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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가 수평/수직형 SaaS 를 경험하며 알게된 것들

쉽지 않네~~~

by 한나 I SaaS 마케터

수직형과 수평형 SaaS(Vertical SaaS Horizontal SaaS 의 주요 차이점

한때 블루오션이라 불리던 SaaS 시장도 이제는 대부분이 레드오션이 되었어요. 이런 추세 속에서 많은 SaaS 관련 칼럼들은 수직형 SaaS, 즉 특정 산업에 특화된 SaaS의 미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곤 합니다.


수평형 SaaS는 다양한 산업의 공통된 니즈를 해결하는 방식이에요. 반면, 수직형 SaaS는 특정 산업의 고유한 문제를 깊이 있게 해결하는 데 집중해요. 이런 특화된 제품은 대체 불가능한 도구가 될 수 있어서, 자연스럽게 미래 가치도 높게 평가됩니다.


하지만 수직형 SaaS는 진입장벽이 꽤 높습니다. 학습 곡선이 가파르고, 산업 이해도도 깊게 요구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이 산업, 가능성 있겠다"고 생각했다가도 막상 들어가보면 어려움을 느끼고 다른 방향으로 선회하게 되요. 한편으로는, 진입장벽이 높다는 건 그만큼 고객 이탈률이 낮다는 뜻이기도 해요. 한 번 고객이 되면 오랫동안 쓰게 되니까요. 이런 특성이 수평형 SaaS와 뚜렷한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수직형 SaaS의 구조적 한계 - 실무는 언제나 이론과 다르더라고요

다만 수직형 SaaS는 타겟 시장이 좁아서 매출을 급격하게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어요. 고객군이 제한적이고 앞서 말한 학습 곡선도 높다 보니 빠른 확장이 어렵죠.


국내처럼 시장 규모가 작고 보수적인 환경에서는 이 문제가 더 뚜렷하게 드러나요. “그 좁은 시장을 타겟으로 해선 어떻게 매출을 만들지?”, “직원들 월급은 어떻게 줄 건데?”와 같은 현실적인 고민이 앞서게 되는 거예요.


두 분야를 실무에서 모두 경험해보니 수평형 SaaS는 알려진 마케팅 방향성만 따라가도 어느 정도 결과가 나오는 반면, 수직형 SaaS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 그 산업만의 ‘힘’에 의해 작동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 힘을 텍스트로 표현 하자면 해당 산업만의 언어, 관행, 맥락에 따라 제품과 마케팅 방향이 결정된다는 뜻인 것 같아요.




우리는 그 산업의 사람이 아니잖아요

“그 산업을 위한 SaaS면, 그 업계 관점에 맞춰야지”라는 말이 맞는 얘기예요.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그 업계 사람이 아니라는 거예요. 수평형 SaaS는 우리가 잘 아는 실무 중심이에요. 마케팅, 인사, 회계, 영업처럼 우리 주변 동료들 이야기를 바로 듣고, 공감하고, 언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그래서 콘텐츠나 마케팅 메시지를 만들 때도 비교적 수월하죠.


하지만 수직형 SaaS는 그 산업 외부에 있는 우리가, 내부 사람들의 언어를 이해해야 해요. 자문위원을 두거나, 업계 흐름을 공부하면서요. 이 과정이 오래 걸리고, 꽤 많은 에너지를 요구합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산업 안에 들어가 있는 기분이 들어요. 말투도 바뀌고, 글쓰기도 그쪽에 맞춰지고, 타겟층과 더 가까워진 느낌이 생기죠. 수직형 SaaS는 업무 몰입도가 깊습니다. 산업에 대한 몰입, 타겟에 대한 몰입, 콘텐츠에 대한 몰입. 마케터가 마치 업계 종사자가 된 듯한 기분을 자주 느끼게 되죠.




AI 시대, 수직형 SaaS 에서는?

2024년부터 GPT 같은 생성형 AI가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죠. 자동화, 콘텐츠 생성, 광고 운영 등에서요. 많은 SaaS 마케팅이 이 흐름을 따라가고 있어요. 하지만 보수적인 산업을 타겟으로 하는 수직형 SaaS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그 산업 자체가 AI에 대한 관심도나 수용성이 낮거든요.(물론 AI 시장을 타겟으로 하는 SaaS 면 말이 다르겠죠?) 우리가 당연하게 쓰는 기술이, 그들에겐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기업은 또 한 번 고민하게 돼요. “어떻게 이들에게 AI의 필요성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지?”와 같은 어떻게 보면 수평형 SaaS 에서는 당연한 것들을요.




SaaS의 본질은 결국, 불편함을 해결하는 것

시장은 계속 변하고 있어요. SaaS 기업도 늘고 있고, 그만큼 이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수도 늘고 있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사실 하나는 ㄷSaaS 라는 산업 자체가 '실무자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에요.


ERP와 같은 개념이 익숙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전자결재를 받기 위해 종이를 출력해서 팀장, 본부장, 사장실까지 찾아가야 했어요. 마케터는 유입 데이터를 엑셀로 직접 정리하면서 매번 리드 전환을 수동으로 계산했죠.


수평형 SaaS 시장은 이미 ‘좀 더 편하게, 더 자동화되게’라는 소비자 심리에 맞춰 발전해 왔어요. 국내 수직형 SaaS는 그보다 한 단계 앞선 질문에서 출발해야 해요. “왜 아직도 이렇게 불편하게 일하고 계세요?”이 질문이야말로 수직형 SaaS 의 본질이예요.


그래서 저는 수직형 SaaS 시장이 독특하다고 느껴져요. 빠르게 흘러가는 마케팅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닌 오히려 기본에 충실하고, 실질적인 불편함을 해결하고 있다는 점에서요.




마치며

수평형 vs 수직형 SaaS는 개념의 차이가 아닌 '일하는 방식'의 차이

— 수평형은 넓고 반복 가능한 마케팅 공식이 통하지만, 수직형은 업계 고유의 문법과 몰입을 요구해요. 이걸 “타겟이 다르다”로 설명하기엔 부족하고, 실제 일하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수직형 SaaS의 어려움은 진입장벽보다 ‘심리적 거리감’
— 외부인(공급자)으로서 내부인(특정 직군)의 언어와 감성을 이해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그 직무의 본질을 깊이 이해해야 합니다.


변하지 않는 SaaS의 본질: ‘불편함을 줄이기 위한 도구’
— 사람들이 일하면서 느끼는 불편함을 줄여주는 것. 이 출발점은 수평형이든 수직형이든 같습니다. 오히려 수직형 SaaS는 아직도 ‘왜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일하고 있을까?’라는 질문이 유효한 시장이기에, 그 본질에 더 가까이 닿아 있는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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