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살 삼촌의 육아일기 #21
얼마 전 카봇 장난감을 좋아하는 조카를 위해, 누나와 매형이 거금을 들여, 카봇 합체 로봇을 사 왔다. 단순히 변신 로봇 하나가 아니라, 4개의 변신 로봇을 합체시킬 수 있는 꽤 비싼 로봇세트였다.
카봇에 푹 빠져있는 조카는 그 선물을 보자마자 눈이 초롱초롱해지며 "엄마, 아빠! 사랑해!"를 연발했다고 한다. 그 이후 하원 하자마자 이마트에 가자고 졸랐던 조카는, 이제 집으로 가서 카봇 갖고 놀자고 떼를 썼다. 어차피 시원한 집에서 카봇 보여주고 같이 장난감 놀이하면 우리도 편해서, 엄마와 나는 누나네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오자마자 조카는 손도 씻지 않고 카봇 로봇에 달려들었다. 나에게 카봇 로봇을 두 개 쥐어주며, "이거 해! 같이 놀자!"라고 했다. 일단 흥분한 조카를 진정시키고 씻기고 왔다. 그리고 다시 로봇 놀이를 시작했다.
"받아라! 총!"
"아악...! 그러면 나는 칼!"
"발차기!"
그렇게 한 30분을 놀았다. 놀면서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나...' 현타가 왔지만, 로봇 놀이에 푹 빠진 조카에게 그만하자고 할 수 도 없고... 난감한 상황이 지속됐다. 그러던 그때,
"카봇 차 변신!"
조카는 로봇으로 변신한 카봇을 다시 차로 변신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복잡한 로봇을 다시 차로 바꾸는 건 아직 조카에게 무리였다.
"삼촌! 도와줘!"
"그래! 카봇 변신! 트랜스포메이션!", 입으로 "슈우우웅~ 펑!" 효과음을 내면서 카봇 조립을 도와줬다.
그런데 혹시 요즘 장난감 로봇을 만져본 경험이 있는가? 아... 생각보다 조립이 굉장히 복잡하다...
입으로 "슈우우웅~ 펑!" 효과음을 내면서 조립하기가 무색하게, 너무 어려운 조립으로 시간은 점점 흘러만 갔다. 조카 눈치를 보며 "그... 금방 해줄게! 잠깐만! 슈우우웅~"이라고 했지만 한 10분 동안 조립을 하지 못했다.
"바보~ 삼촌 바보~~ 바보 바보~~"
얼마 전부터 제대로 말문이 터진 조카는 그런 내 모습을 보더니 "바보"를 연발했다.
"삼촌 바보야?"
"응! 삼촌 바보 바보~~ 아빠는 조립 해!"
4살짜리 앞에서, 장난감 로봇 하나 조립 못해, "바보"소리 듣는 기분이란... 게다가 자신의 아빠와 비교까지 하는 조카의 비아냥이 나의 오기를 자극했다.
"좀만 기다려! 금방 해줄게!"
나는 장난감 상자를 직접 꺼내와서 어떻게 조립하는지 알아내려 했다. 근데 딱히 조립 설명은 없었고, 변신 전후 모습만 나와 있길래, 겨우겨우 때려 맞춰가면서 조립을 했다. 그렇게 다시 5분 후, 카봇을 변신시켰다!
"봐봐! 삼촌이 변신시켰어!"
"오오? 삼촌 했네?"
변신 성공으로 아까 조카의 비아냥과 바보 오명을 깨끗이 씻을 수 있었다.
"자! 이제 카봇 보면서 갖고 놀아!"
"아니야. 이제 공룡 봐 공룡!"
"카봇 안 봐...?"
"응! 카봇 안 봐. 공룡 봐 공룡! 삼촌, 공룡 틀어"
겨우겨우 변신시켜놨더니... 조카는 금세 카봇이 질렸는지, 공룡 애니메이션을 틀어달라 하고 방에서 큰 공룡을 갖고 나와 놀기 시작했다. 속으로 '얼마나 어렵게 했는데 이것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또 공룡을 틀어달라고 하니... 틀어줘야지 어떡하겠나. 그렇게 내가 변신시킨 로봇은 뒷전이 되고, 조카는 금세 또 공룡 애니메이션에 빠져들었다.
육퇴를 하고 집으로 돌아온 저녁, 누나에게 전화가 왔다.
"어, 난데! 카봇 어떻게 조립한 거야?"
"그거 그냥 박스에 있는 사진 보고 했지"
"킄... 이걸 그냥 했다고? 어렵지 않았어?"
"당연히 어려웠지... 그거 하느라 한 15분 썼다"
"크킄킄... 설명서 거실 서랍에 있었어. 그거 보고 해야지, 안 보고 하니까 그렇게 오래 걸리지! 설명서도 안 보고 어떻게 했나 궁금해서 전화했다. 알았어"
전화를 끊고 잠시 멍~했다.
'아... 진작 말하지...'
조립 못 한다고 "바보"라고 비아냥됐던 조카의 목소리가 다시 귓전을 울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