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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음 Nov 09. 2021

파티요? 잔치는 아는데요...

촌스러워 보여도 전 좋은데요 #04

일상회복이 시작됐다.

   

근 2년간, 코로나 때문에 외출도 제대로 못 하고 손발이 꽁꽁 묶였었다. 스트레스가 점점 쌓여갔지만, 만남을 자제하라는 정부의 지침 때문에 혼자 조용히 집에서 삭히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드디어 한국에서도 위드 코로나가 시행됐다. 덕분에 오랫동안  봤던 지인들도   있는 기회가 생겼다. 친했던 형이 있었는데, 위드 코로나가 시행되자, 집에 한번 놀러 오라고 연락이 왔다. 형네 부부, , 여자친구 모두 알고 지내던 사이라 오랜만에  같이 모이기로 했다. 전에는 종종 함께 재밌게 놀았는데, 코시국 이후로는  번도 모이지 못해서 이번에 파티 하기로 했다.


하지만 사실상 '파티'로 가장한 '잔치'가 됐다.





    “어! 왔나!?”


점심때쯤 형네 집에 갔다. 도착하자마자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가 들렸다. 형은 베란다에서 숯불에 불을 붙이고 있었다. 얼마전 형은 집에서도   있는 가정용 화로를 샀다고 자랑을 했다. 거기에 고기를 구워 먹으면 맛있다고 했는데, 우리가 온다고 숯을 1kg 사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니 소고기 좋아하나?”


주방으로 가자 이번에는 형수님이 우리를 맞았다. 형수님은 고기에 간을 하고 있었다.


    “누나 이거 뭐예요?”

    “이거 한우다 한우!”


형수님이 우리가 온다고 한우 투뿔 고기를 준비해 주셨다. 비싼 한우 투뿔 고기를 보며 나와 여자친구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리고 곧이어 형이 숯불에 불을 다 붙이고 가정용 화로를 가져왔다. 숯불 화로인데도 불구하고 연기가 전혀 나지 않았다. 투뿔 한우를 올리자 취익~하는 소리가 났다.



그렇게 파티로 가장된 잔치가 시작됐다.



형은 우리가 온다고 술냉장고까지 꺼냈다. 술장고에 넣으면 냉장고보다 훨씬 빨리 시원해진다고 했다. 덕분에 우리는 시원한 술을 먹을  있었다.


1차로 투뿔 한우를 굽고 2차로 돼지고기를 구웠다. 근데 우리 입맛은 돼지였는지, 한우를 구울 때는 조용히 먹기만 하다가, 돼지고기를 먹을 때는 갑자기 말도 많아지고 손도 분주해지고  회전도 빨라지기 시작했다. 말은  했지만 서로 돼지고기가  맛있다고 느낀 것이다.  광경에 다들 웃으며 서로 “촌스럽다라고 놀렸다.


배도 부르고 술도 적당히 먹은 터라 이제 그동안 밀렸던 얘기를 했다. 회사 얘기, 상사 얘기, 인간관계로 힘든 얘기, 지인 얘기, 방송 얘기 등등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렇게 ~~참을 얘기하다 보니 3~4시간이 흘렀고, 어느새 저녁때가 됐다.


    “저녁 안 먹고 갈래? 여 아래 해물찜 맛있게 하는 집 있는데!”


그렇게까지 먹었는데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한 탓인지 또 배가 고팠다. 형도 배가 고팠는지 해물찜 하나 먹는 게 어떠냐고 물었다.


    “그러면 중자 하나 시킬까요?”

    “사람이 몇 명인데 중자 갖고 되나! 그냥 대자 시키자”, 형수님이 말했다.


‘너무 많이 먹은 건 아닐까…?’하는 생각에 눈치를 봤지만, 사실 시키면 다 먹을 것 같았다. 결국 그냥 대자로 시키기로 했다.



조금만 먹겠다는 다짐과 달리 해물찜은 너무 맛있었다. 막상 또 먹게 되자, 아까 고기를 많이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다 먹을 수 있었다.


    “그 봐라! 대자 시켰어야 했다니까!”


형수님이 말하자 나는 멋쩍게 웃으면서 해물찜을 다 비웠다.


그렇게 해물찜까지  먹고 파티로 가장한 잔치 끝이 났다. 나와 여자친구는 너무 맛있게 먹었다고 인사를 드리고 나왔고, 형네 부부는  놀러 오라고 했다.




왁자지껄 떠든 시간을 뒤로하고, 나와 여자친구는 집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다.


가는 동안 아까 한 재밌었던 얘기, 맛있게 먹었던 음식 얘기를 하면서 갔다.


    “너무 재밌었다!”


오랜만에 지인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던 시간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이런 소소한 일상을 잊고 있었는데, 잠시 회복된 일상 속에서 다시 만끽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앞으로 코로나는 끝나지 않겠지만, 이런 식으로 조금씩 일상이 회복됐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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