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잘도 웃고 울리던 그때 그 온기가 그리운 날
-2, -3.5
선천적으로 시력이 좋지 않다보니 어려서부터 엄마와 손잡고 안경원에 가던 기억이 많이 남아있다. 안경 알을 압축하는 시간이 꽤나 걸려 항상 오래 대기를 해야 했다. 그때마다 시력 테스트용 안경을 쓰고선 살금살금 눈치를 살피며 바구니 속 형형색색의 사탕들을 주머니에 한 아름 움켜 넣고 나오던 기억이 있다.
그중 또렷한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바로 파인애플 맛 사탕. 포도 맛, 딸기 맛도 아닌 파인애플 맛 사탕을 찾는 날이면 어린 마음에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하곤 했다. 소중한 만큼 아껴 먹어야 된다는 생각 때문일까. 봉지를 뜯는 시간까지는 꽤 오랜 고민이 필요했다. 토요일, CA 과목을 마친 날이였다. 그날은 파인애플 맛 사탕을 먹어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신발주머니를 뱅뱅 돌리며 집에 한달음에 달려왔는데 웬걸, 벗겨진 사탕 껍질은 쓰레기통에, 인사하던 엄마의 입속엔 노오란 사탕이 데굴데굴 구르고 있었다.
당시 8살의 꼬맹이였던 나는 결국 그 자리에서 웽 울어버리고 말았다.
어찌나 크게 울었던지. 주말에 TV를 보며 여유를 부리던 아빠는 당황하여 헐레벌떡 문을 열고 나가더니 청포도 맛, 자두 맛 사탕 한 봉지씩을 양손에 쥐고 달려왔었다. 왜 애 것을 뺏어 먹냐는 핀잔 섞인 한마디와 함께.
가끔은 어린 마음에 생떼 부리던 그 시절, 따뜻한 핀잔이 그립다. 초등학교, 문제지를 풀다 잠깐 졸면 이불에서 편히 자라고 말해주던 걱정은 시간이 갈수록 졸지 말고 공부하라는 말로 바뀌었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 고민에 직면했을 때 날 달래주던 막연함은 대학을 졸업한 지금. 나를 현실에 동떨어진 사람으로 변모시켰다.
시간이 지날수록 책임져야 할 것들은 많아지고, 마음껏 울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일까. 혼자 있는 방안에 누워 있다가,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읽다가, 영화를 보며 혼맥을 하다가도 문득 떠오르는 과거의 기억들에 웃기도 하고 눈물도 짓게 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참 어렵고 무섭다.
혼자 웽 울고 있다 보면 그리워진다. 당황스러움 섞인 엄마의 핀잔이, 날 달래주던 아빠의 어설픈 사탕 봉지가, 날 잘도 웃고 울리던 파인애플 맛 사탕이. 그때 그 온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