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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Y Mar 16. 2022

심사

누군가 수많은 시간을 들여서 만든 것을 단 몇 분, 몇 초 안에 판단하기

올해 들어 새로운 일들을 계속 경험하고 있다. 그중, 오늘은 나에게 특별하고 의미 있는 날이었다.


저번 달에 우연히 어떤 기관의 담당자분을 알게 되었는데, 만난 그 자리에서 나에게 심사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하셨다. 회사에서 하던 일이 수익성을 여러 관점에서 분석하고 이행시키던 사업관리이고, 지금은 다양한 산업의 트렌드와 시장성을 보고 기업들에게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스스로 (아직) 이런 자리에 불려질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던 일이다.


나이 지긋하신 교수님들과 기관에 계신 임원분들 사이에 앉아, 몇 시간을 연달아 고개를 숙이고 태블릿과 종이들을 번갈아가며 쉴 틈 없이 자료들을 보고 평가를 했다.


마무리 단계에서는 서로 의견을 나누는 과정이 있었는데, 여기서 왜 다양하고 (될 수 있으면), 여러 명이 모여서 판단을 해야 하는지 더 깊게 깨달을 수 있었다.


짧은 시간 안에 수많은 리스트를 보고 직관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누군가는 정말 며칠밤을 새 가며 했을 작업들을 단 몇 분, 몇 초 만에 훑고 직관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은 쉽지 않으면서도 현실은 이렇구나라는 것을 단번에 몸소 경험할 수 있었다. 감히 나라는 사람이 여러 뛰어난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작업들을 이렇게 평가한다는 것에 대해 많은 책임감이 느껴져서 최대한으로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나를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겸손해지는 순간들도 마주했다.


어떤 분은 베테랑답게 생각지도 못한 어떠한 프로세스를 가지고 계셨다.. 짧은 시간 안에, 그리고 주어진 환경과 구조에서 어떻게 효율성을 내고 나중에 문제없이 처리하는가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또한, 누군가는 경험이 길다고 해서 무엇을 더 많이 아는 것도 아니고, 더 진지하게 임하는 것도 아니다는 씁쓸한 현실도 경험했다.


처음이기 때문에 코멘트가 부실할까 봐 걱정을 했는데, 담당자님이 정석으로 해 주었다며 덕분에 리포트 작성을 이것을 근거로 할 수 있어 고맙다는 말씀을 해주어서 안도할 수 있었다.


엄청 대단한 일도, 보수를 많이 받는 일도 아니지만 아직 한없이 나아가야 할 길이 길다고 생각되는 나 스스로에게는 감개무량하고, 이런 기회를 가지게 되어 감사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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