 자극하며 몸에 활력을 더욱 불어넣게 된다. 그리고 머리를 자극해 주면 안정감을 주는 세로토닌 호르몬 분비를 도와 행복감을 높여주고, 손가락 끝을 자주 자극해 주면 면역력이 강해지고 뇌 발달을 돕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인위적으로 운동하고 인위적으로 마사지해 줄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움직이며 저절로 자가마사지를 하게 되는 것이다. 성인의 입장에서는 아이가 이렇게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쓸어 넘기고, 목을 흔들어 머리카락을 넘기면 답답하고 불편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게 아이의 입장에서는 불편한 게 아니라 건강하게 성장하는 과정이다.
결론적으로 이 시기엔 긴머리를 유지하는 게 좋고 머리카락의 상한 부분만 약간 다듬는 정도로 자르는 것은 괜찮다.
●사춘기(15세~21세)
사춘기가 되면 머릿결이 많이 거칠어진다. 식물이 가을이 되면 시들시들해지듯이, 사춘기가 되면 2차 성징과 호르몬 변화로 피부와 머릿결이 푸석푸석해지게 된다. 이땐 머리카락의 생명력이 한 풀 꺾이고, 더 이상 머리카락이 왕성하게 성장하는 힘으로 부여되지 않는다. 이 시기에 인체도 내부기관들이 안정적으로 안착되어 몸을 안정적으로 쓸 수 있고, 이 시기가 지나고는 성장호르몬이 분비를 멈추면서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다. 인지학에서는 이 시기를 아스트랄체가 독립하고 자아체의 힘이 성장하는 시기라고 한다. 자아체는 성장, 분화를 멈추고 성숙하고 통합하는 힘이며, 동양에서는 성숙, 억제하는 金기운으로 표현된다. 식물이 열매를 맺는 작용을 金의 작용으로 본다. (그전에 식물이 꽃을 피우는 작용을 土의 작용이라고 하는데, 火의 성장하는 힘을 멈추고 金의 성숙하는 힘으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土가 한다고 본다)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잎으로 가야 할 영양분을 꽃과 열매로 몰아줘야 하며, 그 과정에서 줄기와 잎이 시들어진다. 인체도 생식능력을 만들어내고 내면의 성숙을 위해 에너지가 그곳으로 집중되면서 더 이상 어린아이처럼 생기발랄하게 움직이지 않고, 그 과정에서 피부에 탄력이 떨어지고 머릿결이 거칠어진다.
그리고 사춘기에는 세계를 나와 한 몸처럼 여기는 동감(sympathy)의 영향이 약해지고 나와 세계를 분리해서 바라보려 하는 반감(antipathy)의 영향이 지배적으로 강해지는 시기다. 이전까지는 머리카락을 자기 신체처럼 여기는 경향이 강했다면, 이때부터는 머리카락을 나와 분리된 존재로, 도구나 대상으로 여기게 되는 경향이 강해진다. 그래서 사춘기 때 염색, 펌, 왁스칠 등 머리카락을 도구삼아 자기를 포장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생겨나기도 하면서, 반대로 머리카락이 성가시고 귀찮게 느껴져서 짧게 자르고 싶어 하는 때이기도 하다. 그리고 뇌과학적으로는 만 11~12세 정도에 이전까지 뇌에 저장된 수많은 기억 정보들 중 불필요한 것들을 정리하고 제거하는 작용이 시작된다고 한다. 대략 사춘기를 앞두고 뇌의 1차 성숙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또한 머리카락은 인간 각자의 경험적인 데이터들을 축적한다. 머리카락의 성분을 분석하면 이 사람이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여성들이 실연을 당했을 때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는 것이 나름 근거가 있는 행동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시기엔 머리카락을 짧게 잘라도 괜찮고, 염색, 펌을 해도 크게 무리가 없다.(물론 염색약, 파마약의 유해성은 논외로 친다)
●성인기(22세~)
성인기부터는 본인 스스로 긴머리를 하든 짧은 머리를 하든 염색이나 파마를 하든 크게 중요치 않다. 본인이 필요에 따라 선택할 뿐이다. 누가 뭐라 하든 본인의 결정으로 머리스타일을 하고 그 책임도 본인이 지게 된다. 다만 성인이 돼서 본인이 정말 원하는 머리스타일을 선택하기 위해선 남녀 모두 긴 머리 짧은 머리 다 경험해봐야 한다. 다만 발달론적 관점에선 아동기까지는 긴머리를 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대다수의 남자아이들이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어린 시절에 긴 머리를 경험해보지 못하고 자라고 있다는 것이 참 안타깝다.
중년, 노년이 되며 머리숱이 줄어든다. 스트레스나 호르몬의 영향으로 탈모도 많이 일어난다. 겨울에 식물이 시들어져 가며 다음 해를 기다리듯 인체에서 머리카락도 점점 노쇠해진다. 모든 생명에는 생성과 소멸이 순환하듯 인간도 머리카락도 이렇게 생성과 소멸의 흐름을 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