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 마음을 읽어주세요.

너의 마음에 공감하기

by 살가중

늦은 저녁 드라이브를 마치고 오자, 첫째는 잠이 들었고 둘째는 살짝 잠이 오는 상태에서 도착했다.

잠든 첫째를 깨워 옷을 입히고 둘째를 차에서 내리자

"아빠가 안아줘"라며 떼를 쓰기 시작한다.

짐이 많고 첫째도 챙겨야 했기에 남편이 뒤따라오고 내가 둘째를 데리고 달래가며 먼저 집으로 향했다.

요구르트병을 들고 분리수거장에 쓰레기를 버리러 가자는 것으로 꼬셔서 잘 가던 길에

문득 아빠가 생각이 나는지 "나는 아빠가 안아줬으면 좋겠는데"하며 아쉬워한다.


이미 저녁이 깊었고,

우리에겐 두 아이의 양치질이라는 크나큰 과제가 남은 탓에

서둘러 내가 둘째를 안고 집으로 들어갔다.


아마 심기가 상했던건 그 때부터였던 듯 하다.


남편 손에 겨우 딸려 들어온 첫째에게 드림렌즈를 껴주는 사이 아빠와 샤워를 하러 들어간 둘째는 대성통곡을 시작했다.


그야말로 '집이 떠나가라' 울기 시작한다. 주변 집에서 아동학대로 경찰에 신고를 하지는 않을까 싶을만큼 온 집안이 쩌렁쩌렁 울리게 울음을 쏟아낸다.


딸에 한없이 관대한 남편도 스트레스 게이지가 차올랐는지

"계속 이렇게 울면 아빠가 화낼거야"라며 엄한 목소리를 낸다.


울며불며 샤워를 마치고 나온 둘째는 여전히 눈물을 그치지 못하고

나는 둘째를 데리고 안방으로 들어와 대화를 시도한다.


아니 이것은 대화가 아니다. 그런 인간다운 단어를 갖다 붙일 수 없을만큼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같이 느껴진다.

하루동안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폭발해버리는 것 같다.

그래도 우선은 요즘 종종 보았던 <금쪽같은 내새끼>를 떠올리며 심호흡을 해본다.


"엄마가 너 울음 그칠 때까지 기다릴게"


아랑곳하지않고 집 안을 뒤흔드는 눈물바다가 이어진다.

내 목소리도 점차 평정심을 잃어갈 무렵,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아이가 통곡이 가득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아니, 엄마가, 아빠가, 내 마음을, 말해줘야지. 내 마음을 말해줘야돼"


아, 이 아이에게 꼭 필요한 과정이자- 모든 육아서적에서 공통적으로 부모가 아이에게 필수적으로 해주어야 하는 '공감하기'


둘째아이는 어떤 상황에서도 그 과정이 중요하고 섬세하다.

어떤 부분 때문에, 어떤 이유로, 누구 때문에 자신이 속상하고, 서운하고, 화가나고, 슬펐는지

그것을 우리가 이야기하며 위로해주어야 한다.

이미 수많은 육아코칭 프로그램과 전문가들의 육아서적을 통해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은 내용이지만

왜 그 과정은 항상 쉽지 않을까.

하지만 놀랍게도 내가 그 과정을 진득하니 해내고 아이의 마음과 감정에 공감을 건네면

아이는 스스로 감정을 추스린다.


좋은 결과물을 향해가는 방법은 알지만, 그 과정을 컨트롤 하는 것은 늘 힘들다.

특히 내가 스스로 상황을 통제할 수 없는 육아의 경우 더욱 그렇다.

나와는 다소(또는 수없이 많이) 다른 이 하나의 인격을 동등하게 인정하고, 그러면서도 보호자이자 부모로서 그것을 말로 표현하고, 나의 마음은 조금 뒤로 밀어놓고 먼저 위로와 공감을 건네는 것.

진짜 어른이 되어야 겪어낼 수 있는 과정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