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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th Apr 14. 2021

디제잉의 본질적 가치에 대하여

데드마우스의 버튼푸셔 발언

┃저 수많은 버튼들은 도대체 왜 있는건데?


디제잉에 대해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 중 가장 큰 하나는, 디제이가 눈 앞의 현란한 장비들을 가지고서 음악을 '만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주선 조종대 같은 수많은 버튼들이 어떻게 조작되고 실행되는지 모르다보니, 뭔진 몰라도 일단 대단히 복잡한 무언가 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좌)CDJ2000Nxs2, (중간)DJM-V10, (우)CDJ2000Nxs2 (중간상단)iPad_(RXM-1000)


하지만 오해와 달리 디제잉 장비는 크게 3가지의 파트로 구성된다.


지금 관객들이 듣는 음악을 재생시켜주는 플레이어1, (사진속 (좌))

다음으로 나갈 곡이 재생될 플레이어2 (사진속 (우))

두 음악을 하나의 출력으로 합쳐 밖으로 재생해 줄 믹서 겸 볼륨 조절 장치 (사진속 (중간))


1000만원의 고급장비이든, 20만원의 입문자용 장비이든, 모든 디제잉 장비는 이 본질적 가치를 절대로 벗어나지 않는다.


간단히 말하면 디제잉이란 음악과 음악을 볼륨 조절을 통해 자연스럽게 넘기는 것, 그것이 전부 이다.


그렇다면 디제이가 멋진 조명과 함께 음악의 드랍이 터질때 하늘 위로 손을 치켜들던 그 순간은 그저 이미 완성된 음악이 나가고 있는 동안 '액션'을 취할 뿐이었던 건가?


맞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관객들을 열광시키기 위해 무대위의 엔터테이너로써 발휘하는 쇼맨쉽일 뿐이다.


이런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새삼스럽게 디제잉의 본질을 폭로하겠다는 심산이 아니라 디제잉의 본질적 가치에 대하여 이야기 하려 함이다.




┃ 데드마우스의 '버튼 푸셔(button pusher) 발언


Deadmau5


디제이 씬의 악동인 데드마우스는 2015년경 '버튼푸셔' 발언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Deadmau5는 

 "우리 모두 '재생' 버튼을 누르지. 이건 비밀도 아니야. EDM 음악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건 Cue 버튼과 Play 버튼을 연타하는것 그정도밖에 없는게 사실이야. (중략) 비트매칭을 할 수 있는 정도만 되어도 누구나 EDM 공연에서 잘 나간다는 그 어떤 DJ들이 하는 일을 똑같이 해낼 수 있을거야"


데드마우스의 발언은 2021년 현재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에만 가봐도 대중성이 검증된 커머셜한 튠을 똑같이 틀어대면서 고작 하는 거라곤 마이크에 대고 'Put Your Fucking Hands Up' 만을 외치는 디제이들도 있고, 한시간의 셋에 그 나라의 문화에 맞는 환상적인 영상과 함께 특별한 볼거리를 선사하며 제대로된 셋을 보여주는 멋진 디제이도 있었다.


데드마우스가 말하고 싶은것은 아마도 전자의, 그런 형태의 디제이들을 저격했을 것이다. 영상이나 조명등 관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추가적 노력과 투자는 전혀 하지 않고 그저 똑같은 셋으로 투어를 다니며 돈을 쓸어담는 디제이들에게 양심 좀 가지라고 하는 식의 발언이었을 것이다.




┃디제잉의 본질적 가치에 대하여  


하지만 나는 이 사안을 조금 다른 측면에서도 생각해 보았다. 디제잉은 생각만큼 그렇게 간단히 폄하할 정도로 쉬운 퍼포먼스는 아니기 때문이다.

완벽한 하나의 셋을 구상하는 것은 완벽한 하나의 곡을 만드는 것만큼 수많은 시행착오와 노력을 필요로 한다. 그런 일들을 디제이들은 그저 웃는얼굴로 즐기면서 하고 있는 것이다.


데드마우스의 발언은 십분 이해가 가는 발언이지만 나는 디제잉의 본질적 가치에 대하여 이야기 해보고 싶다.

