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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영 Mar 11. 2022

여기서 이성적인 소비 같은 건 할 수 없을 걸요?

패션 브랜드 아더에러의 플래그십 스토어, 아더 스페이스 2.0

<과연 브랜드일까?> 시리즈는  명의 고객이자 사용자로서, 그리고 디자이너로서 바라본, 브랜드에 대한 주관적인 생각을 담고 있는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은지 궁금했다. 그래서 언제는 ADER(이하, 아더에러) 온라인 스토어에 한 번 들어가 본 적이 있었다. 그들의 메인 브랜드 컬러는 로열 블루 계열인데, 아무래도 의류에 들어가는 컬러치곤 독특한 편이었기에 큰 감명을 받진 못 했었다. 하지만 아더 스페이스 2.0을 방문하고나서부턴 생각이 달라졌다.


매장 내부에 들어섰을 때, 아더에러의 제품들은 어디에도 없었다. 대신 추상적인 오브제들과 음악, 향이 먼저 오감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당시엔 그 다양한 장치들이 뜻하는 바를 이해할 순 없었지만, 신비로운 감정을 일으키기엔 충분했다. 그들이 판매하고 있는 제품들을 보기도 전에, 나의 오감은 이미 그 공간에 녹아든 상태였다. 아래 사진으로 잠시 간접 경험을 해보자.


꼭 직접 가보시길...


제품을 결제하는 공간, 물속에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아더에러는 'but near missed things'라는 슬로건을 내세운다. 우리 주변에 있지만 쉽게 놓치고 있는 것들을 재해석한다고 하는데... 처음엔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되돌아보니 추상적인 오브제들은 계속해서 우주적인 것들을 표현하고 있었다. 'Space'란 단어는 공간이란 뜻도 있지만 우주라는 뜻도 있다. 그제야 퍼즐이 하나둘씩 맞춰지기 시작했다.


그들이 왜 스피커의 프레임을 벗겨내어 내부 장치가 드러나게 했는지.

그들이 왜 매끈하게 발린 벽지를 뜯어내어 내장재가 드러나게 했는지.

그들이 왜 바닥에 균열을 내어 바닥 속 거친 표면이 드러나게 했는지.

...


결국 '우리 주변에 있지만 쉽게 놓치고 있는 것들을 재해석한다'는 그들의 슬로건이자 목표를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었다. 이런 감정 상태로 제품들을 보게 되니, 안 살래야 안 살 수가 없는 구조다. 대단한 기획이다.


ADER(아더에러), 과연 브랜드일까?


오감을 자극하는 경험을 선사하는 아더에러의 공간 기획은 정말 전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고객은 이러한 경험들 덕분에, 이곳에서 느낀 감정을 제품에 그대로 부여할 수 있게 된다. 고객은 그 제품을 소유하고, 착용함으로써 그 감정과 경험을 다시금 떠올릴 수 있다.


더 나아가 그 고객이 브랜드 스토리까지 파헤치는 열성적인 고객이 된다면, '우리 주변에 있지만 쉽게 놓치고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며 또 다른 시각을 가지게 될 수도 있다.


또한 공간 내부의 인원수를 적당히 조절하여, 고객이 쾌적하게 공간을 둘러볼 수 있게 만든 것도 한몫을 했다. 만약 내부에 사람들이 꽉 차 있어서 그 사이를 헤집고 다녀야 했다면, 이 정도 수준의 경험을 하지 못 했을 것이다. 이 또한 전략적이었다.


앞서 말했듯이, 그들의 온라인 스토어에서는 큰 감명을 받지 못했다. 물론 이런 컬러의 의류나 액세서리, 라이프스타일 굿즈 등이 취향인 사람이라면 구매를 결정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식의 판매 및 브랜딩 방식은 철 지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에 들면 사고, 아니면 말고'... 그런 생각으로는 고객의 마음을 살 수 없지 않을까.


아더에러는 한 층 더 높은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심지어 취향이 아닌 사람(본인 포함)의 눈길까지 받는 데 성공했다. 돈 한 푼 안 들이고 매장 내부를 둘러볼 수 있는데, 그곳에서 좋은 경험까지 할 수 있으니, 자연스럽게 구매 욕구가 솟구치지 않을까?




++ '구매는 온라인에서도 할 수 있으니 오프라인에선 좋은 경험을 제공하자'가 확실한 트렌드가 되었다. 매 해 말, 다음 해의 트렌드를 예측하는 <트렌드 코리아>란 책을 꾸준히 발간하고 있는 김난도 교수는, <2020 트렌드 코리아>에서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는 오프라인과 온라인 사이 경계를 허물고, 그 둘을 적절히 잘 활용하는 기업이 각광 받을 것이다. 오프라인은 더 이상 구매의 공간이 아닌, 경험의 공간이 될 것이다."


앞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 있는 분들은, 고객이 그 공간에서 어떠한 경험을 하게 할지를 먼저 생각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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