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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스토리 Apr 11. 2024

배움의 끝은 어디..

죽지 않은 이상 배움에 끝이 없다

24년이라고 떠들던 시간이 훌쩍 지나 한 분기를 지나고 4월을 살아내고 있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은데 현실은 늘 출퇴근을 반복하며 출근하지 않는 하루가 나에게 주어지는 시간들 중 너무나 소중해서 그날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고민하며 지낸다. 잘 지낸 시간뒤엔 뭔지 모르게 허전함이 밀려오곤 한다. 더 잘 지내고 싶은 나의 욕심이다.

오늘은 은퇴자님의 방문이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다니는 직장에서 지난 3월에 은퇴를 하시고 새로운 상사와 함께한 시간 중 이십여 일이 지난 시점에 방문하신 것이다.


반갑기도 하고 여전히 어렵지만 익숙한 모습에 조금은 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동안 어찌 지내셨을까요?"라고 여쭈었다. 팔십 세가 훌쩍 넘은 은퇴자의 모습도 여전히 하고 싶은 게 많고 할 일이 많아 뵈었다. "나는 하던 데로 성경필사를 하고 운동을 하며 이리저리 사람도 만나고 그랬지" 하며 대답하시는데 늘 내가 그리워하는 내 할아버지와는 사뭇 다른 신식 할아버지였다.


우리 할아버지는 은퇴자의 모습과는 다른 따뜻한 방에서 붉은색 화투장과 분투하시던 모습이 기억에 남아있있다. 화투장 모서리들이 다 닳아서 그림들이 지워지고 흰색이 보이다 못해, 테두리의 흰색 밑으로 보이는 고동색이 보일락 말락 한 화투장으로 패를 띄우던 내 할아버지와는 달랐다. 그러다가 심심하면 낡고 낡은 전화번호부 책에 적힌 사람들의 숫자를 세기도 했고, 평소 좋아하셔서 곧잘 시조 대회에 나가 상을 타셨던 할아버지는 웅얼웅얼 정말로 집중해야 알아들을 수 있는 시조를 읊기도 했다. 평생을 시골에서 사신 내 할아버지였다. 그러나 늘 하시던 말씀은 그랬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 3살 아이에게도 배울 것이 있으면 배워야 한다"라는 가르침을 늘 주셨던 분이다.


은퇴자는 요즘 주변에서 파크골프를 권하셨는지 새롭게 골프입문을 두고 고심하시는 말씀과, 골프채 장만을 위해 알아보시는 모습이 역시나 신식 할아버지셨다. 팔십 세가 훌쩍 넘었지만, 파크골프 입문을 목전에 두고 계신다. 사실 난 파크 골프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그냥 어른들이 즐기는 운동인가 보다 정도이다. 은퇴자는 이렇게 아직도 도전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경외감이 드는 게 사실이다. 예전에 은퇴자와의 대화에서 내가 권해드린 것이 있었는데, 바로 글쓰기였다. 지금의 비영리법인 재단을 만들어 15년 동안이나 무보수로 일하셨던 일에 대한 스토리를 은퇴를 준비를 도와드리며 알게 된 일들에 내 나름의 감동이 커서 제안을 드렸던 적이 있었다.


"그 과정을 담은 책을 한번 써보면 어떨까요?" 였었다. 은퇴자는 빙그레 웃기만 하셨는데, 오늘은 그러신다. "사무국장이 쓰라는 글은 아직 못쓰고 있는데 써볼까?" 하고 말씀하셨다. 나는 단번에 "그럼요 그냥 묻혀버리기엔 너무나 아까운 스토리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정말 한번 써보세요"라고 글쓰기를 권하고 있었다.

사실 글은 내가 너무나 쓰고 싶은 것인데 팔십이 훨씬 넘은 어르신께 글을 쓰라고 말하고 있는 내 모습이 웃겼지만, 나는 사실 그분의 진정성 있는 사명감이 읽고 싶고 알고 싶었던 것이다.


이처럼 상대의 스토리가 알고 싶고 궁금한 적은 크게 많이 없었는데, 글을 쓰면서는 더욱 많아진 것이다. 긴 배움과 실전에 한평생을 살아내고 남은 삶을 또 도전하고 배우며 개척해 나가는 은퇴자의 모습을 나는 수년째 배우고 있는 중이다. 배움에 끝이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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