디제잉은 원래 '예술적인 어떤 무언가'를 위해 탄생한 공연의 형태가 아니다. 음악을 틀고 춤을 추는 디스코텍문화에서 기원한 형태이기 때문에 관객들은 일제히 무대를 바라보고 디제이에게 '자 어서 우리가 감탄할만한 에술적인 어떤것을 보여줘' 하는 식의 기대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단순하게 음악을 셀렉하고 재생하는 수준 그 이상을 보여주는 디제이의 형태도 있다. 박자를 자유자재로 가지고 노는 스크래치와 저글링등으로 배틀을 하는 턴테이블리스트들, 모듈러신스와 런치패드 같은 장비로 정말 '작곡' 에 가까운 음악을 선보이는 디제이들, 이들을 빼놓고 디제잉의 미학에 대해 논할 수는 없지만 그들은 음악을 재생하는것이 아닌 연주한다고 봐야하며, 따라서 그들은 여기서 말하는 일반적인 디제이의 범주에 포함될 수 없다.


디제잉이 들어간 파티의 주인공은 디제이박스에 서 있는 유명 어떤 디제이가 아니라 댄스플로어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이 주인공인 문화였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사람들은 ‘타임테이블’ 을 보고 클럽을 가는 것은 아니지만, 페스티벌의 ‘라인업’은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며 그것이 티켓을 구매하는 결정적 요소가 된다. 아무리 선곡이 좋은 디제이 일지라도 그가 히트트랙이 없거나 유명세거 적으면 그에게 열광하지 않는것이다.


이제 디제이들에게는 파티를 열광시키는 것보다 자신의 음악성을 증명하는 것 이 더욱 중요해진 시대이다. 사람들은 파티에 놀러 옴과 동시에 공연을 보러도 오기 때문이다.




┃ 디제잉은 예술적인 공연형태와는 거리가 멀다.


애초에 디제잉은 예술과는 거리가 멀다. 대중적인 상업음악을 기반으로 하며 이미 완성된 음악을 재생 시키는 행위라는 점에서 한계가 너무나도 명확하다. 장비의 발전으로 각 트랙에 재미를 주고 새로운 음악을 듣는것과 같은 효과를 줄 수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디제잉은 어디까지나 이미 완성된 음악을 재생시키는 행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며 따라서 그 본질적 가치는 좋은 곡을 선별해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것 에 있다.


그런 면에서 디제잉이 가장 저력을 발휘하는 곳은 페스티벌의 형태가 아닌 동네의 로컬 펍,라운지,클럽등이다.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어떤 튠의 음악을 좋아하는지, 매주 오는 저 손님은 어떤 장르의 음악에 일어나서 춤을 추는지 등을 알아가고 이야기하며 디제이와 술을 나눠마시고 같이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그런 형태의 장소 말이다.


이곳에 오는 손님들은 지금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이 디제이가 직접 만든 곡이 아니어도 내가 좋아하는 그 곡을 디제이가 선곡해 틀어줬다는 것 만으로도 디제이를 바라보며 엄지를 척 하고 치켜올린다.


EDM 시장이 이제 엄청난 규모의 이벤트로써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었고 헤드라이너 들은 수십억의 개런티를 받으며 공연이라는 형태로 음악을 틀지만 디제잉의 본질은 음악을 선곡하고 플레이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정말로 디제이에게 '예술적인 어떤 무언가' 를 바라는 시대가 올지라도 디제잉의 본질은 음악을 선곡하고 플레이하며 춤을 추는 문화를 기반으로 할 것이다.


디제이가 어느순간부터 아티스트로 불리게 되었다고 해서 그들이 정말 아티스트로서 예술적인 무언가를 할 필요는 없다.


나는 데드마우스가 디제이들을 버튼푸셔 라고 놀려대도, 디제잉은 그 나름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수십억의 개런티를 받고 와서 하는 일이라곤 그저 USB를 꽂고 음악을 재생하는 것 일 뿐이라고 해도, 그건 지금의 댄스뮤직 페스티벌이 디제잉을 과대평가 했기 때문이지 디제잉이 뭘 잘못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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