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키리리 작가님의 <세상엔 기쁨이 많다> 퀘렌시아 작가님의 <책을 브런치로 먹는 엄마> 나무산책 작가님의 <BTS 오디세이> 책들을 한해 귀한 선물로 받았습니다. 그간의 결실의 열매를 주신 것에 감사히 생각하며 받은 선물들은 어떤 방식으로 소중히 담아 소개하고 알릴까 고민을 했습니다. 저는 손은 느리고 생각은 많아서 결정의 순간에 늘 구박을 받지만 '때를 기다리자'라는 이상한 시간적 개 X철학(?) 때문에 이번에도 기다리다가 연말이 되었습니다. 이제 차근차근 생각했던 것들을 올려보려 합니다.
키키리리 - 세상엔 기쁨이 많다
2. 비밀 P15
아주 어릴 땐, 그러니까 섬세하기 짝이 없고, 때론 멍청한 짓도 서슴없이 저지르고, 돌아서면 후회하고, 허황된 꿈을 꾸며, 내 인생은 어느 정도 동화나 환상 속에 걸쳐 있으며, 세상 사람들보다 내가 월등히 남다른 존재라고 생각하던 10대 시절엔, 사람들이 말하지 못한 비밀들이 우주 어딘가에 돌아다니다가 펑펑 터진다고 믿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에게 비밀을 말하게 되고, 그 때문에 괴로워한다고 믿었다. 내가 말하지 못한 비밀이 왜 우주를 떠돌아다니는지 곰곰이 생각해봐야겠다 갑자기 펑펑 터지기 전에 말이다.
삶의 어둠을 아무렇지도 않게 직시하며 미소 짓는 초연한 상냥함을 나는 몹시 좋아한다.
눈이 부시도록 청명한 밝음도 그 계열만의 매력이 있지만 삶의 어둡고 깊은 곳에 존재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에게 상냥하고 친절할 수 있는 그런 이들에게 매력을 느낀다. 키리키리 작가님의 글은 그런 초연하고 온화한 상냥함을 지녔다. 자신의 우울함과 어두운 부분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솔직함에 대리만족을 느꼈다. 나의 깊은 곳에서 숨겨둔 먼지 쌓인 우울 상자가 열리면서 해방된 느낌도 받았다. 언젠가 때가 되면 해야 할 말을 해야겠다 느끼고 있었다. 책장을 넒기며 나의 마음은 열리고 있었다.
9. 해결하지 못한 감정은 오랫동안 남아 P40-41
나는 다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픈 기억보단 행복한 기억이 더 많았다고 믿고 싶다. 홀로 걸을 때가 많았고, 우산 없이 집으로 돌아올 때도 있었으며, 책이 유일한 친구이던 순간도 있었다. 말이 없어서 '나'를 표현하는 일에 몹시 서툴렀다. 아무리 물어도 대답해주지 않았던 순간을 벗어나기 위해 차라리 아무것도 묻지 않는 편을 택했다.
'나는 누구인가' 타자가 정한 나 자신이 아닌 스스로 온전히 정의한 '나'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나의 상식이 타인에겐 비상식으로 보일 수 있으며, 다양한 군상들 속에서 나는 스스로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표현에 서툰 내가 투영됐다. 하고 싶지만 귀찮아서 내버려 두거나 언젠가부터 나를 표현하는 것을 그만두게 되었다. 표현을 안 하니 오해가 쌓이고 수면 위로 꺼내지 못한 마음들은 갈 길을 잃고는 했다. 사실 난 스스로에게 그렇게 다정한 사람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현재는 어떤가
27. 나를 사랑한다. P113
나의 얼굴이 , 나의 모습이, 나의 내면이 영원히 은하와 같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나의 우울과 그늘을 사랑한다.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고,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내밀한 공간을 사랑한다. 내 마음은 나의 것이다. 내 개인의 역사와 그로 인해 파 새되는 수많은 검정의 빛깔이 온통 잿빛이라도, 나는 나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엔 알지 못했고 지금은 안다. 때론 뒤늦은 깨달음이 해방감으로 연결된다.
사람들은 청명한 밝음의 곁에서 빛나고자 했다. 하지만 그 빛은 내 것이 될 수 없다. 나는 나의 빛이 가진 고유의 결을 찾아야 했다. 작가님의 말처럼 그땐 알지 못했고 지금은 안다. 재능의 한계에 절망하고, 생의 경계에 있을 때에도 삶의 바닥에서 언제나 나를 건져 올린 것은 나 자신이었다. 나를 떠난 모든 것
관심 없는 것은 재빠르게 마음의 그물을 털고 벗어던졌다. 나는 그렇게 비로소 영혼의 해방감을 느꼈다.
(C)Whalestar 종이에 혼합 채색
강물 속에 사는 나비
언제부터 이 강에 살았는지 알 수는 없다. 나는 처음부터 이곳에 있었다.
강물 속 나비들은 어떤 시기를 지나면 하늘로 날아가는데 물속에 있던 날갯짓과는 다르게 완벽하게 비행한다. 가끔은 구름 높이만큼 올라가기도 했다.
반대로 몇몇은 무질서하고 불규칙한 방식으로 날지만 이내 자리를 잡는다.
수없이 반짝거리는 하늘의 빛, 시원한 밤공기,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행복감이 내 마음속에 오늘의 비상을 알렸다. 나는 강 밖으로 나왔다. 날개를 퍼덕였지만 몸이 굳은 것처럼 움직이기 힘들었다.
불안해진 나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반짝거리는 별의 불빛들이 감동적이었다.
내 마음에도 다시 불이 환하게 들어왔다.
나는 마음이 가벼워졌다.
황홀했다. 푸른 나무들, 처음 보는 모르는 길, 숲 속의 작은 집, 작게만 보였던 강물의 길이에 나의 세상은 생각보다 크고 광활했단 걸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